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한 분이 설거지를 하다가 그릇 하나를 깨뜨리고 말았습니다. 그 그릇은 오십 년 전 신혼 때, 친정어머니가 선물해 주신 그릇들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어렵게 구한 것이니 귀한 손님을 대접할 때마다 꺼내거라."
할머니는 깨진 그릇을 넋 놓고 바라보면서 소중했고 소중한 손님들의 얼굴을 떠올려보았습니다. 가장 먼저 떠오른 얼굴은 30십 년 전에 세상을 떠난 남편과 자녀들의 얼굴이었습니다. 그리고 친정어머니와 아버지의 얼굴도 있었고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깨진 그릇 사이사이로 떠올랐습니다. 그러고 보니 깨진 그릇은 그동안 밥상에서 한 번도 빠짐없이 자기의 자리를 지켜주고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그리운 얼굴들과 그들의 이야기가 묻어있는 그 그릇을 깨진 채로 그대로 방치할 수 없었고 쓰레기처럼 버릴 수는 더욱 없었습니다. 결국 깨진 그릇은 할머니의 조심스러운 손길을 따라 조각조각 모아졌습니다. 한 조각도 빠짐없이 말이지요. 그리고 몇 날이 지났을까. 할머니는 수소문 끝에 그릇을 만든 도공을 찾아갔습니다.
"이 그릇은 제 아버지께서 빚으신 그릇이 맞습니다. 그런데 어쩌지요.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벌써 20년이 지나서 똑같은 그릇으로 만들어드릴 수는 없네요. 하지만 제 아버지께서 손수 빚으신 그릇이니 최선을 대해서 처음처럼 되돌려 놓겠습니다." 가업을 이어받은 도공이 그릇을 보더니 돌아가신 아버지의 손길을 그리워하는 듯 눈시울이 금세 뜨거워져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못했습니다.
"저의 그리운 얼굴들과 소중한 추억이 가득 담긴 그릇이니 잘 부탁드립니다." 믿음직스러운 도공에게 깨진 그릇을 내미는 할머니의 마음은 희망이 가득해졌습니다. 깨져버린 시간, 잃어버린 시간을 되돌릴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