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는 수 없이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나야 했던 스님은 아무 일도 아닌 척했지. 그리고 빠른 걸음으로 법당을 나와 신발도 신지 못 하고 해우소를 향해 걸음을 떼었단다. 안타깝게도 해우소는 법당에서 멀리 있었어.
그런데 그 뒤 이상한 일이 벌어졌단다. 스님과 함께 삼천배를 올리던 신자들이 큰 스님의 모습을 지켜보다가 무슨 일인지 스님을 따라 하기 시작했는데.
한 사람. 두 사람. 급기야 수 십 명의 신자들이 스님처럼 기도를 멈추고 황급히 법당에서 나오더니 맨 발로 스님을 쫓아가기 시작했지. 그리고 곧 더 이상한 일이 일어났는데."
"무슨 일이 일어났나요? 그 많은 사람들이 모두 다 해우소로 갔나요?"
할아버지의 옛이야기를 듣고 있던 아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어질 이야기가 궁금했던지 물었다.
"허허허. 아니 아니. 그런 건 아니고..."
"할아버지 빨리 이야기해주세요. 궁금해요."
"그래. 그래. 가만있자. 어디까지 했더라...?"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스님을 황급히 쫓아갔어요. 그리고는 어떻게 됐어요? 사람들은 왜 맨발로 스님을 쫓아갔어요?"
"그래. 그래. 수 십 명의 신자들은 급하게 스님을 뒤쫓아가면서 소리쳤단다.
'스님! 큰 스님! 혼자 어디로 가십니까? 중생들에게 길을 가르쳐주셔야지요. 그냥 가시지 말고 저희를 데리고 가시지요...!'라고 말이야.
앞서 가던 스님은 갑자기 당황하기 시작했지. 차마 해우소에 가는 길이라고 말할 수는 없고, 그렇다고 갑자기 큰 깨달음을 얻어서 그 길을 찾아가노라고 말할 수도 없고, 배는 아파오고..."
"그래서 어떻게 됐나요?"
"허허허... 그래서? 그래서 스님은 더 빠른 걸음으로 내달리기 시작했지. 신자들이 쫓아오지 못하도록 말이야. 그런데 스님의 걸음이 빨라질수록 뒤쫓는 신자들의 걸음도 빨라졌단다."
"스님은 왜 그렇게 빨리 달렸어요?"
"이유야 간단하지. 배가 너무 아팠거든... 허허허."
"그럼. 스님은 볼일을 못 봤나요? 마지막에는 어떻게 됐어요?"
"아니. 아니. 아니야. 아직까지도 스님과 신자들은 맨 발로 계속 달리고 있단다."
"아직도요? 거짓말 같아요."
"허허허. 거짓말 같으면 좋으련만... 쯪쯪... 안타깝게도 사실이란다. 오랜 세월 동안 달리고 있지. 서로 다른 연유로 달리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더 안타까운 것은 달리는 이유를 말할 수 없는 스님과 이유도 모르고 그 뒤를 쫓는 사람들이 옛날보다 더 많아졌다는구나... 허허허."
가는 길이 어떤 길인지도 모르고 가는 사람이 더 많아진 것은 아닌지. 어디를 가고 있는지 물음표를 던져볼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