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녀님들하고 새해 일출을 맞이하러 가기로 한 날. 설렘에 밤 잠을 설친 꼬마 수사 마리오. 비몽사몽 중에 새벽기도가 끝나고, 묵상 중에 또 손목시계를 들여다본다. 6시 50분부터 1분마다 시간을 확인하는 것 같다. 마침내 분침이 7시를 가리키고 묵상 시간이 끝나자 꼬마 수사는 원장 수사님께 달려갔다.
“원장님 다녀오겠습니다. 미사 전에는 돌아오겠습니다.”
“그래요. 조심히 다녀오세요.”
“네... 원장님. 새해를 보면서 빛으로 오시는 하느님을 찬미하고 오겠습니다.”
안토니오 원장 수사님께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꼬마 수사의 마음은 벌써 성당 마당에서 기다리고 수녀님들한테 가 있다. 새해 인사겸 아침 인사를 나눈 수녀님들과 꼬마 수사의 얼굴은 기대와 설렘으로 벌써부터 들떠 있다.
“오늘 해 뜨는 시간이 7시 30분에서 40분 사이니까요. 지금 출발하면 도착해서 좋은 자리를 잡기에 넉넉한 시간이에요. 저희가 갈 곳은 여기서 차로 10분 거리예요. 꼬마 수사님은 새해 해맞이는 처음이시죠?”
“네… 바다도 처음이에요.”
운전을 하시는 바울라 수녀님이 물었다. 아직까지 새해 일출을 보지 못한 꼬마 수사에게 바울라 수녀님이 작심하고 큰 선물을 준비한 것이다. 기장으로 부임하신 지 오래되신 바울라 수녀님은 운전을 잘하실 뿐만 아니라 이곳의 지리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으므로 마음이 든든했다.
“큰길에는 이미 차량 행렬로 복잡하니까. 조금 돌아가더라도 사잇길로 갈게요.” 바울라 수녀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차는 곧 비포장 길로 들어섰다.
“라디오 뉴스에서는 새벽부터 해돋이를 보러 밀려드는 차량 행렬로 고속도로 곳곳이 정체 중이라네요. 저기 보세요. 수녀님! 우리가 왔던 길이 꽉 막혔어요. 곧 해가 뜰 텐데… 저 차들은 중간에서 꼼짝을 못 하고 있어요.” 보조석에 앉아 계시던 소피아 수녀님이 걱정을 했다.
“걱정 마세요. 이 길은 이곳 사람들도 아는 사람만 아는 길이라서 이 길로 가면 곧 도착할 수 있어요.”
바울라 수녀님은 자신감 있는 말로 소피아 수녀님과 꼬마 수사를 안심시키려 했다. 그런데 얼마 가지 않아 우려하고 염려했던 장면들이 눈 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아는 사람만 안다던 이 길도 이미 많은 차량들로 정체 중이었다. 게다가 사잇길이라 큰 길이 뚫려야 사잇길에 있는 차량들도 움직일 수가 있어서 정체현상은 오히려 큰길보다 더 심했다. 설상가상으로 수녀님의 뒤를 바짝 따라붙은 다른 차량들도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아졌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서 앞으로 갈 수도 뒤로 빠질 수도 없게 되어버렸다.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한 숨을 깊게 쉬는 바울라 수녀님의 눈치를 보던 소피아 수녀님이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수녀님. 우리도 앞에 있는 차들처럼 걸어서 가요. 걸으면 딱 맞춰 도착할 것 같은데…”
“그럽시다.”
그리하여 세명의 수도자들도 해 뜨는 곳을 향한 길고 긴 무리의 행렬에 섞였다. 그런데 끝없이 더해지고 더해지는 행렬은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외길도 아니련만… 시작도 끝도 보이지 않네요. 미안해요. 꼬마 수사님… 아무래도 돌아가야 할 것 같아요. 곧 해가 뜰 텐데, 한꺼번에 밀려든 인파 때문에 한 걸음도 내딛을 수가 없어요.” 바울라 수녀님이 손목시계를 보면서 말했다.
시간은 벌써 7시 30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꼬마 수사는 실망한 마음을 보이고 싶지 않아 노력하고 있는 중이었다. 누구를 원망하거나 탓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고, 꼬마 수사의 일행뿐만 아니라 이미 많은 사람들이 발길을 돌려 임시 주차된 자신들의 차로 돌아오고 있었다.
“우선 차로 가요. 수녀님. 그런데 큰일이네요. 미사 시간이 8시 30분이잖아요. 아직 미사 준비도 안 해 놨는데…”
앞뒤로 멈춰 서 버린 차들의 숲에서 소피아 수녀님이 조바심을 냈다. 바울라 수녀님도 미사가 걱정이 되었는지 손목시계와 멈춰 선 차들의 끝을 하염없이 들여다보고 있었다.
“수녀님! 아무래도 안 되겠어요. 수녀님 하고 수사님은 걸어서 먼저 가세요. 저는 뒤의 차들이 빠질 때까지 기다려야 하니까...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요. 낭패네요.” 난감한 얼굴로 날이 밝아 오는 하늘을 바라보던 바울라 수녀님이 결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알겠어요! 그럼 수사님 하고 먼저 성당으로 갈게요. 조심히 오세요.” 소피아 수녀님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내 꼬마 수사의 손을 잡고 성당으로 향한 걸음을 재촉했다.
얼마 후, 뛰어서 걸은 걸음 덕분에 미사 준비할 시간은 충분했다. 미사 준비는 끝냈지만 성당 마당을 살피는 소피아 수녀님의 숨은 여전히 고르지 못했다. 아직 성당에 도착하지 못한 바울라 수녀님 걱정 때문이었다.
“오! 마리오. 새해를 맞이하면서 기분이 어땠어요?” 고해소에 가시기 전에 꼬마 수사를 찾으신 원장님이 밝은 얼굴로 물었다.
“사연이 길고 복잡한데요… 중간에 길이 막혀서 오도 가도 못하다가 해돋이는 보지도 못하고 되돌아왔어요.”
울상을 지으며 꼬마 수사가 대답하자 원장님이 꼬마 수사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걱정 마세요. 태양보다 더 밝고 빛나는 태양이 곧 떠오를 테니까... 그때 감사와 찬미를 드립시다. 하느님께서는 오늘, 특별히 더 밝은 빛으로 우리를 비추실 겁니다.”
“네? 해는 벌써 떴는데요. 또 언제 뜨나요?” 꼬마 수사가 희망 섞인 의아함으로 물었다.
“곧 알게 될 거예요. 우리가 그분을 찾기만 하면 언제나 우리를 위해 다시 떠오르시는 분이 주님이시니까요.”
다듬어지지 않은 화두처럼 말꼬리를 흐리시며 고해소로 들어가시는 원장 수사님의 말씀이 어떤 의미였는지 꼬마 수사는 미사 중에 바울라 수녀님과 소피아 수녀님과 함께 깨달을 수 있었고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