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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단지
따뜻한 봄날
by
진동길
Apr 9. 2021
# 따뜻한 봄날
어머니, 꽃구경 가요.
제 등에 업히어 꽃구경 가요.
세상이 온통 꽃 핀 봄날
어머니 좋아라고
아들 등에 업혔네.
마을을 지나고
들을 지나고
산자락에 휘감겨
숲길이 짙어지자
아이구머니나
어머니는 그만 말을 잃었네.
봄구경 꽃구경 눈 감아버리더니
한웅큼 한웅큼 솔잎을 따서
가는 길바닥에 뿌리며 가네.
어머니, 지금 뭐하시나요.
꽃구경은 안하시고 뭐하시나요.
솔잎은 뿌려서 뭐하시나요.
아들아, 아들아, 내 아들아
너 혼자 돌아갈 길 걱정이구나.
산길 잃고 헤맬까 걱정이구나.
-김형영, 따뜻한 봄날-
# 가슴으로 느끼는 사랑
가슴으로 먼저 알아차리는 가슴이 있다. 자녀들을 향한 부모님의 가슴이다. 마음으로 먼저 알아차리는 마음이 있다. 일편단심 그 마음이 있다.
그 마음이 슬픈지 기쁜지 두려운지 화가 나 있는지 무조건 알게 되는 자녀들을 향한 부모의 사랑이. 그들의 가슴과 마음속에 살아 있다.
그들의 가슴과 마음은 말보다 눈빛보다 모든 걸 더 빨리 알아버리고 만다. 그래서 슬프다. 그래서 그들의 마음은 늘 짓물러 있고 고랑 져 있다. 그들의 살갗처럼.
고려장 시절. 어머니는 꽃구경 가자는 아들의 말을 고스란히 믿었을까? 죽는 것보다 버려지는 것이 더 고통스럽고 슬픈 그것을 왜 몰랐을까. 모르는 척했겠지.
어쩔 수 없으니. 슬픈 이별과 홀로 버려질 생각에 고랑진 가슴이 찢어지지만, 어머니는 늘 그래왔듯이 아들의 거짓말에 속아준다.
저 아이도 내 가슴처럼 아픈 일일 테니까.
저 아이도 내 마음처럼 하염없이 슬픈 일일 테니까.
혹시 노망난 마음의 부질없는 걱정일 수 있으니.
기쁜 척, 즐거운 척 하자.
그렇게 어머니는
세상이 온통 꽃 핀 봄날
어머니 좋아라고
아들 등에 업혔네.
마을을 지나고
들을 지나고
산자락에 휘감겨
숲길이 짙어지자
아이구머니나
어머니는 그만 말을 잃었네.
행여 했던 마음이 그만 말을 잃었네. 혹시나 정말 꽃구경인 줄 알았던 가슴이 먹먹해지네.
어머니는 눈 앞이 아득해져
봄구경 꽃구경하던 눈을 감아버리더니
한웅큼 한웅큼 솔잎을 따서
가는 길바닥에 뿌리며 가네.
아들이 물었네
어머니, 지금 뭐하시나요.
꽃구경은 안하시고 뭐하시나요.
솔잎은 뿌려서 뭐하시나요.
빨간 핏물이 뒤섞여 목구멍을 채우고 있어
하고 싶은 말 다 못하지만,
아들아, 아들아, 내 아들아
너 혼자 돌아갈 길 걱정이구나.
산길 잃고 헤맬까 걱정이구나.
# 죽을 수 없는 사랑
죽어도,
못 잊을 사랑.
아니 도저히 죽을 수 없는
사랑이
있습니다.
오늘도 그 사랑이 제자들에게 나타났습니다. 처음 만났던 그때와 그날, 그 약속을 기억하라고 오병이어의 의미를 되새겨 보라고.
그 사랑은 오늘도 우리의 식탁에 함께 계십니다. 그 사랑은 이제 침묵 중에 말씀하십니다. 오늘도 나처럼 나누어지고 쪼개어지라고.
그리고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마태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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