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오후 내내. 꼬마 수사는 암탉의 곁을 떠나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나른한 봄볕 아래에서 수도원 담장을 끼고 피어난 개나리꽃들도 졸음을 참지 못하고 있을 즈음. 수도원에 새로운 생명의 소리가 들렸다. 샛노란 생명들이 눈을 떴다. 삐약삐약. 암탉의 오랜 보살핌으로 태어난 귀엽고 예쁜 세 마리 병아리 형제들이 수도원 마당에 얼굴을 내밀었다.
"탄생의 신비는 언제나 놀랍지 않니?"
새 가족을 맞이한 수도원의 닭장 위로 따사로운 햇살이 비추고 있었고, 작은 참새들은 짹짹거리며 새 생명의 탄생을 축하해주고 있었다. 새로운 형제들을 얻은 꼬마 수사 마리오는 병아리 형제들의 이름을 지어주고 있었다.
"첫째는 알에서 깨어 나오자마자 '삐약삐약'이라고 했으니까. 이제부터 너의 이름은 '삐약'이야. 그리고 둘째는 알을 깨고 나오면서 껍질을 발로 찼으니까. 둘째의 이름은 '발길'이. 셋째는 세상에 나올 때 수줍어했으니까. 네 이름은 '수줍'이야."
꼬마 수사 마리오는 그렇게 새로운 벗들의 이름을 지어주고 병아리 형제들과 알 수 없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마침 그 곁을 지나고 있던 키다리 마르티노 수사가 이 모습을 지켜보다가 수도원에서 기타를 들고 나왔다. 그리고 병아리 형제들과 이야기하고 있는 꼬마 수사에게 다가갔다.
"탄생의 신비는 언제나 놀랍지 않니?"
"와…. 마르티노 수사님! 얘들 보세요! 예쁘죠? 지금 막 얘들의 이름을 지어줬어요. 보세요. 얘는 삐약이, 얘는 발길이, 얘는 수줍이에요." 꼬마 수사가 의기양양해서 자랑스럽게 말했다.
"이름도 지어줬구나. 근데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어? 궁금한데."
"달걀 속에 있을 때, 배고프지는 않았는지? 먹이는 무엇을 좋아하는지? 털 색깔이 어떻게 그렇게 예쁘고 귀여운 노란색인지 물어보고 있었어요. 아! 맞다. 그리고 달걀 속에 있을 때, 엄마가 보고 싶지는 않았는지도 물어봤어요. 근데 수사님. 이제 저는 달걀은 못 먹을 것 같아요. 달걀 속에서 병아리가 나오는 것을 보았거든요."
꼬마 수사의 진지한 표정에 마르티노 수사는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아이코! 우리 꼬마 수사님이 궁금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구나? 생명과 탄생의 신비는 바라볼수록 신비하고 오묘하지? 가만히 생각해 보니 수사님도 마리오가 생각했던 질문들이 궁금해지는 걸? 그런데 수사님 생각에는 병아리들도 엄마 닭도 마리오의 질문에 쉽게 답해주지는 않을 것 같은데. 어쩌지.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모든 일에는 하느님의 신비로운 손길이 함께 하신다는 것이지. 그리고 하느님은 사랑이시라는 것…."
마리오도 무언가 깨달은 듯 말했다. "아. 저도 한 가지는 알 것 같아요. 하느님 사랑의 손길은 언제나 따뜻하다는 걸요. 수사님들의 마음과 손길이 언제나 따뜻한 것처럼 말이에요."
"그래! 역시 우리 마리오는 수사님들이 마리오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잘 알고 있구나. 그리고 마리오야! 생명의 신비는 시간이 지나고 마리오가 나중에 어른이 될 때쯤이면 알게 될 거야. 모든 게 하느님의 사랑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마르티노 수사는 엄마의 사랑과 엄마의 손길을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는 마리오를 바라보며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마리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 사이 병아리들도 암탉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꼬마 수사님! 우리 새로운 형제들을 환영하는 축하의 노래를 불러줄까?"
"와…! 좋아요. 무슨 노래를 불러주고 싶니?" 마르티노 수사가 기타 줄을 고르며 말했다.
"제가 생각해 둔 노래가 있어요."
"벌써?" 기타 줄을 튕기며 마르티노 수사가 말했다.
"네! 야곱의 축복!"
"오! 좋은데! 자, 그럼 시작해 볼까요! 하나. 둘. 셋. 넷. 너는 담장 너머로 뻗은 나무∽, 가지에 푸른 열매처럼 하느님의 귀한 축복이 삶에 가득히 넘쳐날 거야...."
그날 오후, 닭장에서 마르티노 수사는 기타를 치고 꼬마 수사는 그 작은 손으로 손뼉을 치며 새로 태어난 병아리 형제들을 위해 노래를 불렀다. 저녁기도 전까지.
"너는 담장 너머로 뻗은 나무, 가지에 푸른 열매처럼 하느님의 귀한 축복이 삶에 가득히 넘쳐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