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장. 내게 부치는 편지
별을 나누는 긴 여정을 시작한 뒤,
아이의 걸음은 어느덧 조금 더 조심스러워졌다.
누군가의 어둠에 작은 불씨를 전해주고 나서부터,
아이의 주머니 한쪽에서는 묘하게 무겁고도 고요한 별 조각이
다른 것들과 다른 방식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그 조각은 빛도, 울림도 거의 없었으며,
손에 쥘 때마다 어디선가 숨죽였던 불편한 기억이 고개를 들었다.
“이건… 내 조각이 아니야.”
처음엔 아이도 그렇게 믿고 싶었다.
“누군가가 실수로 내 주머니에 넣었겠지.”
“아니면 내가 잊고 싶어하던, 누군가의 거울 같은 조각일 수도 있어.”
하지만 얼마나 더 걸어가도 그 별 조각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가슴 가까이에서 묵직하게 존재감을 드러냈다.
어느 날, 아이는 더는 도망치지 않기로 결심한다.
사람의 발길이 드문 숲속 작은 공터에 앉아,
그 조각을 조심스레 꺼내 들어 본다.
놀랍게도, 그 표면에는 여태 본 다른 별들과는 전혀 다른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그 조각은 다른 이들에게 전해주던 빛을 품고 있지 않았다.
대신, 아이 자신의 얼굴을 아주 선명하게 비추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그저 ‘얼굴’이 아니었다.
그 안에는
무심코 던진 말로 누군가를 아프게 했던 순간,
도망치고 싶어 애써 외면했던 실수,
“나는 쓸모없는 존재일지도 몰라…” 하고 절망에 몸을 떨던 밤,
그리고 가장 깊은 죄책감마저
아이의 ‘그림자’처럼 고스란히 스며 있었다.
별 조각을 쥔 아이의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마치 그 조각이 속삭이듯 들렸다.
“넌 아직 나를 받아들이지 않았어.
너는 다른 사람의 어둠 앞에서는 빛을 꺼내어 건네주었으면서,
정작 너 자신의 상처에는 눈길조차 주지 못했잖아.”
아이의 눈가에 이내 눈물이 그렁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울음을 삼키려 애썼지만,
조용히 흘러내리는 눈물은 손등과 별 조각 위를 적셔 갔다.
“그래, 나도 무서웠어.
혹시 내가 진짜 ‘사랑받을 자격이 없는 존재’가 아닐까,
이런 실수를 저질렀고,
때로는 누군가를 아프게 했다는 사실이… 너무 두려웠어.”
그때, 아이의 가방에서 서기에게서 받았던 종이가
조용히 나풀거리며 떨고 있었다.
마치 자기에게 무슨 말이든 써 보라는 듯 했다.
아이는 서기가 준 펜을 들었다.
그리고 생애 처음으로, ‘자기 자신에게’ 편지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사랑하는 나에게,
너는 결코 완벽한 존재가 아니었어.
때로는 도망쳤고,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차갑게 외면하기도 했지.
하지만 이제 알겠어.
너는 항상 최선을 다해왔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걷고자 했다는 걸.
그러니, 미워하지 않을게.
나도 너를 용서할게.
그리고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랑해 보려고 결심할게.
아직 아물지 못한 상처들도 있겠지만,
그래도 나는 널 끌어안을 수 있을 것 같아.
– 별을 줍는, 너의 또 다른 이름으로부터.”
편지를 다 쓰고 고개를 들었을 때,
그 ‘무겁던 별 조각’은 조용히 빛을 내기 시작했다.
비록 작고 여리지만, 누구의 것도 아닌 ‘오직 아이를 위한’ 빛이었다.
아이의 주머니 속에서
지금까지 모아온 별 조각들이 일제히 진동하기 시작한다.
다른 이들에게서 받은 것,
함께 나눈 것,
그리고 마지막에 되찾은 ‘자신의 조각’까지—
이제 별은 거의 완성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바로 그때,
나침반이 다시 빛을 떨구었다.
“이제, 네 이름을 부를 수 있는 마지막 장소로
너를 안내할게.”
아이의 눈동자가 또렷해진다.
그리고 마음 깊은 곳에 아주 오래 전부터 숨어 있던,
그러나 결코 낯설지 않은 이름 하나가
희미하게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제 아이는 온전히 자신의 그림자를 마주한 뒤,
곧 펼쳐질 빛나는 길을 준비하려 한다.
자신의 이름, 그리고 자신만의 별을 되찾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