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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동길 Jun 22. 2023

소금단지

놀라운 것들의 방

전쟁의 고통 속에 신음하고 있는 이들을 뉴스로 접하면서 ‘신바벨탑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인간사를 목도하게 됩니다. 더 많은 보물과 더 많은 스펙을 쌓아 더 많은 사람들을 통제하고 싶고 스스로 신격화하여 절대자가 되고 싶은 인간의 욕망. 그 끝은 어디일까요?


현실이 되고 있는 탐욕의 끝은 불행과 죽음입니다. 탐욕은 전쟁과 다툼을 낳았고 그 열매로 지금 우리 곁에는 수많은 생명들이 무참히 죽음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전쟁 중에 있는 무고한 희생자들을 보면서 하느님의 마음은 어떠실까 생각해 봅니다. 왜 자꾸 오르려 할까요? 진정 행복한 열매가 탐욕이라는 나뭇가지 끝에 달려 있을까요? 분명한 것은 하느님을 저버리고 스스로 절대자의 자리까지 넘겨보는 이들에게 하느님의 축복은 단절되었음을 성경은 일관되게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의 현실이 이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도 바오로는 하느님의 사랑을 신뢰합니다. “나는 확신합니다. 죽음도, 삶도, 천사도, 권세도, 현재의 것도, 미래의 것도, 권능도, 저 높은 곳도, 저 깊은 곳도, 그 밖의 어떠한 피조물도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님에게서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에서 우리를 떼어 놓을 수 없습니다.“(로마 8,38-39)


자신이 열심히 기도하고 있다는 것을 은근히 자랑하고 싶었던 한 자매가 새벽 미사를 마치자마자 원장 수사에게 다가왔습니다.


"수사님! 수사님! 저는 저희 집에 작은 기도 방을 마련해 두고 기도를 하고 있어요."


원장 수사는 매우 기뻐하며 칭찬을 해주었습니다. 그러자 그 자매는 칭찬받아 마땅하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하더니 이어서 다른 질문을 했습니다.


"그런데 수사님 그 기도 방에는 하루 몇 번이나 들어가면 좋을까요? 몇 시 몇 시에 기도를 하면 좋을까요?"


새벽 기도를 준비하던 원장 수사는 잠시 자매의 얼굴을 들여다보더니 화장이 짙다는 것을 눈치채고 이렇게 말해주었습니다.


"자매님이 거울을 들여다보고 싶을 때마다 그 방을 찾아가시는 게 좋겠습니다. 그리고 화장을 고치고 싶을 때마다 묵주기도를 바치시고 립스틱을 고쳐 바르고 싶을 때마다 화살기도를 바치신다면 사람들보다 하느님께 사랑받은 자녀가 되실 수 있을 겁니다."



세상에는 소유하고 싶은 것만큼 보여주고 싶고 자랑하고 싶은 것들이 참 많지요. 좋은 집과 자동차, 값비싼 보석이나 가구들. 혹은 좋은 대학, 좋은 직장에 다니는 자녀들 등등.


독일어에 ‘놀라운 것들의 방’이라는 뜻을 가진 분더캄머(Wunderkammer) 말이 있는데요. 분더캄머는 박물관과 미술관의 시초가 되었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이 '경이로운 방'에는 일반인들이 찾아보기 힘든 귀중품들이 진열되어 있는데, 주로 귀한 광물이나 희귀 유적, 이국적인 물건들, 희귀 동물의 화석, 유골, 예술품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고 하지요. 그 물건들 하나하나가 금전적으로는 부르는 게 값이라고 하네요.


하지만 의외로 어떤 이들은 자신만의 분더캄머에 값나는 물건이 아니라 오래도록 잊고 싶지 않은 ‘그리운 추억이나 기억’들을 떠올리게 하는 물건들을 전시한다고 합니다. 사사로운 소장품이지만,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인 사랑, 그리움, 감사함, 슬픔, 행복 등을 일으키게 하는 물건들 말이지요. 자신이 기억하고 싶은 추억들을 간직한 물건들 말입니다.


혹시 여러분들도 자신만의 분더캄머를 만들고 싶지 않으신가요? 만일 그렇다면 그곳에 무엇을 전시하고 싶으신가요?



하늘(οὐρανός)과 보물(θησαυρός)


"너희는 자신을 위하여 보물을 땅에 쌓아 두지 마라.... 하늘에 보물을 쌓아라."(마태 6,19.20.)


οὐρανός(God; heaven)

1. 땅 위의 궁창

2. 신적 공간

3. 하느님(마태 21, 25; 마르 11,30; 루카 20, 4,5.), 그리스도, 천사, 죽은 자들


θησαυρός(storeroom, treasures)

1. 어떤 물건이 저장된 곳

2. 보물


신앙인에게 가장 소중한 보물은 무엇일까요? 여러분들에게 보물은 무엇입니까? 소중한 가족인가요? 아니면 자동차? 집인가요?


지금 여기(hic et nunc). 오늘을 사는 신앙인들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그리스도의 성체와 성혈입니다. 그리고 부활 이후의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지금 여기서 우리가 나눈 사랑의 열매들이 되겠지요.


그렇다면 우리는 이제 왜 예수님께서 "너희는 자신을 위하여 보물을 땅에 쌓아 두지 마라.... 하늘에 보물을 쌓아라."라고 하셨는지 그 이유를 조금을 알 것 같습니다.


땅 위에 쌓아 놓은 보물들은 결국 우리의 것으로 남아있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은 소중한 내 가족일지라도 말입니다.


하지만 하늘에 쌓아놓은 선한 열매들, 곧 현세의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닌 하느님을 사랑하기 위한 일들과 이웃 사랑을 위한 노력들은 현세에서 뿐만 아니라 부활 이후, 우리의 삶을 풍요롭고 넉넉하게 할 수 있다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하늘에 보물을 쌓아라. 거기에서는 좀도 녹도 망가뜨리지 못하고, 도둑들이 뚫고 들어오지도 못하며 훔쳐 가지도 못한다."(마태 6,20)



오늘은 우리의 내면에 '분더캄머', 놀랍고도 경이로운 보물들로 가득한 방 하나 마련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세상의 그 누구보다도 아름답고 경이로운 나만의 분더캄머를 만들어서 그 방에 예수님과 성모님, 그리고 수많은 성인 성녀들을 초대하고 그들이 부러워할 수 있는 소중한 보물들 전시해 놓고 또 자랑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곳에는 이타적인 사랑들로 가득 채워져 있고 그리웠고 감사했으며 행복했던 소중한 추억들이 전시되어 있겠죠?


어쩌면 신앙인들의 분더캄머는 텅 빈 공간만 남아 있을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분명 그곳에는 세상 사람들은 볼 수 없는 정말 놀랍고도 아름다운 귀한 보물들로 가득 차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사실 너의 보물이 있는 곳에 너의 마음도 있다.”(마태 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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