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단지

한 알의 밀알

by 진동길


# 낭만 고양이 콩

낭만 고양이 콩이 사는 갯마을에 동춘서커스단이 순회공연을 왔다. 이 소식을 들은 검은 고양이 마리와 콩이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콩과 마리는 한달음에 서커스장에 도착했는데, 사람들은 입구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줄이 끝이 없었다.

기다리다 못해 안달이 난 콩이 공연장에 그냥 들어가려고 하였다. 그때 마리가 콩을 말리며 타일렀다.

“어휴, 바보같이! 서커스는 돈을 내고 구경하는 거야.”

그러자 콩이 갑자기 무언가 깨달은 듯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오! 하느님 맙소사! 그냥 보는 데도 돈을 내야 한다고? 난 하루 종일 눈을 부릅뜨고 다녔는데... 세상에 이럴 수가 그럼 여태까지 내가 본 게 다 얼마란 말이야?”

# 봄이 겨울에게

어느 날, 소식도 없이. 꽃을 피우고 새싹을 내는 봄이 사람들이 사는 마을에 찾아왔습니다.

흰색과 검은색 물감만으로 세상을 그려내던 겨울과 달리 봄은 수십 가지의 색깔들로 세상의 꽃과 나무들을 그려내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딱딱하고 날카로우며, 시린 겨울의 붓터치보다 부드럽고 말랑하며 친절한 봄의 붓터치에 환호하며 봄을 맞으려 마을 입구까지 달려 나왔지요.

소외된 느낌을 받은 겨울은 마음이 상했습니다. 함께 겨울눈을 맞으며 눈사람도 만들고 모닥불도 함께 쪼였던 사람들의 모습이 갑자기 돌변하자 겨울은 사람들에게 배신감마저 들었습니다.

하지만 집집마다 봄을 맞이하고 있으니 겨울은 이제 곧 먼 길을 나서야 했습니다.

마을을 떠나는 겨울을 배웅하러 봄이 마을 입구까지 따라 나왔습니다. 그때, 겨울이 봄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며 봄에게 물었습니다.

"어째서 나는 해마다 너에게 자리를 내주어야 하는 걸까? 왜 나는 매번 네가 오면 쫓겨나듯 떠나야 하는 것일까?"

그러자 아직 여리고 앳된 얼굴의 봄이 수줍게 대답했습니다.

"당신의 잘못도 저의 탓도 아니랍니다. 사람들을 사랑하시는 창조주께서 그들과 다시 새로운 계약을 맺으셨기 때문입니다.

# 보라, 그날이 온다.

"보라, 그날이 온다. 주님의 말씀이다.
그때에 나는 이스라엘 집안과 유다 집안과 새 계약을 맺겠다."(예레 31,31.)

당신의 백성을 사랑하시는 하느님께서는 다시 새 계약을 약속하십니다. 이전의 계약은 파기되고 새로운 계약입니다.

"그것은 내가 그 조상들의 손을 잡고 이집트 땅에서 이끌고 나올 때에
그들과 맺었던 계약과는 다르다."라고 하십니다.(32.)

탈출기 때, 광야에서 맺었던 계약을 이스라엘이 깨버렸기 때문입니다. 얼마나 서운하셨던지 "그들은 내가 저희 남편인데도 내 계약을 깨뜨렸다." 하십니다.

그러나 상한 마음을 돌리신 그분이 다시 새로운 계약을 맺으려 하십니다. 새 계약은 이전에 맺었던 계약보다 더 강하고 파기될 수 없는 불가역적인 계약입니다.

이스라엘 집안과 맺은 새 계약은 이러합니다.

"주님의 말씀이다. 나는 그들의 가슴에 내 법을 넣어 주고, 그들의 마음에 그 법을 새겨 주겠다.
그리하여 나는 그들의 하느님이 되고 그들은 나의 백성이 될 것이다."(33.)

새로운 계약은 또 이런 단서 조항이 있습니다. "나는 그들의 허물을 용서하고, 그들의 죄를 더 이상 기억하지 않겠다."(34.)

이 계약은 매번 당신을 배신했던 자녀들을 용서하고 정결하게 하는 약속이 포함된 계약이며, 스스로 제물이 되신 약속으로 영원히 깨지지 않는 계약입니다.

# 밀알 하나

이 영광스러운 구원의 계약이 완전하게 선포되기까지 희생제물이 필요했습니다. 때가 이르자 예수님께서 말씀하시지요.

“사람의 아들이 영광스럽게 될 때가 왔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요한 12,23-24.)

복음사가들은 이구동성으로 한결같이 말합니다. 사람들이 구원자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하고 믿지 못하는 원인을 “눈이 멀었고 마음이 무뎌져서”라고 말이지요. (마태 13,15; 마르 16,14; 루카 8,10; 요한 12,40)

망가지고 무뎌진 감각이 새로운 봄을 맞이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주위를 돌아보면 감사할 일들뿐입니다.

돌아보면 누군가의 배려와 도움, 희생과 사랑이 남기고 간 열매들로 가득합니다. 밀알 하나가 수많은 열매를 남긴 것입니다. 후손에게 가장 귀하고 소중한 사랑의 열매도 신앙입니다.

데일 카네기는 이런 말을 남겼지요. "나는 신발이 없음을 한탄했는데, 거리에서 발이 없는 사람을 만났다."

신발이 없음을 한탄하기보다 누군가의 발이 될 수 있기를. 그리스도처럼 누군가에게 한 알의 밀알이 될 수 있기를. 누군가에게 구원자로 기억되기를 기도합니다.

#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 / 박용재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
저 향기로운 꽃들을 사랑한 만큼 산다
저 아름다운 목소리의 새들을 사랑한 만큼 산다
숲을 온통 싱그러움으로 만드는 나무들을 사랑한 만큼 산다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
이글거리는 붉은 태양을 사랑한 만큼 산다
외로움에 젖은 낮달을 사랑한 만큼 산다
밤하늘의 별들을 사랑한 만큼 산다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
홀로 저문 길을 아스라이 걸어가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나그네를 사랑한 만큼 산다
예기치 않은 운명에 몸부림치는 생애를 사랑한 만큼 산다
사람은 그 무언가를 사랑한 부피와 넓이와 깊이만큼 산다
그만큼이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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