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가는 길

이름표

by 진동길

5월 성모 성월이 시작되자 한 영감과 꼬마 마리오는 그동안 작은 메모지에 써두었던 이름표를 사과나무 한그루 한그루에 붙여주고 있었다. 꼬마 마리오가 앞장서서 사과나무의 이름을 불러주면 한 영감은 미리 써두었던 이름들 중에서 그 이름을 찾아 사과나무 가지에 달아주었다.


"얘는 다른 나무들보다 튼튼하니까... 튼튼이. 얘는 잎이 무성하니까... 무성이. 그리고 얘는 쫌 앞으로 건강해야겠으니까... 건강이... 할아버지 근데 참 신기하죠!"


"뭐가 그렇게 신기할꼬 꼬마 농부님!"


"사과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랑 그렇지 않았을 때랑 사과나무 한그루 한그루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와요. 할아버지도 그렇죠?"


"그렇구나. 기대는 했지만, 실제로 이름을 불러주니... 기억하기도 쉽고 나무 한그루 한그루가 할애비 마음속에서부터 살아있는 것 같구나... 정말 신기하구나. 허허허. 마리오. 내친김에 잠시 쉬었다가 할까?"


"네. 저도 잠시 쉬면서 나무랑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이름을 불러줄 때 느낌이 어떤지 물어보고 싶었거든요."


한 영감이 사과나무 아래에 앉아 땀을 닦아내며 물을 마시고 있는 사이 꼬마 마리오는 이름표가 붙은 나무들 사이에 있었다. 그 하늘 아래로 솜털 구름들은 잠시 가던 걸음을 멈추고 사과나무에 저마다 붙어 있는 이름들 불러주었고 산들바람은 '김춘수의 꽃'을 한 영감의 귓가에서 노래하고 있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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