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수사 마리오

봄과 암탉

by 진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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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로 오는 봄은 모든 걸 새롭게 다시 칠하고 있었다. 수도원 주위를 감싸고도는 싱그러운 바람도 따사로운 노란 봄기운을 품고 있었고, 겨우내 수도원 지붕을 덮고 있던 눈이 녹아내리자 빨간 지붕이 기지개를 켰다.


올해 7살이 되는 마리오는 새벽 미사 내내 마음이 닭장에 가 있었다. 수도원 부원장이자 주방 담당 수사인 요셉 수사가 오늘은 병아리를 보게 될 거라고 미리 귀띔을 해주어서였다.


"수사님…."


새벽 미사가 끝나고 묵상 시간이 되자 마리오는 기다렸다는 듯이 요셉 수사의 수도복을 끌어당기며 애원하는 눈빛을 보냈다. 그런 꼬마 수사 마리오의 마음을 눈치챈 요셉 수사가 원장 수사인 베네딕또 수사에게 가서 무언가 청하고 있었다. 묵상 시간에 마리오랑 함께 닭장에 다녀오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있었다. 곧 요셉 수사가 마리오에게 웃음 지으며 손가락으로 ‘오케이’ 신호를 보내자 꼬마 수사는 원장 수사님 달려가 귓속말을 했다.


"사랑해요. 원장님…."


그러자 베네딕또 수사도 마리오에게 귓속말을 했다.


"나도 사랑한단다."


꼬마 수사 마리오는 한껏 들떠있었다. 탄생의 신비는 언제나 하느님 축복이자 경이로움 그 자체다. 요셉 수사는 꼬마 수사에게 끌려가듯 함께 닭장으로 향했다.


사랑이신 하느님께서는 세상의 모든 생명에게 그분의 사랑을 심어주셨단다.


그들이 닭장에 도착하자 많은 수탉과 암탉들이 요셉 수사를 반겼다. 모이를 주는 요셉 수사를 뒤쫓으며 밥 달라고 아우성이다. 그 가운데 유독 암탉 한 마리는 꼼짝하지 않고 있었다. 요셉 수사가 마리오에게 손짓으로 꼬마 수사를 불렀다. 그리고 한 움큼의 모이를 암탉에게 주며 말했다.


"아직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한 것 같구나. 달걀 속의 병아리들에게 시간을 좀 더 주어야겠다."


꼬마 수사가 좀 실망한 듯 물었다.


"그럼. 언제쯤 병아리들을 볼 수 있을까요?"


"암탉이 따뜻하게 알을 품은 지 약 21일이 지나면 기적이 일어나는데. 오늘이 그날이니까. 아마 오늘 저녁기도 전에는 병아리들을 만날 수 있을 거야." 그러면서 요셉 수사는 알을 품고 있는 암탉의 등을 손으로 쓸어주었다. 암탉은 기분이 좋은지 가만히 눈을 감았다.


"와…. 암탉이 가만히 있네요."


"저도 쓰다듬어줄래요."


"그렇게 하렴."


"암탉의 등이 부드럽고 아주 따뜻해요. 그런데 왜? 이 닭은 만져도 가만히 있는 거죠? 다른 닭들은 제가 다가가면 도망가는데." 처음으로 닭의 등을 만져본 꼬마 수사가 신기한 듯 물었다.


"어미의 사랑 때문이란다."


"네? 닭에게도 사랑이 있나요?" 꼬마 수사가 놀란 눈으로 물었다.


"그럼. 사랑이신 하느님께서는 세상의 모든 생명에게 그분의 사랑을 심어주셨단다. 그래서 암탉의 사랑은 때때로 알을 보호하기 위해서 자기의 생명을 내어주기도 한단다. 예를 들면 가끔 닭장에 난 틈으로 족제비나 살쾡이가 와서 자기의 생명을 위협할 때가 있는데. 그렇게 자기의 생명이 위험에 처해도 알을 품고 있는 암탉은 꼼짝도 하지 않고 알을 품속에 품은 채로 죽어가기도 하지."


"슬픈 이야기네요. 하지만, 암탉의 사랑이 예수님의 사랑을 닮았네요. 그래서 제가 이렇게 만져도 가만히 있는 거군요."


요셉 수사는 암탉의 등을 쓸어내리는 꼬마 수사의 눈에서 이유를 알 수 없는 그리움이 고여있는 것을 보았다. 7살 아이의 맑은 눈망울에 고여있는 그리움에는 얼굴도 모르고, 이름도 모르는 엄마를 향한 그리움이 고스란히 녹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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