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나의 일기

꽃무릇

by 진동길




풍랑이 이는 바다를 그렸다.

그러면 안 된단다.

사제는 거기에 서 있어도

장미 빛 꽃 길만 그리라 한다.


맑은 날에 꽃밭을 걸었다.

그러면 안 된단다.

수도자는 꽃길을 가더라도

연꽃처럼 험한 세상에 발을 두라 한다.


뉴스를 보며 세상 걱정을 했다.

그러면 안 된단다.

전능하신 분께 모든 걸 맡긴 사람은

없는 너처럼 기도만 하라 한다.


아무렴. 그래야지. 그렇고 말고.

말없이 생각 없이 죽은 듯이

금강석과 거울은 화장대에 있어야지.


허수아비를 좋아하는 게지

네가 죽은 십자가만 바라보는 거야.

밥만 하라는 뜻이겠지

온실에만 피어 있으라는 게야.


발 없는 네가 산에서 피어난 이유를 알겠다.

너와 나, 우리의 마음

일기 예보만큼이나,

로또 번호만큼이나 맞지 않아서

너는 거기서 길을 잃었는가 보다.


그리운 사람이 있어도 말할 수 없어서

속상한 일이 있어도 삼켜야 해서

아파도 견뎌야 해서

잎 없는 는 새벽마다

이슬 사이로 꽃망울을 떨구나 보다.


아무렴. 그래야지. 그렇고 말고.

말없이 생각 없이 죽은 듯이, 향기 없이

너는 그래 살라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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