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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나의 일기
꽃무릇
by
진동길
Nov 21. 2022
풍랑이 이는 바다를 그렸다.
그러면 안 된단다.
사제는 거기에 서 있어도
장미 빛 꽃 길만 그리라 한다.
맑은 날에 꽃밭을 걸었다.
그러면 안 된단다.
수도자는 꽃길을 가더라도
연꽃처럼 험한 세상에 발을 두라 한다.
뉴스를 보며 세상 걱정을 했다.
그러면 안 된단다.
전능하신 분께 모든 걸 맡긴 사람은
잎
없는
너처럼 기도만 하라 한다.
아무렴. 그래야지. 그렇고 말고.
말없이 생각 없이 죽은 듯이
금강석과 거울은 화장대에 있어야지.
허수아비를 좋아하는 게지
네가 죽은 십자가만 바라보
라
는 거야.
밥만 하라는 뜻이겠지
온실에만 피어 있으라는 게야.
발 없는 네가 산에서 피어난 이유를 알겠다.
너와 나, 우리의 마음
이
일기 예보만큼이나,
로또
번호만큼이나 맞지 않아서
너는 거기서 길을 잃었는가 보다.
그리운 사람이 있어도 말할 수 없어서
속상한 일이 있어도 삼켜야 해서
아파도 견뎌야 해서
잎 없는
너
는 새벽마다
이슬 사이로
꽃망울을 떨구나 보다.
아무렴. 그래야지. 그렇고 말고.
말없이 생각 없이 죽은 듯이, 향기 없이
너는 그래 살라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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