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단지

닫힌 문

by 진동길


# 지레 짐작

저마다 사람과 삶을 마주하는 태도는 다양하고 천차만별입니다.

똥인지 된장인지 모를 때.

어떤 이는 "똥인지 된장인지 맛을 봐야 아나?"라고 하며 지레짐작 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똥인지 된장인지 알게 뭐야??"라고 하며 그 문제를 회피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인생의 대부분의 문제들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지레짐작하거나 서둘러 비판하고 판단하는 데서 발생되는 것 같습니다.

근거없는 비판과 판단이 안팎으로 헛것이나 우상숭배를 낳지요. 오해와 수많은 문제가 여기서 발생합니다.

# 근거없는 두려움

그날. 곧 주간 첫날. 저녁이 되자, 제자들은 유다인들이 두려워 문을 모두 잠가 놓고 있었습니다.

제자들이 문을 모두 잠근 이유를 요한은 유다인들이 두려웠기 때문이라고 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말 유다인들이 두려워서 그랬을까요? 정말 그 이유가 유다인들 때문이었을까요?

혹시 여인들이 아침에 알려주었던 뉴스. 즉 예수님께서 다시 일으켜지셨다는 말이 현실로 일어날까 봐 '문을 모두' 잠가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그들 마음의 문까지 말이지요.

죽은 이들의 소생(蘇生, relive, ζάω)은 이미 제자들이 보았습니다.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라자로와 나인이라는 동네에 살던 과부의 아들, 회당장 야이로의 딸 말입니다.

또한 당시 이방인들과 사두가이들이 아니라면 '죽은 이들의 영원한 삶', 마지막 날에 일어날 일, 즉 부활(復活, resurrection, ἀνάστασις)에 대한 믿음은 보편적이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죽은 이들의 부활을 믿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수난과 부활에 대한 가르침을 이미 세 번씩이나 예고하셨던 상황입니다.(마태 16장, 17장, 20장; 마르 8장, 9장, 10장; 루카 9장, 18장.)

또 그분은 자주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다. 나를 믿는 사람은 죽더라도 살고 또 살아서 나를 믿는 모든 사람은 영원히 죽지 않을 것이다."(요한 11,25)라고 직접 말씀하신 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제자들은 걱정입니다. 보고도 믿을 수 없는 많은 기적을 일으키시는 예수님께서 다시 살아나셨다는 소식이 현실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유다인들보다 더 두렵고 걱정스럽습니다.

시몬 베드로는 한 때 예수님께 “스승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라고 고백한 적도 있고, (마태 16장, 마르 8장, 루카 9장) 많은 이들이 그분을 메시아시며 하느님의 아드님이라고 믿고 있던 터였으니.

제자들은 유다인들보다 더 주님을 뵙기가 껄끄러웠을 테지요. 더 두려웠을 것입니다. 그분을 다시 뵐 면목이 없습니다.

#

제자들 마음속 문은 더 단단히 잠겨있었습니다. 육적인 목숨(ψυχή: 프쉬케)을 살리기 위해서 뜻하지 않게 영원한 생명(ζωή: 조에)을 버렸으니까요.

순간의 목숨을 연장하고 싶어서 영원한 생명을 모른 척했고, 버리고 달아났으니, 정말로 그분이 부활하셨으면 큰 일입니다.

제자들이 예수님을 만난 장소. 아니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찾아간 곳은 문이 모두 잠긴 집 안입니다.

그런데 제자들은 거친 풍랑이 이는 바다 한가운데 있는 것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풍랑 속에서 두려워하며 배 안에 갇힌 꼴이었습니다.

제자들 가슴은 믿음과 의심, 절망과 희망, 인간의 나약함과 하느님의 위대함 사이에서 투쟁과 갈등을 겪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주님께서 찾아오십니다. 부활하신 모습으로 오시어 가운데에 서시며,
“평화가 너희와 함께!” 하고 그들에게 말씀하십니다.(요한 20,19.)

이렇게 말씀하시고 나서 그분은 당신의 두 손과 옆구리를 그들에게 보여 주시며, 다시 그들에게 이르십니다.

“평화가 너희와 함께!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보낸다.”

이렇게 이르시고 나서 그분은 다시 그들에게 숨을 불어넣으며(ἐμφυσάω) 말씀하셨습니다.

“성령(πνεῦμα ἅγιος)을 받아라.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 주면 그가 용서를 받을 것이고,
그대로 두면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요한 20,22.)

모든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계시는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영혼이 ‘어두운 밤’에 갇혔다는 것을 알고 계셨습니다.

때문에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 굳게 닫힌 문을 열 수 있는 힘. 어두운 밤에 갇힌 영혼에게 빛이 되는 ‘평화’를 선물합니다.

“평화가 너희와 함께!”

# 닫힌 문을 여는 자

중국의 화웨이는 십여 년 동안 2가지 사내 비밀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첫째는 회사의 영업부서에 영업부장이 없다는 것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비밀의 사무실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런정페이 회장은 회사 직원들에게 8층에 있는 '비밀의 방'에 절대 들어가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 규칙을 사규에 넣었습니다. 회사가 문을 연 이래 많은 직원들이 그 방에 대해 호기심을 보였지만, 문제의 그 방에 들어간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어느 날 한 무리의 신입사원들이 들어왔습니다. 런정페이 회장은 이와 같은 사규를 다시 한번 강조했지요.

하지만 신입사원 중에 '왕스'라는 청년이 그 비밀의 방, 잠겨 있지 않지만, 닫혀 있는 8층 비밀의 방의 문을 열었습니다.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텅 비어 있었습니다. 다만, 중앙에 탁자 하나와 그 위에 종이 한 장이 놓여 있었습니다. 그 종이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런정페이 회장에게 가서 이 종이를 보여라.”

왕스는 종이를 가지고 회장을 찾아갔습니다. 그를 본 회장은 아주 기뻐하면서 말했습니다.

“내가 몇십 년을 기다렸는지 아나? 이제야 용감하게 금지구역을 들어간 사람이 나타났군. 오늘부로 자네를 영업부 부장으로 임명하겠네.”

런정페이 회장은 전 직원회의 때 왕스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왕스는 호기심과 용기 모두를 갖췄습니다. 그는 자신만의 다이아몬드를 찾아낼 것이고, 인생의 에베레스트 산을 정복할 것입니다.”

몇 년 후에, 왕스는 런정페이 회장의 격려 덕분이었는지, 정말로 오늘날 중국 최대의 부동산 회사 '완커'를 차렸고, 중국의 100대 부자 중 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 알렐루야! 알렐루야!

닫힌 문. 우리 마음속. 닫힌 그 문 너머에 예수님께서 계십니다. 부활하신 분이지요. 축복이신 분입니다. 그분은 영원한 은총이시고 영원한 우리 사랑이십니다.

육신의 문뿐만 아니라 마음의 문. 하늘의 문을 이번 부활과 함께 활짝 열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이미 그분은 우리 안에 계십니다. 다만 우리가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여 환대하지 못하고 있을 뿐입니다.

영원한 생명의 주님께서 부활하셨습니다. 알렐루야. 알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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