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그친 길에서
세상이 깨끗이 씻겨진 날
고요 속에 들리는 너의 이야기를 듣는다.
흙내음이 차오르는 길 위에
발자국은 사라지고
오직 그대만이 남아있으라.
길은 늘 어디론가 흐르고
때론 끝이 없는 듯
안갯속으로 이어진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걷고 있지만
그대만은 거기 남아있으라.
내 안의 길과 그대의 길이 만나는 날
나 그대에게 내 모든 걸 말하리니
그 길 위에서 어제의 나와 작별하며
새로운 걸음을 힘차게 내딛는다.
비 그친 하늘 아래,
세상은 다시 시작되고
나는 그대를 찾아가리니
끝없는 이 길 위에서
비 그친 마음으로
그대도 내게로 오라.
길은 늘 어디론가 흘러간다. 때로는 끝이 보이지 않는 안갯속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나는 확신한다. 이 길 위에 그대, 나와 함께 있다는 걸. 그리고 이 길 위에서 ‘그대’를 만나는 날, 나는 망설임 없이 내 모든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내 안의 기쁨과 슬픔, 희망과 두려움까지 모두 말하리라. 내가 걸어온 길이 어떤 길이었든, 이제는 그 길의 끝에서 새로운 삶으로 나아갈 준비가 되었음을 고백하고 싶다. 그리고 그날 나는 그대의 이야기도 듣고 싶다. 그대는 어떤 길을 걸어왔고, 어떤 꿈을 꾸며 이 길 위에 서 있었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