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단지

나는 무엇인가?

by 진동길


# 나는 누구? 여기는 어디?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싶을 땐 그의 가방 속을 들여다보고 그의 휴대폰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고 하지요.

그가 누구이고 어디에 살며, 누구랑 친하고 심지어 좋아하는 음식과 옷, 장소와 그의 꿈과 희망까지도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좀 소름 돋는 이야기네요. 나만의 사생활이 타인에게 보여지고 읽혀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분 나쁠 수 있는데요.

바꾸어 생각해 보면 긍정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나를 성찰하고 내가 누구인지 알고 싶을 때, 또 고독과 절망 가운데 혼자라고 생각될 때, 여러분의 가방 속에 잠자고 있는 것들을 흔들어 깨워보세요.

가끔은 내 가방 속을 들여다보고 내 발목을 붙잡고 있는 것들과 부정적인 에너지를 일으키는 것들을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내게 힘이 되고 긍정적인 기운을 불어넣는 것들만 남겨놓은 채 말이지요.

하지만 조심하세요. 혹여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것들까지 버리게 될 수도 있으니까.

가방을 열어 내가 누구인지 다시 확인하게 되면 잊지 마세요. 이 소중한 것들을 주신 하느님과 이웃들에게 감사와 찬미를 드릴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 신앙의 어두운 밤에

갈릴래아로 돌아가라는 말씀을 가슴속에 간직했던 제자들은 처음 주님을 만났고 그분의 부르심을 들었던 갈릴래아로 갔습니다.

그곳에서 다시 사랑을 시작할 수 있을까요? 친구처럼 다정한 사람. 때로는 큰 가르침으로 제자들의 삶을 지휘하던 사람. 티격태격하기도 했지만, 언제나 먼저 다독여주고 올바른 길로 안내해 주던 동반자. 무조건 내편을 들어주는 신뢰할 수 있었던 사람.

제자들은 그 사람을 며칠 전에 잃었습니다. 안내자를 잃고 갈 곳을 잃었습니다. 다행히 여인들이 전해준 복음대로 갈릴래아로 오긴 왔는데. 여전히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 φανερόω: 계시하다, 알게 하다, 보여주다

그런데 오늘 예수님께서 티베리아스(갈릴래아) 호숫가에서 다시 제자들에게 당신 자신을 드러내셨는데(φανερόω), 이렇게 드러내셨습니다.(φανερόω)

시몬 베드로와 ‘쌍둥이’라고 불리는 토마스,
갈릴래아 카나 출신 나타나엘과 제베대오의 아들들, 그리고 그분의 다른 두 제자가 함께 있었습니다.

인생의 지휘자. 멘토. 가장 친한 벗을 잃은 그들은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하고 있을 때였지요. 자신이 누구인지 모를 때, 사람들은 익숙한 일, 자신 있는 일을 하며, 자기 자신을 확인하게 되지요.

성질 급한 시몬 베드로가 먼저 그들에게 “나는 고기 잡으러 가네.” 하고 말합니다. 항해사를 잃은 배처럼 앞으로 가야 할 길, 해야 할 일을 모르고 있었던 다른 제자들도 “우리도 함께 가겠소.” 하였습니다.

그렇게 그들이 밖으로 나가 배를 탔지만 그날 밤에는 아무것도 잡지 못했습니다. 주님이 계시지 않은 밤바다는 칠흑 같았습니다. 절망 가운데에서 어두운 밤은 실패와 좌절만 안겨주었습니다. 제자들에게 그날 밤은 빛을 잃었던 밤을 상기시켜 줄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덧 아침이 될 무렵이었지요. 그분께서 자신을 드러내셨습니다. 예수님께서 물가에 서 계셨습니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말이지요. 그러나 제자들은 그분이 예수님이신 줄을 알지 못했습니다. 분명 그들과 함께 밤새 거기에 계셨을 거예요. 하지만 제자들은 몰랐습니다. 거기에 있던 그 이가 그분이셨음을.

마침내 때를 기다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얘들아, 무얼 좀 잡았느냐?” 하시고 물어오십니다.

그들이 대답하였지요. “못 잡았습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시지요. “그물을 배 오른쪽에 던져라. 그러면 고기가 잡힐 것이다.”

그래서 제자들이 그물을 던졌더니, 고기가 너무 많이 걸려 그물을 끌어올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제야 예수님께서 사랑하신 그 제자가 베드로에게 “주님이십니다.” 하고 말해주었습니다. 그 제자는 밤새 예수님을 처음 만났던 그날을 추억하고 있었을 테지요.

처음 그분을 만났던 곳도 지금 여기였습니다. 그날에도 아무것도 얻을 수 없었습니다.

그날에도 시몬은 “스승님, 저희가 밤새도록 애썼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스승님의 말씀대로 제가 그물을 내리겠습니다.” 하고 대답하였고.(루카 5,5.)

그날에도 그분의 말씀대로 그렇게 하자 그들은 그물이 찢어질 만큼 매우 많은 물고기를 잡게 되었지요.(루카 5,6.)

그날에도 예수님께서 시몬에게 이르셨습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이제부터 너는 사람을 낚을 것이다.”(마태 4,19; 마르 1,17; 루카 5,10.)

그날 제자들은 배를 저어다 뭍에 대어 놓은 다음,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었지요.(마태 4,22; 마르 1,20; 루카 5,11.)

주님이시라는 말을 듣자, 옷을 벗고 있던 베드로는 겉옷을 두르고 호수로 뛰어들었습니다.

그제야 베드로는 주님과 함께 했던 모든 일들이 떠올랐고 자기의 소명을 다시 깨달아 알게 되었습니다.

# 먹이시고 살리시는 분을 다시 보라.

그들이 뭍에 내려서 보니, 숯불이 있고 그 위에 물고기가 놓여 있고 빵도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방금 잡은 고기를 몇 마리 가져오너라.”

그러자 시몬 베드로가 배에 올라 그물을 뭍으로 끌어올렸습니다. 그 안에는 큰 물고기가 백쉰세 마리나 가득 들어 있었지요.

세상에나! 놀랍게도 그물에는 세상에 살아 있는 온갖 물고기가 종류별로 다 들어있었습니다. 이름도 모르고 생김새도 처음 보는 물고기들도 있었습니다. 더 신기한 일은 고기가 그토록 많은데도 그물이 찢어지지 않았습니다.

제자들이 주님을 뵙고 어쩔 줄 몰라하는데,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와서 아침을 먹어라.” 하고 말씀하셨지요.

제자들 가운데에는 “누구십니까?” 하고 감히 묻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분이 분명 주님이셨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다가가셔서 빵을 들어 그들에게 주시고 고기도 그렇게 주셨는데, 제자들은 그 순간 물고기 두 마리와 빵 다섯 개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이들을 먹이셨던 그날이 떠올랐습니다.

그날에도 사람들은 모두 배불리 먹었고, 남은 조각을 모으니 열두 광주리나 남았었지요.(마태 14,20; 마르 6,43; 루카 9,17; 요한 6,13.)

그날에도 사람들은 예수님께서 일으키신 표징을 보고, “이분은 정말 세상에 오시기로 되어 있는 그 예언자시다.” 하고 말했었지요.(요한 6,14.)

이렇게 예수님께서는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나신 뒤에 세 번째로 제자들에게 나타나셨(φανερόω)습니다.(요한 21,14.)

모든 일의 시작이시고 완성하시는 당신께서 언제나 함께 있다는 것을 다시 깨닫고 잊지 않기를 바라시는 그 바람과 사랑이 제자들 앞에 나타난(φανερόω) 것이었습니다.

그분처럼 쪼개어지고 나누어져서 다시 부활하기를 원하시는 그 바람과 사랑이 오늘 성찬의 전례로 다시 나타난(φανερόω)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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