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가는 길

가을과 신들의 이야기(2)

by 진동길


"쯪쯪. 안타깝네요. 매일매일 시기와 질투, 폭력과 전쟁을 해야 했겠어요. 마음이 아프고 슬퍼요. 그런데 함께 파견된 나머지 두 아들들은 어디서 무얼 했나요?"


"둘째 아들은 힘과 권력으로 세상을 다스리는 형의 모습과 점점 폭력적으로 변해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는 깊은 환멸을 느꼈단다. 하루라도 빨리 하늘나라에 가고 싶은 마음뿐이었지. 그래서 그는 머리를 깎고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깊고 어두운 곳만 찾아다녔단다. 그는 그런 곳에서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매일 눈물을 흘리며 하늘나라에 계시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그리워했단다. 혹시라도 사람들의 눈에 띄는 날에는 사람들이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없도록 더 깊은 곳으로 숨어버렸지. 때문에 둘째를 만났던 사람들은 신은 보이지 않는 곳에 계시고 만날 수도 없는 존재라고 생각하게 되었단다."


"쯪쯪. 두 번째 아들도 제가 생각하기에는 문제가 많아 보이네요. 아버지 신과 함께 일할만 한 그릇은 못 되는 것 같은데요. 셋째는 어디서 무얼 했나요?"


"형들과 함께 세상에 내려온 셋째는 태양빛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동쪽으로 갔단다. 그리고 바닷가에 터를 잡았는데."


"그럼 어부들과 함께 단출하게 살았겠네요."


"하지만 그와 함께 산 사람들은 어부들뿐만이 아니었단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과 함께 살았단다. 세상에 내려온 첫날부터 가난하고 병들고 힘없는 사람들을 보살피고 돌봐주던 셋째의 삶은 어느새 온 세상 모든 이에게 알려졌고, 그의 착한 마음을 알게 된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그와 함께 살고 싶어 했으니까... 어쩌면 욕심 없는 세상 모든 사람들이 그와 함께 되었다고 말하는 게 옳겠지. 심지어는 첫째와 함께 지내던 군인들과 권력자들도 셋째와 함께 살게 되었, 그 수는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단다.


"네? 신이 왜? 굳이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하고 살았나요? 제가 아는 신은 좋은 옷을 입고 또 때로는 칼과 창을 들고 있기도 하고, 큰 수레를 타고 수발을 드는 종들도 많던데."


"그렇지 않은 신도 있지... 셋째는 세 아들 중에서 그 누구보다도 가난한 마음을 가졌고 또 실제로 몸도 가장 허약했단다. 하지만 그의 가슴속에서 불타고 있던 사랑은 하늘나라의 아버지보다 더 뜨거웠거든. 그래서 아버지의 사랑을 세상에 전해주기 위해서 아파하고 고통받는 이웃들을 찾아다녔지. 세상에 그 누구보다 더 가난한 사람의 모습으로 말이야. 그는 그렇게 삼백 하고도 육십 오일을 세상에서 보냈단다."


"세명의 신이 똑 같이 세상에 파견되었지만 너무나 다른 삶을 살았네요. 그럼 아버지 신은 누구를 선택했나요?"


"마리오는 어떻게 생각하니? 세 아들의 삼백 육십오 일을 지켜본 아버지가 앞으로 누구와 함께 일하고 싶었을까?"


"어려운 일일 것 같아요. 하지만 가장 쉬운 일일 수도 있겠어요. 아버지의 뜻과 아버지의 의지를 알 수만 있다면..."


"마리오의 그 말은 지금 그 아버지가 하고 있는 일을 보면 지금 누구랑 일하고 계신지도 알 수 있을 테고 좀 더 깊이 생각해보면 아버지의 뜻과 의지도 알 수 있다는 말처럼 들리는구나."


"네 맞아요. 그래서 아버지는 세 아들 중에서 누구와 함께 일하기로 하셨어요?"


"음... 그래서 말인데. 천국의 일은 할애비도 모른단다. 한 걸음 뒤에서 세상을 바라보면 어쩌면 신의 삼백 육십오 일이 아직 끝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지. 어떤 이는 여전히 힘과 권력으로 성벽과 탑을 쌓고 있고 또 어떤 이는 아직도 하늘나라의 아버지와 어머니만을 찾고 있고, 또 다른 이는 착한 사마리아인처럼 셋째 아들의 가르침을 잊지 않고 살아가고 있으니... 하지만 말이다. 마리오. 다른 사람이 세명의 신들 가운데 누구와 살든지 그들의 삶을 비난하거나 비판하지 말거라... 다만 할애비가 네게 바라는 것은... 너는 세 번째 신과 함께 하거라. 아마도..."


"아마도 뭐요. 할아버지? 아마도 아버지 신의 시간은 아직 오지 않은 듯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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