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길에서

시월의 마지막 밤에

by 진동길
시월의마지막밤.png




인사동 골목에 가시거든

화선지 한 장만 구해오세요.

아주 오래전부터 그녀에게

못다 한 이야기가 남아있어서요.


서문 시장에 가시거든

백토 한 줌만 구해다 주세요.

시월의 마지막 밤

그녀와 나를 위한 숟가락을 빚으려고요.


어묵 꼬지와 빨간 떡볶이를

무척 좋아했었죠.

그녀를 만나시거든 전해주세요.

언덕 위 가로등 아래서 기다리고 있다고


반짝이던 한낮의 기장 바다는

이 밤에 더욱 칠흑 같은데,

아마도 그녀는

시장에서 길을 잃은 듯해요.


인사동 골목에 가시거든

화선지 한 장만 구해오세요.

서문 시장에 가시거든

백토 한 줌만 구해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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