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단지

깨진 그릇

by 진동길


할머니 한 분이 설거지를 하다가 그릇 하나를 깨뜨리고 말았습니다. 그 그릇은 오십 년 전 신혼 때, 친정어머니가 선물해 주신 그릇들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어렵게 구한 것이니 귀한 손님을 대접할 때마다 꺼내거라."


할머니는 깨진 그릇을 넋 놓고 바라보면서 소중했고 소중한 손님들의 얼굴을 떠올려보았습니다. 가장 먼저 떠오른 얼굴은 30십 년 전에 세상을 떠난 남편과 자녀들의 얼굴이었습니다. 그리고 친정어머니와 아버지의 얼굴도 있었고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깨진 그릇 사이사이로 떠올랐습니다. 그러고 보니 깨진 그릇은 그동안 밥상에서 한 번도 빠짐없이 자기의 자리를 지켜주고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그리운 얼굴들과 그들의 이야기가 묻어있는 그 그릇을 깨진 채로 그대로 방치할 수 없었고 쓰레기처럼 버릴 수는 더욱 없었습니다. 결국 깨진 그릇은 할머니의 조심스러운 손길을 따라 조각조각 모아졌습니다. 한 조각도 빠짐없이 말이지요. 그리고 몇 날이 지났을까. 할머니는 수소문 끝에 그릇을 만든 도공을 찾아갔습니다.

"이 그릇은 제 아버지께서 빚으신 그릇이 맞습니다. 그런데 어쩌지요.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벌써 20년이 지나서 똑같은 그릇으로 만들어드릴 수는 없네요. 하지만 제 아버지께서 손수 빚으신 그릇이니 최선을 대해서 처음처럼 되돌려 놓겠습니다." 가업을 이어받은 도공이 그릇을 보더니 돌아가신 아버지의 손길을 그리워하는 듯 눈시울이 금세 뜨거워져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못했습니다.


"저의 그리운 얼굴들과 소중한 추억이 가득 담긴 그릇이니 잘 부탁드립니다." 믿음직스러운 도공에게 깨진 그릇을 내미는 할머니의 마음은 희망이 가득해졌습니다. 깨져버린 시간, 잃어버린 시간을 되돌릴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주위를 돌아보면 낡고 부서지고 깨진 것이 그릇 뿐만은 아니겠지요.

우리의 마음과 영혼도 그렇습니다.

그동안 얼마나 아팠을까?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얼마나 많은 상처들 속에서 고통스러워했을까?




낡고 부서지고 깨진 우리의 마음과 영혼을 달래주고 위로해 주시는 분이

나와 함께 있습니다.

그분은 내가 청하기만 하면

처음처럼 되돌려주실 수 있는 분이십니다.

나와 함께 계시며 나보다 더 아파하시고

나보다 더 슬퍼하시는 님.

그분께 부서진 내 영혼과 아픈 마음을 맡깁니다.

상처받고 아파하는 내 영혼이

처음보다 더 아름답게 다시 회복될 수 있기를 소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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