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동길 May 12. 2021

소금단지

영과 혼과 몸 1



“내가 너희에게 할 말이 아직도 많지만 너희가 지금은 그것을 감당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분 곧 진리의 영께서 오시면 너희를 모든 진리 안으로 이끌어 주실 것이다.

그분께서는 스스로 이야기하지 않으시고 들으시는 것만 이야기하시며, 또 앞으로 올 일들을 너희에게 알려 주실 것이다."(요한 16,12-13.)

# 성령

"영은 생명을 준다. 그러나 육은 아무 쓸모가 없다. 내가 너희에게 한 말은 영이며 생명이다."(요한 6,63.)

"성서에서 성령에 대하여 사용한 단어는 고유한 형태가 아닌 무정형(無定型)의 단어로서 바람[風] 또는 숨, 입김[氣息]을 뜻하는 Ruah(히브리어), Pneuma(그리스어), Spiritus(라틴어) 등의 단어들이 사용되고 있다."  -가톨릭 대사전-

거룩한 영 [רוּח(루아흐), πνεύμα(프네우마), Spirit, essence]

성경을 읽고 묵상할 때, 우리가 흔히 범하게 되는 오류의 대부분은 해석에서 시작되지요. 그중에 영혼, 혹은 영과 혼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선 '루아흐'부터 살펴보겠습니다. 히브리어 루아흐는 그리스 말로는 πνεύμα입니다. 영어로는 spirit입니다. 다른 뜻으로는 '생기生氣(sparkle), 바람(wind), 호흡(숨 쉬다, breath), 입김을 뜻하는데요. 특히 성경에서 하느님의 영이신 '성령'을 표현할 때 루하라고 합니다.

혹시 이미 느끼신 분들도 계실 텐데요. 한 단어에 무슨 뜻이 이렇게 많을까요? 언어의 문제는 보이지 않는 것을 애써 전달하고자 할 때, 오류가 시작된다는 점인데요. 그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나타납니다. 표현의 오류와 해석의 오류입니다.  이 오류들의 간격을 어떻게 하면 좁힐 수 있을까 고민하다 보니 오히려 다의적인 표현을 쓸 수밖에 없는데요. 언어 표현과 전달의 역설이 아닐 수 없지요.

오늘 우리가 살펴볼 루아흐라는 말. 구약성경에서는 378회 사용된 여성명사입니다. 엄밀한 의미로 루아흐는 '하느님의 영'입니다. 그런데 하느님의 영이 딱 이렇다고 단정 지어 말할 수 없다 보니 성경에서는 루아흐라는 한 단어로 378회 이상을 사용했습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겠지만, 하느님의 영은 수많은 사람들이 수 없이 많은 상황에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느낌과 감정으로 체험했을 텐데요. 때문에 언어는 필연적으로 다의적일 수밖에 없겠지요.

아무튼 성경에서 루아흐라는 말은 물리적인 의미를 담아 표현할 때, 숨, 입김, 바람, 공기의 흐름을 연상할 수 있도록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루아흐의 깊고 풍부한 의미를 다 표현할 수는 없었지요.

왜냐하면 성경은 물리적이고 눈에 보이는 인류의 역사 안에서 보이지 않는 성령의 힘을 선포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우리는 성경을 역사와 다르게 대하지요.

왜요? 성경에서 말하는 물리적인 표현과 표상, 상징, 예표들 속에는 더 많은 이야기. 더 많은 메시지가 풍부하게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루아흐라는 말을 단순히 물리적인 의미로 숨이나 입김, 바람이나 공기의 흐름으로만 해석할 수 없습니다.

히브리인들에게 루아흐라는 말은 물리적 의미를 넘어서 인간 안에 살아 있는 힘이었고 생명의 원리이었으며 지식과 감정의 자리일 뿐만 아니라 창조주의 생명의 힘(생기生氣, sparkle)으로 체험되었기 때문이지요.

신약에서도 창조주이시고 성령이신 하느님은 루아흐를 통해 활동하시기에 그리스도 안에서 그리스도와 함께 육체적으로나 '영적으로' 아버지의 일을 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성경에서 루아흐는 육신과 무관한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영으로서 인간의 몸에서는 생기 그 자체였습니다.

성경 안에서 루하רוּחַ가 어떻게 쓰였는지 몇 가지 예를 들어볼까요.
 
창세기 1,2 "땅은 아직 꼴을 갖추지 못하고 비어 있었는데, 어둠이 심연을 덮고 하느님의 영이 그 물 위를 감돌고 있었다."

"over was hovering of God And the Spirit of the waters the face" -The Berean Study Bible-

미국 주교회의의 미사 전례에 사용하는 NAB(New American Bible)에서는 "while a mighty wind swept over the waters."라고 하며, 루아흐를 'a mighty wind'라고 번역하고 있습니다. 이때 '강한 바람'은 구약에서 자주 하느님의 현존을 표시하지요.

또 창세기 6,17 "이제 내가 세상에 홍수를 일으켜, 하늘 아래 살아 '숨 쉬'는 모든 살덩어리(בָּשָׂר, 바사르, 육체)들을 없애 버리겠다."

"heaven from under of life the 'breath'"-The Berean Study Bible.

여기서도  רוּחַ חַי(하이 루아흐)가 '살아 숨 쉬는'의 뜻이며 , NAB(New American Bible)도 마찬가지로 רוּחַ חַי(하이 루아흐)를 the breath of life로 번역했습니다.

여기서 숨은 하느님의 숨이며, 만물을 살아가게 하는 숨이자 창조 때의 하느님의 입김이지요.

또 이사야 42:1 "내가 그에게 나의 나의 영(ר֣וּחַ)을 주었으니 그는 민족들에게 공정을 펴리라."

NAB(New American Bible)에서 루아흐는 spirit이라고 번역했습니다. 일반적으로 구약에서 하느님의 영은 하느님의 정신, 하느님의 힘으로 이해했기 때문입니다.

다음에는 영혼이라는 말 중에서 '혼’[נֶפֶשׁ(네페쉬), ψυχή(프시케), soul]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소금단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