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한 사랑은 숨겨진 사랑입니다
κρυπτός: 숨기다, 감추다: secret
“네 자선을 숨겨 두어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마태 6,4.)
오늘 말씀의 주제어는 "κρυπτός: 숨기다"입니다. 이 말과 상응하는 말씀으로 예수님은 "θεάομαι: 보이다"라는 말을 선택하셨습니다.
‘숨겨지고 감추어진’ 그분의 ‘마음’과 그 ‘사랑의 방식’을 엿보게 됩니다. 내 안에서 언제나 함께하시지만, 드러나지 않는 하느님의 사랑말이지요. 하지만 결핍된 인간의 욕심과 욕망은 주목받고 싶어 하고 드러내기를 좋아합니다.
유대인들에게 있어서 의로운 생활의 중심은 세 가지였습니다. ‘자선’과 ‘기도’와 ‘단식’입니다. 그러나 지금도 그렇지만, 많은 이들이 의로운 생활로 하느님과 올바른 관계를 맺는 것보다 자신의 의로움을 사람들에게 보여 주고 거기서 얻을 수 있는 사람의 평가와 인정에 주목하고자 했습니다. 보이지 않는 하느님보다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칭찬받고 보상받기 위한 처신에 그쳤습니다.
(그러나) “너희는 사람들에게 보이려고 그들 앞에서 의로운 일을 하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 중략…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마태 6,1.4b.)
‘의로움의 본질’이 숨어계신 하느님과 올바른 관계임을 새롭게 깨닫게 됩니다. 하느님 앞에서 언제나 단독자인 인간에게 의로움이란 남에게 보이기 위한 처신이 아니라, 하느님 앞에 선 바로 ‘자신의 의지와 지향’ 임을 기억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언제나 나와 함께 계시기에. 사람들 앞에 드러난 행동이나 결과를 보시는 것이 아니라, ‘속마음’과 ‘지향’을 보시는 것이지요. 감추어지고 숨겨진 마음과 사랑 말입니다.
‘너희 중에 가장 가난한 이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 미래를 위해서 은행에 저축을 하는 것은 현명한 이들의 선택입니다. 그리고 내세를 위해 하늘의 곳간에 저축하는 것은 지혜로운 이들의 탁월한 선택입니다.
시간, 재물, 능력을 지금 여기서부터 나누는 연습은 세상이 주는 기쁨을 넘어 비교할 수 없는 참된 행복을 느끼게 하지요.
사부 성 프란치스코는 이렇게 권고합니다:
“주님께서 자기에게 보여 주시는 좋은 것들을 하늘에 쌓아두며, 그것을 보상받을 의도로 사람들에게 드러내려 하지 않는 종은 복됩니다.
지극히 높으신 분께서 친히 당신 마음에 드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당신 종의 업적들을 드러내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비밀을 자기 마음속에 간직하는 종은 복됩니다.”(영적 권고 28)
자선과 기도 단식은 자녀들을 위해 세상에 마련해 주신 하느님의 선물임을 기억합니다. 이 귀하고 소중한 선물을 아버지께 되돌려 드릴 수 있는 종은 복됩니다. 일흔일곱 배로 되갚아 주실 분은 오직 아버지뿐임을.
임마누엘 주님과 함께 의로움으로 온전한 사랑을 하시기를. 세상 사람들은 사실 자기 문제만으로도 벅찬 일상이기에 자녀들의 허세와 위선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보이기 위한 사랑은 바람처럼 흩어질 뿐입니다.
우리의 자선과 단식, 그리고 기도가 온전히 하느님께로 바쳐질 수 있기를. 온전한 의로움으로 보상받을 수 있기를. 우리의 의로움이 하느님께 온전한 자기 봉헌으로 새롭게 변화될 수 있기를.
온전한 기도로 그분의 전능하심에 의탁함을 배우며, 순수한 단식으로 마음을 새롭게 하며, 조건 없는 자선으로 그분의 사랑을 독차지할 수 있기를.
“적게 뿌리는 이는 적게 거두어들이고 많이 뿌리는 이는 많이 거두어들입니다.”(2코린 9,6.)
“씨 뿌리는 사람에게 씨앗과 먹을 양식을 마련해 주시는 분께서 여러분에게도 씨앗을 마련해 주실 뿐만 아니라 그것을 여러 곱절로 늘려 주시고, 또 여러분이 실천하는 의로움의 열매도 늘려 주실 것입니다.”(2코린 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