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ven

생명이신 분

by 진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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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 죽음을 다스리는 이







나인이라는 동네에 초상이 났다. 과부가 외아들을 잃었다. 인생의 전부를 잃은 것이다.


'아름답다'라는 뜻을 가진 이 동네에 한이 서리고 슬픔이 가득하다. 과부와 고아는 이방인들과 함께 가장 밑바닥층에서 살아가는 약자들이다. 어떤 곳에도 의지할 곳 없고, 재산뿐만 아니라 권리조차도 제대로 행사할 수 없는 잉여인간 같은 존재들.


과부에게 유일한 삶의 희망이자 기쁨이었고 자신의 권리이자 의지처였던 그 아들이 죽었다. 삶과 생의 전부를 잃은 것이다. 죽음에게 그녀의 모든 것을 빼앗겨 버린 것이다. 과부는 아들을 잃는 순간. 자신도 죽음을 맞이한 것과 다름없었다. 과부는 살아 있지만, 숨만 쉬고 있을 뿐. 이미 죽은 삶을 사는 사람들과 함께 걷고 있었다. 생명의 말을 잃어버린 사람들. ‘살아도 산 것이 아닌’ 삶을 버텨내는 사람들. 비애와 한이 서린 사람들의 무리가 죽음의 행렬과 함께 '아름다운 곳' 나인이라 동네를 떠나려 한다.


마침 그곳을 지나가던 그분의 일행이 그 고을 성문에 가까이 이르셨을 때, 사람들이 죽은 이를 메고 나오고 있었다. 빛과 어둠, 생명의 행렬과 죽음의 행렬이 마주했다. 누구나 언젠가는 마주 서야 할 문, 나인의 성문. '아름다운' 그 성문 앞에서 생명의 주인과 죽음이 만난 것이다. 그의 눈에는 과부의 한과 슬픔, 고통과 절망이 밀물처럼 고여 들었다.


"울지 마라."


슬픔에 젖은 그의 목소리에 과부의 일생이 묻어 있다. 이미 과부의 비애로 가득 찬 그의 눈에서 과부의 절망이 그의 볼을 타고 흘렀다.


"울지 마라."


그가 앞으로 나아가 관에 손을 대자 메고 가던 이들이 멈추어 섰다. 그리고 그가 말했다.


“젊은이야,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어나라.”


사람들은 모두 두려움에 사로잡혀 생명의 주인을 찬양하였다.


“그는 구원자다. 그는 메시아다.”

“우리 가운데에 큰 예언자가 나타났다.”

“생명의 주인이 당신 백성을 찾아오셨다.”


*


'나인' 생명이 되살아나는 곳. 아름다운 곳. 생명은 우리를 이 마을로 초대하십니다. 내 본래 모습이 사는 곳입니다. 우리의 내면이 살아가는 곳입니다. 우리의 진실이 사는 곳입니다. 허례와 허식, 화장하지 않은 내 영혼이 살아가는 곳. 레푸기움(Refugium:피난처)입니다.


빛의 행렬. 그 맨 앞에는 나인(레푸기움)의 본래 주인이시자. 생명의 주인이 서 계십니다. 그리고 맞은편 슬픔의 맨 앞에는 죽음이 버티고 있습니다. 죽음의 행렬이 빛으로 향하고 빛의 행렬이 죽음을 향해 옵니다.


생명의 주인이 이르십니다. “젊은이야,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어나라.”(루카 7, 14b)


구약의 예언자 엘리야(1열왕 17,17-24)와 엘리사(2열왕 4,18-37)가 과부의 아들을 살렸던 것처럼. 세상 사람들에게 기적이지만, 신앙인에게는 현실인 사건.


빛의 인도로 순례의 길을 걷는 이들에게 죽음은 더 이상 죽음이 아니지요. '레푸기움'입니다. 나인입니다. 아름다운 곳이고. 참으로 빛의 행렬이 향하는 곳입니다. 생명의 주인에게는 모든 생명이 살아있습니다.


당신의 걸음은 어디에서 어디로 가고 계십니까? 나인에서 나오고 계시는 길입니까? 아니면 그분의 행렬과 함께 나인으로 가고 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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