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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동길 Jun 12. 2023

소금단지

예수성심


지극히 거룩하신 예수 성심이시여. 당신의 그 마음에서 흘러넘치는 사랑으로 온 세상을 깨끗하게 하시고 마른 마음을 적시어 미움과 다툼이 사라지고 아버지의 사랑과 평화가 온 세상에서 꽃 피울 수 있게 하소서. 아멘


시편 27(26),1-2
주님은 나의 빛, 나의 구원. 나 누구를 두려워하랴? 주님은 내 생명의 요새. 나 누구를 무서워하랴? 나의 적 나의 원수, 그들은 비틀거리리라.



예수성심


가엾이 여기는 마음(σπλαγχνίζομαι: compassion)


스플랑크니조마이(σπλαγχνίζομαι)의 뜻은 ‘1. 불쌍히 여기다 2. 동정하다 3. 측은히 여기다’입니다. 이 말에 상응하는 구약성경의 히브리어로는 '하느님의 자비'를 표현하는 '라하밈'(רחמים)입니다. 우리말로 '자궁'을 의미하는 ‘라함’(תגיד)에 뿌리를 둔 말인데요.


성경에서 이 말은 ‘내장이 뒤틀릴 정도로 애간장이 녹아내리는 마음’입니다. 흠이 없으신 하느님의 어린양. 그분이 우리를 바라보시는 마음은 '애끓는 마음'입니다. 오늘도 그분의 마음은 세상을 가엾게 여기시어 애간장이 녹아 내리 듯합니다.



사랑의 계산법


사랑의 계산 방법은 독특하다고 하지요. 절반과 절반이 합쳐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요. 하나 더하기 하나가 꼭 둘이 되는 것도 아닌데요. 신비로운 점은 나누기를 하면 할수록 더할 때보다 더 커지는 것이 사랑의 계산법이라고 합니다.


거기에다 덤으로 행복과 기쁨과 희망까지 생긴다고 합니다. 쪼개어지고 나누어질수록 더 커지는 기적의 계산법. 그 응용법은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하다고 하지요.


문지기 수사의 사랑


어느 수도원에 하느님만을 섬기며 가난하게 살아가는 수사님 한 분이 있었습니다. 수사님은 수도원 문지기여서 새벽에 일어나 밤늦게까지 수도원을 드나드는 사람을 살피는 것이 매일의 일과였습니다.


눈이 펑펑 내리던 어느 겨울날, 밤늦게 길을 잃은 한 가족이 찾아왔습니다. 아기를 안은 젊은 부부가 눈길을 헤매다가 수도원을 발견한 것이었습니다.


문지기 수사님은 추위에 떨고 있는 가족을 성당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수도원에는 재워줄 방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문지기 수사님은 감실에서 성체를 꺼내어 다락방에 모시고는 성당에 이부자리를 펴서 떨고 있는 가족을 재웠습니다.


다음 날, 다른 수사님이 새벽기도를 하러 성당에 들어갔다가 잠자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  경악했습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그 수사님은 문지기 수사님에게 화를 내며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어떻게 예수님을 다락방으로 옮기고 사람들을 성당에 재울 수 있습니까?”


그러자 문지기 수사님은 겸손하게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빵 안에 계신 예수님은 추위를 타지 않지만, 형제 안에 계신 예수님께서 몹시 추위를 타셔서 그랬습니다.”


닮아가는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은 서로 닮아간다고 하지요. 사랑할 때는 눈빛만 봐도 그의 마음까지 헤아릴 수 있다고 하지요.


하느님을, 예수 성심을 사랑할 때, 그 사람의 마음도 하늘을 닮고 예수 성심을 닮아가는 것 같습니다. 성체를 모시는 우리의 시간이 흐르고 흐를수록 예수 성심을 닮아가는 것처럼 말이지요.


언젠가는 하늘을 품에 안을 수 있는 사랑으로 내 안의 사랑이 커져서 성심과 하나가 될 수 있기를. 우리를 구원해 주시고 우리의 죄를 깨끗이 닦아주시는 끝없는 예수 성심의 사랑과 하나가 될 수 있기를.


사랑은 모든 것을 덮어주고, 모든 것을 바라고, 모든 것을 믿고, 모든 것을 견디어 냅니다. “나는 확신합니다. 죽음도, 삶도, 천사도, 권세도, 현재의 것도, 미래의 것도, 권능도, 저 높은 곳도, 저 깊은 곳도, 그 밖의 어떠한 피조물도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님에게서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에서 우리를 떼어 놓을 수 없습니다.”(로마 8,3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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