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하느님께서 친히 여러분을 완전히 거룩하게 해 주시기를 빕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재림하실 때까지 여러분의 영과 혼과 몸을 온전하고 흠 없이 지켜 주시기를 빕니다."(1테살 5,23.)
오랜 시간 그리스도교는 인간을 영•혼•육으로 바라보는 삼부구조설과 영혼•육으로 바라보는 이부구조설의 논쟁이 이어지고 있지요. 물론 가톨릭 교부들 사이에서도 오랜 시간의 논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교부들의 설은 니체아 공의회 뒤 거의 없어지고, 니사의 그레고리오와 성 아우고, 네메시우스(Nemesius, 4세기)와 증거자 성 막시모(St. Maximus Confessor, 6세기)에 이르러 이미 중세 스콜라 철학적인 영육의 이부구조적인 인간관이 형성됩니다.
그러나 성경의 원문과 사도 바울로는 심령(Spirit)과 영혼(soul)과 육신(body)의 삼부구조적인 인간관을 데살로니카인들에게 가르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가 강조하는 심령(spiritus)은 영혼의 자연적인 생활과 대조적으로 초자연적인 생명을 가리키는 것으로 영혼과 육신의 자연적인 생명에 성령의 영을 받은 심령을 역설하는 종교적인 인간관을 설파한 것으로 이해해야겠습니다. -참조: 가톨릭 대사전 영혼편 중에서-
그런데도 이 글에서 굳이 영과 혼과 몸을 나누어 살펴보는 이유는 창조주이시고 구세주이시며 성화주이신 하느님의 영이 전달해주는 “은총"(gratia)과 “은사"(charisma), 또는 “선물"(donum)을 우리가 더 깊이 있게 묵상하고 맛보기 위해서라는 점을 밝힙니다.
사제의 영은 창조주이신 성부와 구세주이신 그리스도와 함께 다스리시고 섭리하시는 성령의 주권을 선포할 뿐이며, 신자들이 영원하신 말씀과 더 가까워지고 올바로 받아들일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 영=성령
"영πνεῦμά은 생명ζωοποιοῦν을 준다. 그러나 육σὰρξ은 아무 쓸모가 없다. 내가 너희에게 한 말ῥήματα은 영πνεῦμά이며 생명ζωή이다."(요한 6,63.)
어제는 우리가 흔히 하는 말 영혼靈魂이라는 말에서 '영'이라는 말, 루아흐(רוּחַ)가 구약의 언어인 히브리어로 루아흐(רוּחַ)이자 신약의 희랍 말로는 πνεύμα이고 오늘날 영어로는 Spirit이며, 다른 뜻으로는 '생기生氣(sparkle), 바람(wind), 호흡(숨 쉬다, breath), 입김을 뜻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특히 성경에서 '영'은 하느님의 영이신 '성령'을 표현할 때 루아흐(רוּחַ)로 표현되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신약에서 루아흐(רוּחַ)가 이제 그리스말로 프네우마 πνεῦμά라고 쓰이고 성경에서 379회 쓰였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가톨릭 대사전에서는 생혼生魂과 각혼覺魂, 그리고 영혼의 차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는데요.
"식물의 경우 통일적으로 질서를 세워주고 지도받게 하는 힘이 '생혼'生魂의 차원이라면, 동물은 순감각적인 '각혼'覺魂이다.
이는 사람이나 동물이 감각하는 힘을 말한다. 그런데 이 각혼은 생혼(生魂)이나 영혼(靈魂)과는 구분된다.
각혼이 동물의 혼(魂)이라면, 생혼은 식물의 혼(魂)으로서 식물적인 기능의 원천을 말한다."-가톨릭 대사전-
# 구원받은 혼=영혼 [라]anima [영]soul
그렇다면 인간의 영혼은 무엇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인간의 영혼은 성령과 하나 된 인간의 혼입니다. 거룩한 영에 의해 구원받은 혼이지요.
"영혼이란 하느님으로부터 인간에게 주어진 영적인 실체를 말한다. 인간의 개별적이요 영적인 혼은 '영혼'인 것이다."-가톨릭 대사전-
다르 게 말하면 영(하느님의 영)과 하나 된 인간의 영적인 혼(영적인 실체)입니다.
그러므로 가톨릭 교리서는 영혼에 대해서 이렇게 말합니다.
"하느님의 모습으로 지어진 ‘인간’은 육체적이며 동시에 영적인 존재이다. “주 하느님께서 흙의 먼지로 사람을 빚으시고, 그 코에 생명의 숨을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명체가 되었다.”(창세 2,7)는 성경의 이야기는 바로 이러한 사실을 상징적 언어로 설명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는 전체적인 인간을 원하신 것이다.
영혼이라는 말은 성경에서 종종 인간의 생명이나 인격 전체를 의미한다. 그러나 이 말은 또한 인간의 가장 내밀한 것, 가장 가치 있는 것을 가리킨다. 그리고 특히 인간은 그것을 통해서 하느님의 모습을 지니게 된다. ‘영혼’은 인간의 영적 근원을 가리킨다." -교리서 362-363.-
좀 더 달리 표현하자면 인간의 영혼(영+혼)은 성령에 힘 입고, 어머니 태중에서 인간의 생명을 입는 순간 성령과 하나라는 의미입니다. 그러므로 인간은 생혼과 달리 어머니 태중에서 때부터 영혼을 지닌 생명이 되는 것이지요.
"때때로 영혼은 ‘영’과 구별되어 쓰이는 것을 볼 수 있다. 바오로 사도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재림하실 때까지 우리의 영과 혼과 몸이 온전하고 흠 없이”(1테살 5,23) 지켜지기를 기도한다.
교회는 이러한 구분이 영혼을 둘로 나누는 것이 아님을 가르친다. ‘영’이란 인간이 그 창조 때부터 자신의 초자연적인 목표를 향하고 있음을 의미하며, ‘영혼’은 은총으로 하느님과 친교를 이룰 수 있음을 의미한다." -교리서 367.-
이 말의 의미는 가톨릭 교회는 창조설(creationism)을 교회의 정통 사상으로 받아들이고, 인간의 육신과 영혼(성령과 하나가 된 혼)이 하느님의 창조물이라는 점을 교리로 확증하고 선포하는 말이지요.
즉 하느님의 모상으로 태어난 존재인 인간이 이미 사랑의 영으로부터 많은 은총을 받고 있으며, 마침내 사랑의 영과 하나 될 가능성도 있음을 선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