허락하신 자리를 생각한다.
그것은 막연히 여겨왔던 것보다 많은 것들을 포괄하면서도, 또한 구체적인 개념이었다.
말 그대로 지리, 장소적 개념일 수도 있고,
직업이나 사회적 지위, 경제적 수준이나 삶의 양식, 요구되는 사회적 역할. 맡겨진 과업과 스스로의 역량,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 주변 사람들과 그들과 맺는 구체적인 관계들까지도.
그 모든 영역이 스스로 택한 것이 아니고, 우연히 주어진 것도 아닌, 오직 하나님의 주권적 영역, 곧 하나님이 내게 허락하여 의도적으로 맡겨두신 바라는 점,
그것은 달리말해 허락된 영역 바깥에 아직은 허락하지 않으신 영역도 있다는 뜻이라는 점,
그 경계를 짓는 것이 내 의지와 능력은 아니라는 점,
그러므로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면서 허락된 자리를 지키는 것이 곧 겸손이라는 점을 이제 알 것 같다.
자리를 지킨다는 것이 소극적으로 가만히 앉아 주어진 삶을 삼키는 것을 의미하진 않을 것이다.
앎 이후에 남겨진 숙제는,
얘야, 네가 이해한 너의 허락된 자리를 너는 얼마나 충만히 감사할 수 있겠니?
너에게 아직 허락되지 않은 것들에 함부로 눈 돌리지 않고, 오직 지금 너에게 맡겨진 이 작은 포도원을 얼마나 영광스럽게 여기며 충실히 경작해 나갈 수 있겠니?
열매로 그것을 증명할 수 있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