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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동길 Jul 17. 2021

소금단지

쉬어라


# 두 나무꾼 이야기


어느 날, 친한 나무꾼 두 사람이 도끼를 들고 산으로 나무를 하러 갔습니다. 그중에 한 사람은 유독 욕심이 많고 경쟁심이 심해서 남에게 지고는 못 사는 사람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열심히 나무를 했습니다. 그런데 한 나무꾼은 50분 일하고 10분을 쉬면서 나무를 했습니다. 욕심 많은 나무꾼은 그를 보고 비웃으며, 쉬지도 않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나무를 했지요. 그러면서 그는 마음속으로 자신이 더 많은 나무를 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느덧 해가 지고 집으로 돌아갈 때가 되었습니다. 두 사람 중에 누가 더 나무를 많이 했을까요?


놀랍게도 쉬면서 일한 나무꾼이었습니다.


욕심 많은 사람은 은근히 속이 상해서 물었습니다.

“일은 내가 더 열심히 한 것 같은데, 자네가 더 많은 나무를 하였구먼. 그 비결이 뭔가?”


그러자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10분을 쉬는 사이 나는 도끼날을 갈았다네”


# ‘질주하는 세상. 쉬어 가는 삶’


“내적 자유란 고독 속에서만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한적한 곳을 모르는 삶, 즉 고요가 함께하지 않는 삶은 쉽게 파괴된다. 우리는 고독 속에서만 누군가 말하기 훨씬 전에 우리에게 말씀하신 분, 누군가가 도우려 하기 전에 우리를 낫게 하신 분, 누군가가 자유롭게 풀어주기 훨씬 전에 우리에게 자유를 주신 분, 누군가가 사랑하기 오래전에 우리를 사랑하신 분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바로 이 고독 속에서 우리의 존재가 소유보다 훨씬 중요하며 우리 노력의 결과를 합한 것보다 더 값진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헨리 나웬, [고독] 중에서-


수급불류월(水急不流月)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물이 급하게 흘러도 달은 흐르지 않는다’는 뜻인데요. 몸이 아무리 바빠도 영혼은 내려놓지 말아야겠지요.


인디언들은 말을 타고 급히 가다가도 어느 순간 멈추어 서서 쉬어 간다고 합니다. 이유는 자신의 영혼이 쫓아올 시간을 주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질주하고 내달리는 세상입니다. 우리의 삶도 타인의 삶과 비교하다 보니 나만 뒤처진 것 같아 급하게 내달 때가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본질을 놓치지 않는 삶'이 되지 않을까. 영혼은 오간 데 없고 껍데기만 달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 속담에 “급할수록 돌아가라” 말이 있습니다. 영어에도 “천천히 서둘러라”(Make haste slowly)라는 말이 있습니다.


삶의 한쪽을 여백으로 남겨놓는 삶은 열심히 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고 본질을 놓치지 않는 것이며, 존재의 의미를 잊지 않는 것이기에.


안단테(Andante), 안단테(Andante). 천천히 천천히. 그리고 쉬어 가는 삶. 그것이 하느님과 나의 관계를 되돌아보고 그분의 뜻을 살피는 지혜로운 삶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 休


“너희는 따로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마르 6,31)


‘쉼’(休)과 ‘안식’(安息; κατάπαυσις카타파우시스)의 의미를 가진 히브리말 동사는 נוּח(ַ누하)와 שָׁבַת֙(샤바트)가 있습니다. נוּחַ(ַ누하)는 ‘정착’(창세 8,4)과 ‘휴식’(탈출 20,11; 욥 3,17; 이사 14,7)을 의미하고, שָׁבַת֙(샤바트)는 ‘그치다’(창세 2,3; 탈출 23,12; 레위 26,34-35; 여호 21,43-45; 사도 7,49; 히브 3,11)를 뜻합니다. -참조: 차동엽, 홍승모-


#받아들임


‘쉼’과 ‘안식’. 그 의미를 ‘받아들임’이라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자신의 뜻과 야망이 아닌 하느님의 뜻을 살피고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쉼’과 ‘안식’의 진정한 의미이기에. 그것이 사랑이고, 헌신이고, 소명이 아닐까.


(창세 2,2절) 하느님(אֱלֹהִים֙엘로힘, God)께서는 하시던 일을 모두 마치시고 이렛날에 쉬셨다.

(창세 2,3절) 하느님께서 이렛날에 복을 내리시고 그날을 거룩하게 하셨다.(2,3)

(창세 2,3절) 하느님께서 창조하여 만드시던 일을 모두 마치시고 그날에 쉬셨다(שָׁבַת֙)


태초에 하느님께서 창조와 함께 잊지 않으셨던 것도 ‘쉼’과 ‘안식’이었습니다. ‘쉼’과 ‘안식’의 주인이신 그분은 ‘쉼’으로 세상에 복을 내리시고 ‘안식’으로 모든 피조물을 거룩하게 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쉼’은 아담( אָדָם)에게 축복의 원천이신 하느님과 함께 머무는 것임을 기억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쉼'은 하느님의 거룩함으로 돌아가는 것이자 생명의 주인이신 분 안에서 자기의 본래 모습을 되찾는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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