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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동길 Jun 10. 2023

소금단지

생명의 값



당연함, 그 불행에 대하여


제자가 스승에게 묻습니다.

“스승님, 인간이 범할 수 있는 최악의 죄가 무엇입니까?”


스승은 대답하십니다.

“그것은 당연함이다. 당연함이 자리 잡는 순간, 불평과 불행이 찾아온다. 불행한 사람은 무엇도 할 수 없다.” (좋은 생각에서)


 두 개의 저울


'당연함'이라는 이름의 '마음의 저울'. 이 저울은 특이하게도 눈금이 숫자 '0'에서 시작하는데요. 앞에 ‘무조건 마이너스’가 붙어있습니다. '마이너스'(어둠), 음수로 가는 저울입니다. 음수 저울이지요. 불평과 불만 상대적 박탈감으로 더해지고 채워질수록 마이너스가 되는 저울입니다.


'교만한 종'이 사용하는 저울입니다. 이상하게 이 저울 위에서는 그 어떤 것도 '마이너스'(어둠)가 됩니다. ‘땅의 것’과 ‘하늘의 것’까지. 세상의 모든 것을 ‘마이너스’. 음의 표시, 어둠의 표시를 해버립니다.


그런데 참으로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 마음속에는 또 다른 저울이 있습니다. '겸손한 종'이 사용하는 저울입니다. 이 저울도 참 이상합니다.


눈금의 결과는 ‘무조건 더하기(+)’로 가는데요. 이 저울의 숫자는 ‘플러스’(빛)의 숫자 '2'에서부터 시작합니다.


더 이상한 것은 '어머니 숫자'가 업고 있는 ‘감사와 기도’의 횟수를 나타내는 아들 숫자입니다. 사람들은 이 저울에 표시된 숫자를 거듭제곱이라고 말합니다. 무엇을 얼마나 소유했는지가 문제가 아니지요.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삶의 자리와 환경도 지금 나의 삶을 크게 좌우할 수 있겠지만, 등에 업힌 감사와 기도의 숫자에 따라 행복과 기쁨, 축복의 결과는 큰 차이가 납니다. 때때로 빛의 자녀들이 맺는 열매는 제각각 상상을 초월하는 열매를 맺는다고 합니다.


이렇게 말이지요.


참 신기하죠? ‘겸손한 종’이 사용하는 저울이랍니다. 그 저울의 이름은 ‘사랑함’이라지요. 좀 안타까운 것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지만, 누구나 사용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당연함’이라는 저울에 익숙합니다. 때문에 ‘빛의 자녀’를 업고 있는 ‘사랑함’이라는 저울은 한쪽 구석에서 먼지만 쌓여가고 있다고 합니다.


‘당연함’과 ‘사랑함’이라는 두 개의 저울은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엄연히 우리 현실에서 큰 몫의 일을 하고 있지요. 세상에 현존하는 저울입니다.



생명의 값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저 가난한 과부가 헌금함에 돈을 넣은 다른 모든 사람보다 더 많이 넣었다. 저들은 모두 풍족한 데에서 얼마씩 넣었지만, 저 과부는 궁핍한 가운데에서 가진 것을, 곧 생활비(βίον: 생명, 삶)를 모두 다 넣었기 때문이다.”(마르 12,43-44; 루카 21, 3-4)


과부의 생활비로 번역된 그리스말 원어는 βίον비온입니다. ‘생명, 삶, 지상의 생활, 삶의 유지 수단’ 등으로 번역됩니다. 과부는 그녀가 가진 것(생명, 삶)을 모두 다 넣었습니다. 그녀의 지상의 생활과 자기 생명을 유지하는 생활비를 모두 다 하느님께 바쳤습니다. 예수님께는 이 모습을 보고(ἐθεώρει: 관찰, 인지, 깨닫다) 계셨습니다.


 

하느님 그 이름 “야훼”

하느님. 그분의 이름은 현실입니다. “있는 자 그로다”입니다. 세상에는 두 개의 저울이 있습니다. 현실입니다.


우리의 부활은 온전한 부활입니다. 세상에 남겨둔 것은 세상에서 썩어가겠지요. 그러나 하느님께 드린 제물은 하느님께 속해 있습니다. 썩지 않는 보석으로 말입니다.


“너희가 나를 택한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택하여 내세운 것이다. 그러니 너희는 세상에 나가 언제까지나 썩지 않을 열매를 맺어라. 그러면 아버지께서는 너희가 내 이름으로 구하는 것을 다 들어주실 것이다.”(요한 15, 16)


부활은 부분의 부활이 아닌 전부의 부활입니다. 온전한 부활입니다.


“제가 무엇이며 제 백성이 무엇이기에, 이 같은 예물을 바칠 수 있었겠습니까? 모든 것은 당신에게서 오기에, 저희가 당신 손에서 받아 당신께 바쳤을 따름입니다”(1 역대 2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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