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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s2
by
진동길
Mar 29. 2021
# 기분 나쁘게 흐린 날
황사가 만들어낸 기분 나쁜 흐릿함은 감정까지 먹칠한다. 신비롭고 마음을 차분하게 하는 안개 낀 날의 감정과 다른 감정이다.
무조건 피하고 싶고 거부하고 싶은 날이다. 내 탓이 아니라면 더욱 그렇다.
인생에도 황사가 자욱한 날들이 태반이었다. 날 생선 같던 사랑도 뻣뻣하게 굳게 하는 기분 나쁜 날들. 본래 선한 마음조차 황사 같은 감정들 때문에 시야가 흐려졌던 날들.
# E=ms2의 법칙
한 사람을 움직이는 '정신적-심리적 가능성'(energy)은 그 사람만의 독특한 '사랑의 방식'(method)과 감정에 대한 '심리적 반응 강도'(strength)의 제곱에 비례하는 것 같다.
E=ms2
여기서
ㆍE = 에너지
ㆍm = 사랑의 방식
ㆍs = 반응 강도
에너지 = 사랑의 방식 × 반응 강도의 제곱
이라는 등식이 성립된다.
# 유다의 E=ms2
제자들과 함께 식탁에 앉으신 예수님께서는 마음이 산란하시어 드러내 놓고 말씀하십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 가운데 한 사람이 나를 팔아넘길 것이다.”
제자들은 누구를 두고 하시는 말씀인지 몰라
어리둥절하여 서로 바라보기만 하였습니다.
제자 가운데 한 사람이 예수님 품에 기대어 앉아 있었는데, 그는 예수님께서 사랑하시는 제자였습니다.
그래서 시몬 베드로가 그에게 고갯짓을 하여,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사람이 누구인지 여쭈어 보게 하였습니다.
그 제자가 예수님께 더 다가가, “주님, 그가 누구입니까?” 하고 물었지요.
예수님께서는 “내가 빵을 적셔서 주는 자가 바로 그 사람이다.” 하고 대답하시며, 빵을 적신 다음 그것을 들어 시몬 이스카리옷의 아들 유다에게 주셨습니다.
유다는 그 빵을 받아먹자마자 악한 생각을 굳히게 되는데, 그때에 예수님께서 유다에게 말씀하십니다.
“네가 하려는 일을 어서 하여라.”
식탁에 함께 앉은 이들은 예수님께서 그에게 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아무도 몰랐습니다.
어떤 이들은 유다가 돈주머니를 가지고 있었으므로 예수님께서 그에게 축제에 필요한 것을 사라고 하셨거나, 또는 가난한 이들에게 무엇을 주라고 말씀하신 것이려니 생각합니다.
# 일그러진 자화상
밖으로 나간 유다는 수석 사제들에게 가서 물어봅니다.
“내가 그분을 여러분에게 넘겨주면 나에게 무엇을 주실 작정입니까?”
그들은 은돈 서른 닢을 유다에게 내주고 그때부터 유다는 예수님을 넘길 적당한 기회를 노립니다.(마태 26,14-16.)
수석 사제들이 유다에게 건네 준 은돈 서른 닢의 가치는 이미 율법에서 이렇게 정의하고 있지요.
“소가 남의 남종이나 여종을 받았으면, 그 주인에게 은 서른 세켈을 갚아야 하고, 소는 돌에 맞아 죽어야 한다.”(탈출 21,32.)
수석 사제들과 유다가 합의한 예수님의 몸값이 소에게 받혀 죽은 종의 몸값 정도라니. 어처구니가 없는 말 같지만, 유다와 수석 사제들의 선택이 그랬습니다.
교통사고 한 번 내자는 심산이라면 너무 비하한 것일까요? 유다에게는 자기 존재의 명운을 걸고 선택할 만큼 중대한 결단이었을 텐데 애처롭고 슬픈 감정이 복받칩니다.
돈 때문만은 아니었겠지요. 한 순간의 잘못된 선택은 아니었겠지요. 오랜 시간 심사숙고한 끝에 내린 행동이었겠지요. 예수님의 죽음을 준비한 끝에 내린 결정이었을 테지요.
인간적인 예수님의 죽음을 준비하는 제자들의 태도는 서로 달랐습니다. 그런데 향유를 준비한 마리아와 어찌 이리 다를까요?
이제 곧 영영 이별할 한 목숨이니. 이제 곧 세상의 삶을 끝낼 죽은 목숨이니. 다시 만날 일 없는 관계이니. 시체 값이라도 받자는 악의적 계산이었을까요?
유다는 분명 예수님을 다시 만날 일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부활을 믿지 않았던 것이지요. 영원한 인격적 만남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버지의 나라를 알고 있는 예수님의 태도는 제자들과 완전히 달랐습니다. 이 모든 현실과 상황들이 마지막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계셨지요.
예수님은 유다가 큰 무리를 대동하고 다가왔을 때에도 그를 “친구”로 부르며 말씀하십니다. “친구야, 네가 하러 온 일을 하여라.”(마태 26,50.)
#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다시 또 누군가를 만나서
사랑을 하게 될 수 있을까
그럴 수는 없을 것 같아
도무지 알 수 없는 한 가지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일
참 쓸쓸한 일인 것 같아
사랑이 끝나고 난 뒤에는
이 세상도 끝나고
날 위해 빛나던 모든 것도
그 빛을 잃어버려
누구나 사는 동안에 한 번
잊지 못할 사람을 만나고
잊지 못할 이별도 하지
도무지 알 수 없는 한 가지
사람을 사랑한다는 그 일
참 쓸쓸한 일인 것 같아 -양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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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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