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단지

부활은 사랑입니다

by 진동길

# 그대가 먼저 내게로



꽃이
그 향기처럼

나비보다
벌보다
또 별빛보다
먼저 피어났습니다.

그대가
그 웃음처럼

내 꿈보다
내 소망보다
또 내 그리움보다
먼저 내 마음을 열었습니다.

사랑이
봄바람처럼

내 걸음보다
내 생각보다
또 내 마음보다
먼저 다가왔습니다.

언제나 그대가 먼저
내게로
왔습니다.

# 그분의 현존

예수님께서는 부활하신 후, 여섯 번이나 당신의 모습을 드러내셨는데요.

1. 마리아 막달레나에게(마르 16장; 요한 20장)

2. 여인들에게(마태 28장)
3. 엠마오 두 제자와 베드로에게(루카 24장)
4. 문 잠긴 방 제자들에게(요한 20장)
5. 여드레 뒤 제자들과 토마스에게(요한 20장)
6. 티베리아스 호수의 일곱 제자에게(요한 21장)

그중에 문 잠긴 방(밤). 제자들에게 나타나셨을 때 일을 루카와 요한이 같이 전하고 있는데요. 루카는 당시 정황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전해줍니다.

# 부활의 증인이 되라고

그날 곧 주간 첫날 저녁이 되자, 제자들은 유다인들이 두려워 문을 모두 잠그고 길에서 겪은 일과 빵을 떼실 때에 그분을 알아보게 된 일을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가장 적절한 때에 당신의 현존을 드러내시어 그들이 보고 들었던 일들이 사실임을 명확히 하시려 하십니다.

그리고 그들이 이러한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예수님께서 오시어 가운데에 서시지요.

그런데 막상 예수님의 모습을 현실에서 마주한 제자들의 반응은 안타깝게도 마리아와 극적인 대비를 보여줍니다.

그들은 너무나 무서워(πτοέω) 했고, 또 두려워(ἔμφοβος) 했습니다. 마치 유령(πνεῦμα, spirit, 영혼)을 보는 줄로 생각했습니다."(루카 24,37.)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반응을 예상하신 듯 곧이어 말씀하십니다.

"평화가 너희와 함께! εἰρήνη σύ" (에이레네 쉬)

그러나 무섭고 두려운 나머지 놀란 마음과 표정은 감출 수 없지요.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십니다.
“왜 놀라느냐? 어찌하여 너희 마음에 여러 가지 의혹이 이느냐? 내 손과 내 발을 보아라. 바로 나다. 나를 만져 보아라. 유령은 살과 뼈가 없지만, 나는 너희도 보다시피 살과 뼈가 있다.”

이렇게 말씀하시고 나서 그들에게 손과 발을 보여 주십니다.

그제야 그들은 너무 기쁜 나머지 아직도 믿지 못하고 놀라워하는데, 이어서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십니다.

“여기에 먹을 것이 좀 있느냐?”

그들이 구운 물고기 한 토막을 드리자, 예수님께서는 그것을 받아 그들 앞에서 잡수시면서 말씀하시지요.

“내가 전에 너희와 함께 있을 때에 말한 것처럼,
나에 관하여 모세의 율법과 예언서와 시편에 기록된 모든 것이 다 이루어져야 한다.

성경에 기록된 대로, 그리스도는 고난을 겪고 사흘 만에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나야 한다.

그리고 예루살렘에서부터 시작하여,
죄의 용서를 위한 회개가 그의 이름으로 모든 민족들에게 선포되어야 한다. 너희는 이 일의 증인이다.”

# 두려움과 의심을 버리고 사랑하라

두려움과 의심의 힘은 온갖 좋은 것마저 어둡고 날카롭고 거칠게 만들어놓는 것 같습니다.

하느님께로부터 오는 기쁨의 성령(πνεῦμα, 숨, 호흡)까지도 무서워(πτοέω) 하게 하고 또 두려워(ἔμφοβος)하게 하니 말이지요.

'의심이 생기면 귀신이 생긴다'는 말이 있지요. '의심암귀(疑心暗鬼)'라고 합니다.

원말은 의심생암귀(疑心生暗鬼)로 의심이나 선입견으로 인한 판단 착오를 비유할 때 쓰는 말인데요. -열자(列子) 설부편(說符篇)-

어떤 사람이 도끼를 잃어버렸습니다. 도둑맞았다는 생각이 들자, 이웃집 아이가 수상쩍었습니다.

그의 걸음걸이를 보아도 그렇고, 안색을 보아도 그렇고, 말투 또한 영락없는 도끼 도둑이었지요.

그렇게 며칠 후, 그는 밭두렁에서 도끼를 찾게 됩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웃집 아이를 만나게 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의 거동이 조금도 수상쩍어 보이지 않았습니다.

언제나 주님의 평화를 빕니다. 그리고 의심을 버리고 우리를 향해 오시는 그분의 사랑을 믿을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언제나 내 생각과 내 마음과 내 사랑보다, 그분이 먼저 다가오십니다. 부활은 사랑입니다. 부활은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사랑입니다.

언제나 나보다 먼저 오시는 주님의 사랑의 현존이 부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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