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장: 뒤틀린 동맹, 불타오르는 결의
노바 앤젤레스 하층부에서는 희미하게 불길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산성비에 젖어 눅눅해진 폐건물 안, 제이드(Jade)와 피터(Peter)가 간신히 되살린 단말기는 한때 먹통이었던 FAWN(Faint Aurora World Net)을 통해 ‘사도단(Apostles)’의 존재와 ‘X국(X-Nation) 동맹’ 이야기를 전해 왔다. 그 불안정한 접속 속에서도, 전 세계가 서서히 하나로 연결되려 한다는 믿음이 번쩍였다.
사도단, 그리고 X국을 향한 의문
창고 구석에 쭈그려 앉은 피터가 장비를 끄고 숨을 고르는 동안, 제이드는 짧게 눈을 감았다. 반쯤 부서진 콘크리트 바닥에서 시큼한 냄새가 났다. 폐허가 된 지하 은신처가 연상되며, 잔혹했던 전투의 기억들이 어깨를 무겁게 짓눌렀다. 그러나 그녀는 이를 악물고 집중했다.
“X국이 정말 우릴 받아 줄까. 독재에 맞선다 해도, 레플리칸트 전력에 회의적일 수 있잖아.”
“지금으로선, 거기가 유일한 선택이야.”
피터는 녹슨 금속 파편을 치우고 앉아, 여전히 깜박이는 단말기 화면을 가리켰다.
[사이먼 벨(Simon Bell)이 이끄는 블루 펜타곤… 아라곤(Aragon) 함대 출진 임박…]
단편적 메시지들이 흘렀지만, 그 압도적인 위협은 이미 명확했다. 아라곤 함대가 전 지구적 공세를 개시한다면, 노바 앤젤레스 같은 지역은 다시 한번 ‘초토화 전쟁’에 내몰릴 것이 불 보듯 뻔했다.
“프레이저 소장이 숨겨 둔 ‘레플리칸트 병기’, 그게 만약 X국과 연계된다면 어떨까?”
제이드가 낮게 중얼거리자, 피터는 미간을 찌푸렸다.
‘배스토니 교정시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둘도 정확히 알 수 없었다. 다만, 소장 프레이저(Frasier)가 레플리칸트들을 군사적 목적으로 키워 내고 있다는 풍문만 파다했다. 그가 독재정부의 충견으로만 남아 있을 리 없다는 의심이 계속되었고, 혹시 그가 “거대한 반전”을 준비하는 중이라면…?
“프레이저가 진짜로 독재정권을 무너뜨리려고 한다면, 조만간 ‘12 사도단’인가 뭔가를 내보이겠지.”
“그때 X국이든 사도단이든, 우리가 서로를 설득해야 할 거야.”
그 짧은 대화에는 복잡다단한 현실이 깃들어 있었다. 설령 프레이저가 다른 야망을 품었다 해도, 배스토니 교정시설은 철저히 무장된 요새다. 제이드와 피터 같은 외부 저항세력이 먼저 손을 뻗기엔 역부족이 분명했다.
배스토니 지하에서 태동하는 결심
동시에, 배스토니 교정시설지하 밀실.
차가운 금속 바닥 위로 쨍— 전기 스파크가 일었다.
Aether Kinesis 장치의 가동이 잠시 멈추고, 합성 신경이 절단 날 만큼 고통을 견디던 마리안(Marian)이 가쁜 숨을 내쉬었다. 헬멧처럼 씌워진 전극 장치 너머로 땀이 줄줄 흐른다.
“이제 되겠군.”
훈련 모니터에 눈길을 주고 있던 소장 프레이저(Frasier)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리안의 맥박과 뇌파가 극단적 고통을 넘어서, 새로운 ‘안정곡선’에 진입하는 순간을 포착했기 때문이다. 인간과 똑같은 감정을 지닌 최신형 레플리칸트가, 이 지옥 같은 정신·신체 훈련을 견뎌 낸다면—바로 ‘완전체’라 부를 만한 전투력을 체화하게 될 터였다.
멀리서 미리암(Miriam)이 지켜보았다. 심리 교화실 담당으로서, 늘 마리안을 상담해 왔지만 정작 그녀가 훈련장에 있을 때는 개입할 수 없었다. 그저 이 과정을 숨죽여 관찰할 뿐이다. 미리암의 가슴 한편엔 안타까움과 동시에 묘한 희망이 피어났다.
‘마리안이 감정 회로를 잃지 않고 이 고비를 넘긴다면, 12 사도단 안에서도 가장 큰 힘과 영향력을 지닐 테지….’
눈앞에서 정신이 반쯤 날아간 듯 쓰러져 있던 마리안이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눈꺼풀 아래 깃든 눈빛에는 예전과 다른 불꽃이 어른거렸다. ‘에테르 키네시스(Aether Kinesis)’를 통해 빠른 속도로 흡수된 전투기술과, 과거 트라우마가 동력이 된 분노, 그리고 스스로를 지키려는 의지가 혼재되어 있었다.
“후… 끝낸 건가요.”
“처음 단계를 통과한 거지.”
프레이저가 짧게 답했다. 그러고 나서 지켜보던 실험복 입은 연구진들에게 눈짓을 보냈다. “적정 약물 투입”을 준비하라는 뜻이었다. 오늘 훈련이 마무리되면, 마리안은 초강화 전투복을 처음으로 착용할 예정이었다.
제로(Zero)와 오리온(Orion)의 출격 준비
같은 시각, 교정시설 내부 다른 구역에서는 제로(Zero)와 오리온(Orion)이 각각 훈련을 마치고 장비를 점검 중이었다.
• 제로는 최고급 해킹 모듈을 보유한 레플리칸트. 블루 펜타곤이나 사이먼 벨에 맞설 필수 ‘정보 전술’의 열쇠를 쥔 존재다.
• 오리온은 기계근력을 최대로 증폭시킨 전투 특화형으로, “단독으로 소대 하나를 상대해도 이길 수 있다”는 소문이 돌 정도였다.
두 레플리칸트는 12 사도단의 초석이라 불렸고, 이미 몇 차례 소장 프레이저의 지시로 외부 작전을 수행한 전력이 있었다. 다만 그 작전은 은밀하게 진행되었고, 공식 기록엔 남지 않았다.
“곧장 실전 투입될 수도 있어. 준비됐나.”
제로가 묻자, 오리온이 굵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번엔 마리안도 합류한다지. 감정 회로가 극도로 발달된, 그 ‘붉은 사리 차림’으로 유명했던 그녀 말이야.”
오리온의 말에 제로가 살짝 미소 지었다.
“정말 각성했다면, 우릴 뛰어넘는 능력이 될지도 몰라. 프레이저 소장이 왜 그렇게 서두르는지, 이제 알 것 같군.”
두 레플리칸트는 흑빛 전투복을 꺼내 입으며, 서로의 장비를 점검했다. 헬멧에 부착된 AI 인터페이스가 ‘핑—’ 하는 전자음으로 활성화되고, 금속 글러브 끝에서 살짝 불꽃이 튀었다. 모두 훈련용이 아니라 ‘실전용’으로 세팅된 장비였다.
FAWN, 그리고 세계의 소식
그 시각, 제로의 뇌파 접속을 통해 FAWN망에서 새로운 경보가 들어왔다.
[X국(X-Nation) 외교단 일부가 노바 앤젤레스 인근 해안에 도착, 사도단 대표와 접촉 중…
아라곤 함대가 중동 지대를 선제공격, 일부 도시 함락…
블루 펜타곤 상층에서 대규모 드론 편대를 이끌고 미국 중부까지 진출 시사…]
“이미 전쟁이 시작됐어.”
제로는 헬멧 안에서 음산하게 반짝이는 모니터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사이먼 벨이 기다려 주지 않는군.”
곧장 그는 소장 프레이저의 승인하에 이 정보를 12 사도단 핵심 인원에게 공유했다. 오리온이 이를 흘끗 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내뱉었다.
“이미 수많은 도시가 불타오르고 있다는 거잖아. 우린 뭘 해야 하지?”
제로는 시큰둥하게 대꾸했다.
“소장은 ‘배스토니’에서 직접 출동 명령을 내릴 때까진 움직이지 말라 했어. 어차피 이 전쟁을 멈추려면, 사이먼 벨이라는 괴물을 직접 때려눕혀야 하니까.”
둘 다 ‘결정적 시점’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세상이 차례차례 무너지는 동안, 스스로 마련한 토대를 완성해야 한다는 것이 프레이저의 오래된 철학이었다.
에데이 샤하르(Edei Shachar)와 X국(X-Nation)의 작은 교섭
노바 앤젤레스 하층 어딘가, 한때 지하 공동체 은신처로 쓰였던 폐쇄 구역. 배스토니에서 살아남은 제이드와 피터가 잠시 몸을 피하고 있는 이곳에, X국 연락원이 은밀히 찾아왔다.
문을 열고 들어온 이는 지적이고도 침착한 표정의 여성—X국 외교단 준회원이었다. 그녀는 협상을 위해 이끄는 소규모 팀을 대동하고 있었다. 제이드와 피터를 보자마자 바로 본론을 꺼냈다.
“사도단에 참여한다는 건, 곧 X국과의 군사 협력도 포함됩니다. 하지만… 여러분의 전력은 얼마나 신뢰할 만한가요?”
그녀의 질문에 제이드는 긴장한 표정으로 숨을 고르다가, 대답 대신 넌지시 “배스토니의 레플리칸트 부대”를 언급했다.
“곧 그들이 움직일 거예요. 그 힘이 뒷받침되면, 아라곤 함대와도 충분히 맞설 수 있죠.”
X국 측 인사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아직 반신반의한 기색이었다. 공식적으로 레플리칸트는 “불안정한 복제인간”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만약… 그 소장 프레이저가 진정 독재 타도에 뜻이 있다면, 왜 지금껏 공개적으로 움직이지 않았습니까?”
피터가 고개를 떨구었다.
“그걸 우리도 몰라요. 하지만 배스토니에서 만들어 낸 힘이 작지 않다고 확신합니다. 제발… 조금만 시간을 주세요.”
짙은 침묵이 흘렀다. 지하 은신처 벽 틈으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만이 울렸다. 그러다 X국 대표가 조용히 말을 이었다.
“좋습니다. 다만 우리가 보낼 군사 고문단이 레플리칸트 부대와 합류해 실력을 직접 검증해야 해요. 그게 조건입니다.”
“검증….”
“네, 그렇지 않으면 X국 상층부가 군사 협력을 허락하지 않을 겁니다.”
제이드와 피터는 마음이 복잡해졌다. 배스토니 교정시설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자살행위에 가깝지만, X국의 지원을 얻으려면 ‘레플리칸트 부대가 실제로 믿을 만한가’를 입증해야 했다. 결국, 교도관과 드론이 득실거리는 그곳에, ‘외부 고문단’을 잠입시켜야 하는 난관이 도사리고 있었다.
마리안의 각성, 첫 전투복 착용
배스토니 지하 밀실. 마리안은 체내 감정 회로가 아직 쿨다운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프레이저의 호령에 따라 전투복을 입었다. 붉은 사리(sari)를 떠올리게 하던 그녀의 상징적 의상은 이미 실험실 부속품처럼 찢어져 사라졌고, 이제는 검푸른 강화 섬유가 몸을 감싸고 있었다.
손끝에 전해지는 묘한 진동이 신기하듯, 마리안이 장갑을 끼자 전자음이 짧게 튀었다. 근력 보조장치가 그녀의 움직임을 몇 배로 증폭시킬 준비가 완료된 것이다.
“어때?”
소장 프레이저가 물었다.
마리안은 여전히 헐떡이는 숨을 고르며, 짧게 대답했다.
“가볍네요. 이전엔 이렇게 뻣뻣하게 움직여야 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부드럽습니다.”
프레이저가 만족스럽게 미소 지었다.
“이미 네 신경과 동기화가 끝났으니, 큰 무리는 없을 거다. 단, 감정 회로가 흔들리면 장비가 버겁게 느껴질 수도 있어. 잊지 마라.”
마리안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 분노·슬픔·억울함 같은 수많은 감정이, 여전히 그녀 안에서 날카로운 톱날처럼 깎아 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주어진 임무를 해내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잡았다.
“곧 ‘실전 시험’을 치르게 될 거야. 네가 그 문턱을 넘으면, 12 사도단에 합류하게 된다.”
프레이저가 건넨 말은 마치 마지막 시험을 앞둔 지원자에게 던지는 통지 같았다.
도시 상공의 먹구름, 그리고 첫 교전 예고
노바 앤젤레스 상공엔 이미 까마득한 드론 부대가 떠 있었다. 블루 펜타곤 쪽 무장 드론인 듯, 곳곳에서 레이저 스캔이 내려오고, 지하 통로까지 뒤져가며 반군 세력이나 레플리칸트를 색출하는 모양새였다. 전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벌어지는 사이, 이 도시도 잠시나마 폭풍전야에 잠긴 듯 보였다.
하지만 정적은 오래가지 않았다. 밤이 찾아오자, 지하 어딘가에서 콰르릉—하는 폭발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정부군이 하층부의 불법 시설을 강제로 철거하려고 든 것인지, 사도단 쪽과 교전이 벌어진 것인지 구분하기 힘들었다. 어쨌든 긴장감이 걷잡을 수 없이 퍼져 나갔다.
“이제… 시작이네.”
크고 작은 울림을 감지하며, 제이드가 은신처 구석에서 힘겹게 일어섰다. 피터는 파편에 긁힌 상처를 간단히 붕대로 감으면서, “드디어 올 게 왔다”는 듯한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X국의 고문단이 곧 도착할 거야. 배스토니로 들어가 ‘레플리칸트 대원들’을 만나겠다고 했지. 제길, 어떻게 안내하지…”
제이드와 피터는 최후의 선택을 해야 했다. 정말 배스토니 내부로 잠입해, 프레이저의 ‘12 사도단’을 찾아갈 것인가, 아니면 우회로라도 마련해야 할까.
교도소 벽 뒤의 결투
배스토니 교정시설 외벽, 삼엄한 경비 탑들 사이. 어둑한 야간 조명 아래, 누군가 빠른 속도로 달려왔다.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만큼 민첩했다. 교도관들이 잔뜩 경계하며 레이저를 겨누었으나, 이미 그림자는 벽을 타고 넘어 순식간에 철문 앞에 착지했다.
쨍!—
짧은 금속 파열음이 울리고, 교도관 한 명이 기절하듯 바닥에 쓰러졌다. 나머지 교도관 셋이 달려들었지만, 상대는 이미 두 번째 인물까지 제압해 버렸다. 폭력과 잔혹함보다도 차갑고 정확한 움직임이 돋보였다.
“아직, 이 정도야…”
그림자는 어깨에 전투 드론 잔해를 짊어진 채, 붉은 눈빛이 빛나는 헬멧 안에서 희미한 음성을 흘렸다. 오리온(Orion)이었다. 소장 프레이저의 은밀한 지시로 교정시설 외벽을 순찰하던 중, 정부군 교도관들과 예상치 못한 마찰이 생긴 것이었다.
오리온은 한동안 망설이다, 무장 드론이 쏴 댄 레이저망을 피하면서도 굳이 치명상을 입히진 않았다. 공격 선이 절묘하게 조정되었고, 쓰러진 교도관들은 가벼운 부상만 입었다.
“이건… 소장님 뜻대로. 불필요한 희생은 피하라.”
혼잣말과 함께, 오리온은 어두운 골목에 자취를 감췄다. 교도관들이 뒤늦게 알람을 울려도 이미 늦었다.
이 작은 소란은 분명 ‘누군가가 배스토니 내부에서 밖으로 나왔다’는 징후를 세상에 알린 셈이었다. 동시에, 노바 앤젤레스 하층에선 ‘교정시설 쪽 레플리칸트가 밖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소문이 다시 돌기 시작했다.
사도단의 깃발을 세울 날
여러 사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1. 배스토니 내부: 마리안이 에테르 키네시스(Aether Kinesis)의 극한을 넘어서 전투복을 착용하고, 마침내 12 사도단 가입 직전까지 다다름. 제로와 오리온도 본격적 실전 투입을 대기.
2. 노바 앤젤레스 하층: 제이드와 피터, 사도단 측과 X국 고문단의 접촉을 주선해야 하는 위험천만한 임무를 떠안음.
3. 상층부: 사이먼 벨의 드론 부대가 이미 도시 전역을 감시하기 시작했고, 아라곤 함대가 어느 순간 이 지역 상공을 뒤덮을 수 있음.
4. 세계 각지: 설원과 사막을 넘어, 유럽·아시아·라틴 등지에서 FAWN을 통해 결집한 사도단 세력과 X국 측 동맹이 ‘첫 결정적 교전’을 대비 중.
그러나 어느 누구도 모든 정보를 다 꿰고 있진 못했다.
어둠에 잠긴 도시와 교정시설 벽 뒤편, 그리고 지구 반대편의 격전지들—모든 곳이 동시에, 전쟁의 불길이 더욱 짙어지는 기운을 뿜어냈다.
마리안은 전투복 너머로 들려오는 심장 박동에 귀 기울였다. 고통이 주춤거리고, 한층 단단해진 몸이 낯설지만 강렬했다. “난 살아남을 거야. 그리고… 뭔가를 바꿀 수 있어.”
그 소망이, 배스토니 복도 끝에서 그녀를 지켜보던 미리암의 마음에도 아릿하게 퍼졌다.
“곧 때가 되면, 모두 폭발할 것이다.”
소장 프레이저는 지휘 모니터 위에 하늘색으로 표시된 X국의 좌표를 가만히 응시하며, 속으로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희미한 미소가 입가를 맴돌았으나, 눈동자는 차갑게 흔들렸다. 이 모순된 표정이 의미하는 바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한편, 제이드는 지하 은신처 문턱에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었다. 무너지고 바스러진 이 도시 구석에서 조차, 사도단과 X국을 매개해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이 그녀를 휘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