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서 다시 사랑을 시작할 수 있을까요? 친구처럼 다정한 사람. 때로는 큰 가르침으로 제자들의 삶을 지휘하던 사람. 티격태격하기도 했지만, 언제나 먼저 다독여주고 올바른 길로 안내해 주던 동반자. 무조건 내편을 들어주는 신뢰할 수 있었던 사람.
제자들은 그 사람을 며칠 전에 잃었습니다. 안내자를 잃고 갈 곳을 잃었습니다. 다행히 여인들이 전해준 복음대로 갈릴래아로 오긴 왔는데. 여전히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 φανερόω: 계시하다, 알게 하다, 보여주다
그런데 오늘 예수님께서 티베리아스(갈릴래아) 호숫가에서다시 제자들에게 당신 자신을 드러내셨는데(φανερόω), 이렇게 드러내셨습니다.(φανερόω)
시몬 베드로와 ‘쌍둥이’라고 불리는 토마스, 갈릴래아 카나 출신 나타나엘과 제베대오의 아들들, 그리고 그분의 다른 두 제자가 함께 있었습니다.
인생의 지휘자. 멘토. 가장 친한 벗을 잃은 그들은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하고 있을 때였지요. 자신이 누구인지 모를 때, 사람들은 익숙한 일, 자신 있는 일을 하며, 자기 자신을 확인하게 되지요.
성질 급한 시몬 베드로가 먼저 그들에게 “나는 고기 잡으러 가네.” 하고 말합니다. 항해사를 잃은 배처럼 앞으로 가야 할 길, 해야 할 일을 모르고 있었던 다른 제자들도 “우리도 함께 가겠소.” 하였습니다.
그렇게 그들이 밖으로 나가 배를 탔지만 그날 밤에는 아무것도 잡지 못했습니다. 주님이 계시지 않은 밤바다는 칠흑 같았습니다. 절망 가운데에서 어두운 밤은 실패와 좌절만 안겨주었습니다. 제자들에게 그날 밤은 빛을 잃었던 밤을 상기시켜 줄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덧 아침이 될 무렵이었지요. 그분께서 자신을 드러내셨습니다. 예수님께서 물가에 서 계셨습니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말이지요. 그러나 제자들은 그분이 예수님이신 줄을 알지 못했습니다. 분명 그들과 함께 밤새 거기에 계셨을 거예요. 하지만 제자들은 몰랐습니다. 거기에 있던 그 이가 그분이셨음을.
마침내 때를 기다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얘들아, 무얼 좀 잡았느냐?” 하시고 물어오십니다.
그들이 대답하였지요. “못 잡았습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시지요. “그물을 배 오른쪽에 던져라. 그러면 고기가 잡힐 것이다.”
그래서 제자들이 그물을 던졌더니, 고기가 너무 많이 걸려 그물을 끌어올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제야 예수님께서 사랑하신 그 제자가 베드로에게 “주님이십니다.” 하고 말해주었습니다. 그 제자는 밤새 예수님을 처음 만났던 그날을 추억하고 있었을 테지요.
처음 그분을 만났던 곳도 지금 여기였습니다. 그날에도 아무것도 얻을 수 없었습니다.
그날에도 시몬은 “스승님, 저희가 밤새도록 애썼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스승님의 말씀대로 제가 그물을 내리겠습니다.” 하고 대답하였고.(루카 5,5.)
그날에도 그분의 말씀대로 그렇게 하자 그들은 그물이 찢어질 만큼 매우 많은 물고기를 잡게 되었지요.(루카 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