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수사 마리오

자동차 정비

by 진동길


"안녕하세요... 저기 혹시 근처에 신자분이 운영하시는 카센터가 없을까요? 부산까지 돌아가야 하는데 간단하게 정비를 해야 할 것 같아서요." 운전을 하던 글라라 수사가 갈산동 수도원 성당의 주차관리와 성당 관리를 맡아하시는 관리장 어른에게 물었다.


"예... 수사님. 아까 나누어주신 상추는 잘 먹겠습니다. 부산에 온 상추라서 그런지 더 맛있게 보였어요. 카센터는 성당 정문 바로 옆에 있어요. 지금 시간이 7시인데... 이쪽으로 오세요... 문을 닫지 않았나 모르겠네요." 꼬마 수사는 성당의 얼굴이나 마찬가지인 연세 지긋한 할아버지의 미소가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카센터는 막 셔터 문을 닫고 있었다. "어이... 어이... 막시모! 어이... 잠깐만...!"


닫혔던 카센터의 셔터문이 다시 열리고, 관리장 어른과 카센터 사장이 서로 무슨 이야기를 주고받는가 싶더니 글라라 수사가 운전하는 프라이드 차로 카센터 사장이 다가왔다.


"수사님 안녕하세요. 막 문을 닫으려 했는데... 일단 차를 카센터 안으로 옮겨주세요."


"늦은 시간에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차에 문제가 생긴 것 같아서요." 글라라 수사가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어디 봅시다... 허허... 돌아가시던 길 위에서 퍼질 뻔했네요... 쯪쯪... 큰 일 날 뻔했습니다. 차를 어떻게 관리하셨길래 이지경까지..." 엔진 오일을 점검하던 카센터 사장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수사님 퍼질 뻔했다는 말이 무슨 뜻이에요?" 꼬마 수사가 안절부절못하는 글라라 수사에게 물었다.


"응... 여러 가지 상황에 쓰이는 말인데... 일반적으로는 '지치거나 힘이 없어서 바닥에 아무렇게나 눕다'라는 뜻인데... 지금 이 차의 상태가... "


"고마 고속도로 위에서 죽을 뻔했다는 거지요. 자동차도 사람도..."


무슨 일이든 상황이 안 좋아지면 자기 탓으로 돌리는 글라라 수사가 우물쭈물 퍼질 뻔했다는 말을 설명하고 있는데, 중간에 끼어든 카센터 사장의 말이 꼬마 수사를 겁에 질리게 했다.


"자동차를 이렇게 함부로 부리시면 자동차 수명도 단축되고 큰 사고로 이어집니다. 자동차도 사람하고 같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엔진 오일이 거의 없네요... 자동차 엔진이 딱 죽기 직전입니다. 자동차 바퀴 발란스도 안 맞고 각종 필터도 언제 갈았는지 새까맣습니다. 자동차가 억지로 굴러가고 있었네요. 이 자동차는 고마 종합병원입니다. 여기저기 손봐야 할 곳이 한 두 군데가 아닙니다. 돌아가시다가 완전히 돌아가실 뻔했어요."


"꼬마 수사도 있는데, 말씀이 좀 지나치신 거 같습니다." 죄책감을 부추기는 카센터 사장의 말에 안절부절 못 하던 글라라 수사가 용기를 내어 한마디 했다.


"저는 차 얘기를 하는 겁니다. 차도 함부로 하면 언제 퍼질지 몰라요. 차를 보면 주인을 알 수 있지요. 주인의 성격 따라 차도 바뀌거든요. 자동차를 오래 수리하다 보면 별의별 자동차를 다 만납니다. 근데 가만히 보면 자동차는 주인 닮아 있더라고요.


이 타이어를 보세요. 억수로 거칠지요. 쥐가 파먹은 것처럼... 급발진 급정지를 했다는 증거지요. 주인의 성격이 딱 보입니다."


"이 사람아 적당히 해... 수사님이 뭘 아시겠는가... 수사님이 이해하세요." 옆에서 함께 듣고 있던 관리장 어른이 민망한지 한 마디 거들었다.


"저 형제가 그래도 성당에 복사도 서고 봉사를 많이 한답니다. 차가 걱정이 돼서 그런 겁니다. 이해하세요. 수사님... 그나저나 천만다행입니다. 하느님께서 도우셨나 봅니다." 관리장 어른이 보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독특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


"아닙니다. 오늘 이곳에서 참 많은 것을 느끼고 깨닫습니다. 반성해야지요." 글라라 수사가 말을 마치자마자 자동차가 리프트에서 내려졌다.


"긴급 점검은 끝났습니다. 아무쪼록 가시는 길까지 조심해서 가십시오. 중간중간 휴식은 운전자뿐만 아니라 자동차에게도 꼭 필요하니까... 쉬엄쉬엄 가세요. 수사님..."


"네...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글라라 수사는 사람의 길과 지나온 길, 그리고 돌아갈 길들을 묵상할 수 있었다.


특히 자동차를 보면 그 주인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살아온 지난날들을 돌아보게 했다. 주위는 돌아보지 않고 내 길과 내 목적지만을 염두한 채 과속을 일삼았던 지난 날들.


누구를 위한 삶이었던가? 나(자동차, 내 몸)를 함부로 하는 사람이 과연 이웃과 세상에게 친절할 수 있었을까? 나만 생각한 영혼(운전자)이 나와 함께 삶아가는 이웃과 세상을 위해 과연 얼마나 양보하고 보살피며 살았을까? 혼자 살아가는 삶이 아닐 텐데, 혼자만 가는 길, 혼자만 운전하는 세상이 아닐 텐데. 세상과 이웃은 살피지 않고 내 맘대로 과속과 급정지를 아무렇지 않게 하지는 않았는지. 글라라 수사는 한동안 말없이 운전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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