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가족과 사랑
가정이 하느님께서 친히 제정하신 거룩한 공동체임을 인식하고, 가족생활의 성소적 의미를 이해한다.
부부 사랑의 특성과 혼인성사의 신비를 배워, 가정 사랑의 기초를 다진다.
부모와 자녀 사이의 가족 사랑에 담긴 윤리적‧신앙적 의무를 숙지하고, 가정 안에서 사랑을 실천하는 방법을 모색한다.
가정을 “작은 교회”(가정 교회)로 바라보며, 가정의 사회적‧교회적 사명을 깨닫는다.
가정은 인간이 사랑을 배우고 실천하는 첫 학교이자, 하느님께서 직접 세우신 거룩한 공동체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혼인을 성사의 반열에 올리시어, 부부의 결합을 특별한 은총으로 축복하셨고, 이를 통해 가정 공동체가 교회의 기초 단위가 되도록 하셨습니다. 오늘날 사회가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도, 가정은 여전히 신앙과 덕행의 요람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이 장에서는 가족과 사랑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을 체계적으로 살펴봅니다. 먼저 혼인과 부부 사랑의 신비를 다루고, 이어서 부모와 자녀 관계에서 요구되는 사랑과 교육의 의무를 살핀 뒤, 가정이 교회와 사회를 위해 수행해야 할 사명도 제시합니다. 이는 곧 부부와 가족 역시 신앙 안에서 정화·성화되어, 더 큰 공동선과 거룩함에 이바지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교회 문헌과 성인들의 모범을 통해 가정 사랑의 고귀함과 현실적 어려움을 함께 조망해 보고자 합니다.
가정은 단순한 사회 산물이 아니라, 하느님의 창조 계획에 깊이 뿌리내린 공동체입니다. 창세기 2장 24절에 따르면, 하느님께서는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고 “둘이 한 몸이 된다”고 선포하심으로써 혼인과 가정의 기원을 밝혀 주십니다. 예수님 또한 이 말씀을 인용하시며, 하느님께서 맺으신 결합의 신성을 강조하셨습니다(마태오 19,4-6).
가톨릭 교회는 가정을 “생명과 사랑의 친교(Communio)”라고 부르며, 하느님의 사랑을 비추는 작은 교회로 칭송합니다. 남녀의 부부 사랑으로 시작된 가정은 새 생명을 잉태하고 키우는 생명의 성소(聖所)가 됩니다. 부모는 창조주이신 하느님의 협력자가 되어 “생육하고 번성하라”(창세 1,28 참조) 하신 축복에 참여합니다.
더 나아가 교회는 이 지상을 순례하는 동안, 가정이 교회 생활의 기초 단위라고 가르칩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는 그리스도인 가정을 “작은 교회”(가정 교회)라고 부르며, 신앙과 은총의 삶을 살아가도록 권고합니다.(Lumen Gentium 11항) 실제 가정 안에서는 기쁨과 희망은 물론 아픔과 갈등도 경험되지만(사목헌장 47항 참조), 하느님께서는 언제나 가족과 함께하셔서 거룩함과 사랑으로 이끌어 가십니다.
가정의 출발점은 부부 사랑입니다. 남편과 아내가 맺는 혼인 서약은 사회적 계약 이상의 거룩한 성사입니다. 교회는 혼인성사를 통해 부부의 결합을 “그리스도와 교회의 사랑”을 표징하는 신비로 봅니다(에페소 5,25.32 참조). 그러므로 혼인은 사람이 함부로 갈라놓을 수 없는 영원한 유대이자, 하느님의 특별한 은총을 지닌 결합입니다. 가톨릭 교리는 혼인성사에 세 가지 특성이 있음을 가르칩니다.
단일성: 한 남자와 한 여자의 배타적 결합
불가해소성: 사람이 함부로 해소할 수 없는 영원한 유대
생명 개방성: 부부 사랑이 열매 맺어 새 생명을 낳고 기를 수 있도록 열려 있어야 함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이를 “인격의 합일”이라고 부르며, 부부의 결합은 육체적‧정서적‧영적 결합을 모두 아우른다고 설명합니다. 또한 교회는 혼인과 생명 출산을 분리할 수 없다고 가르치며, 자녀 출산과 양육은 부모가 하느님 사랑에 직접 참여하는 소명이라고 강조합니다(Humanae Vitae 등 참조).
혼인 생활에서 부부는 상호 헌신과 희생을 통해 성화됩니다. 일상의 크고 작은 어려움을 함께 이겨내고, 화해와 용서를 거듭하면서, 정화의 은총을 체험하게 됩니다. 성령께서는 혼인성사의 은사를 통해 부부에게 사랑의 힘과 가정을 이끌 지혜를 주시어, 부부가 곧 하느님의 충실한 사랑을 세상에 증언하게 하십니다.
가정은 보통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이루는 사랑의 공동체입니다. “네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라”(탈출 20,12)는 네 번째 계명은, 이 관계의 윤리적 질서를 분명히 보여 줍니다.
자녀는 부모에게 순종‧존경‧사랑을 표현해야 하고,
부모는 자녀에게 사랑과 정의로 대하며, 교육과 양육에 정성을 다해야 합니다.
교회는 부모를 자녀의 “신앙 첫 봉사자”라고 부르며,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신앙교육을 매우 중시합니다. 실제로 부모는 아이에게 기도를 가르치고,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 주어 신앙의 뿌리를 깊게 내릴 수 있도록 안내합니다. 자녀들은 부모에게 효성과 공경을 보여 주고, 성장 후에는 봉양으로 그 사랑에 보답합니다.
사도 바오로는 “자녀들은 부모에게 순종하라. 이는 옳은 일이다.”(에페소 6,1)라 권고하고, 부모에게는 “자녀를 성나게 하지 말고 주님의 훈계로 잘 키우라”(에페소 6,4)고 당부합니다. 가정은 결코 완벽한 사람들이 모인 곳이 아니기에, 갈등과 상처도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랑과 용서, 대화와 배려가 뒷받침되어야 가족이 건강하게 성장합니다. 교황 프란치스코도 가정 안에서 자주 사용해야 할 말로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를 꼽으면서, 작은 말 한마디가 가족 사랑을 더욱 돈독히 한다고 강조합니다.
가정은 사적 울타리에 머무르지 않고, 교회와 사회를 향한 사명을 지닙니다. 루멘 젠티움 11항 등에서 말하듯, 그리스도인 가정은 작은 교회로서 신앙의 빛을 세상에 전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가정이 교회 안에서 본당 활동에 적극 참여하거나, 다른 가정을 돕는 모습은 복음 선포의 한 형태가 됩니다.
동시에 사회적 측면에서 가정은 “사회생활의 원초적 세포”로, 인류 공동체를 건강하게 일구는 근본 단위입니다.
가톨릭 사회교리는 가정을 “사회가 바로 서기 위한 기초”라 부르며, 가정이 온전히 존중받을 때 사회도 올바로 선다고 역설합니다. 부모가 자녀를 정의롭고 책임감 있게 키우면, 공동선에 기여하게 됩니다. 또 가정에서 생명을 환대하고 보호함으로써 사회의 미래도 보장됩니다. 오늘날 다양한 가정 형태(다문화·한부모 등)가 증가하고, 여러 가지 어려움도 있지만, 그리스도인 가정은 사랑과 연대로 이웃을 도울 수 있습니다. 사실 사랑의 문화는 가정에서부터 시작되어, 교회와 사회 전체를 풍요롭게 합니다.
가정 감사 기도: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을 그리며, 그들이 내 삶에 있음에 감사해 봅시다. “하느님, 저희 가정을 주심에 감사합니다. 기쁨과 슬픔을 함께하도록 이끄신 당신 사랑에 찬미를 드립니다.”
부부 사랑 재점검: 결혼하신 분들은 혼인성사 때의 서약을 다시 묵상합니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병들 때나 건강할 때나…”를 떠올리며 배우자를 대하는 내 태도를 돌아보고, 성령의 도움을 청합니다.
부모·자녀 묵상: 부모님과 자녀가 함께 있다면, 네 번째 계명을 묵상하며 서로에게 미안했던 일과 고마웠던 일을 나눠 봅시다. 작은 말이 가족 사랑을 새롭게 합니다.
가정의 사명 실천 계획: 내 가정이 교회와 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작지만 구체적인 일을 한 가지 떠올려 봅시다(봉사, 기부, 본당 활동 등). “작은 교회”로서 사명을 살아보도록 다짐합니다.
가정은 하느님께서 세우신 사랑의 공동체로, 혼인과 출산·양육이 창조 안에서 자리한 성스러운 계획이다. 교회는 가정을 “작은 교회”로 칭하며, 그 중요성을 가르친다.
혼인성사로 맺어진 부부 사랑은 그리스도와 교회의 사랑을 표징하며, 단일성, 불가해소성, 생명 개방성의 특성을 지닌다. 부부는 성령의 은총으로 이를 지탱받으며 서로 헌신해 나아간다.
부모와 자녀는 서로에게 사랑·존경·교육·감사의 의무가 있고, 사랑과 용서를 통해 가정을 거룩하게 이끈다. 가정은 인간적·영적 성숙을 이루는 핵심 터전이다.
그리스도인 가정은 교회와 사회에 대한 사명을 지니며, “작은 교회”로서 복음과 사랑을 증거한다. 가정의 사랑이 이웃과 사회로 흘러넘칠 때, 가정 교회의 사명이 완수된다.
가정 교회(Ecclesia domestica)
그리스도인 가정을 이르는 말로, 가정이 신앙과 기도, 사랑과 은총을 키워 나가는 작은 교회의 역할을 한다는 의미이다.
혼인성사
일곱 성사 중 하나로, 한 남자와 한 여자가 교회 앞에서 혼인 서약을 맺을 때 특별한 은총이 부여되어 불가해소의 거룩한 결합이 형성된다.
효경(孝敬)
자녀가 부모에게 보이는 공경과 사랑. 네 번째 계명의 핵심이며, 부모 돌봄과 존중·순종 등을 포괄한다.
생명 존중의 책임
부부가 새 생명을 잉태하고 기를 때 지는 책임으로, 가톨릭 교회는 생명의 신성을 지키기 위해 피임이나 낙태를 배격하고 자녀를 하느님의 선물로 받아들이도록 가르친다.
문1. 가정이 ‘하느님 계획 안의 공동체’라는 개념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답: 인간이 본디 사회적 존재임은 고대 일반적인 개념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리스도교는 이를 초월적으로 확장해, 창조주의 섭리 안에서 남녀의 결합과 생명 탄생이 거룩한 목적을 지닌다고 봅니다.
문2. 혼인성사를 ‘그리스도와 교회 관계’의 표징이라 보는 것은 어떤 상징성을 지닐까요?
답: 부부는 예수 그리스도의 자기희생적 사랑과 교회에 대한 충실을 눈에 보이는 표지로 드러냅니다. ‘절대적 헌신(부부)과 공동체(교회)의 유비’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문3. 가족 사랑이 단지 혈연적 본능이 아니라 윤리적‧종교적 소명이라는 주장에는 어떤 근거가 있나요?
답: 가정은 인간이 처음으로 사랑·도덕·영성을 배우는 터전입니다. 가족 사랑은 본능적 애착을 넘어, 자유롭게 선택한 인격적 돌봄이라는 점에서 윤리적‧종교적 의미를 갖습니다.
문4. 부부 사랑이 생명 탄생과 분리될 수 없다는 교리적 입장은 자유를 제한하지 않나요?
답: 교회는 부부 사랑의 본질에 ‘자기증여와 생명 개방성’이 함축되어 있다고 강조합니다. 이는 자유를 제한하기보다는 하느님이 부여한 본래 목적을 존중하라는 권고입니다.
문5. 부모는 자녀에게 신앙을 전수할 의무가 있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답: 교육은 원초적으로 부모에게 맡겨진 권리이자 의무입니다. 그리스도교 신앙 전수는 부모가 자녀에게 최고 가치와 초월적 지평을 열어 주는 행위로 간주됩니다.
문6. 가족 간 갈등이 있다면, ‘거룩한 가정’이라는 말은 무색해지지 않나요?
답: 가정의 거룩함은 갈등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갈등을 사랑과 용서로 이겨 냄으로써 성숙해 나간다는 데 있습니다. 결핍과 충돌은 성숙의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문7. ‘작은 교회’인 가정이 교회와 사회에 기여한다는 말은 어떤 의미인가요?
답: 미시 공동체인 가정이 매크로 공동체(교회·사회)의 질과 방향을 결정한다는 이론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가정 → 마을 → 국가’ 구도가 그리스도교 전통에서 영적 차원으로 확장된 형태라 볼 수 있습니다.
문8. 종교 없이도 가족이 서로 사랑하며 잘 살 수 있지 않나요?
답: 물론 가능합니다. 다만 교회는 성사의 은총이 가족 사랑을 더 깊이·영적으로 인도한다고 주장합니다. 초월적 의미가 가족 사랑을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문9. 혼인성사의 ‘불가해소성’이 개인 행복을 저해하는 건 아닐까요?
답: 교회 입장은 ‘영원성’이 부부에게 더 깊은 신뢰와 안정감을 주며, 오히려 개인 행복을 촉진시킬 수 있다고 봅니다. ‘영원성 지향’은 인간에게 큰 의미와 책임을 부여합니다.
문10. 가정에서 사랑을 배우지 못한 사람에게 희망은 없나요?
답: 교회와 사회가 보완적 역할을 하며, 부족했던 사랑을 채워 줄 수 있습니다. 심리적·영적 치유와 공동체적 연대를 통해, 가정 결핍을 극복하는 사례도 많습니다.
문11. 가정이 ‘사랑의 학교’라는 말은 어떤 의미일까요?
답: 아이는 가정에서 처음으로 안정적 애착을 형성하고, 대인관계 기술과 정서적 소통 방식을 습득합니다. 이는 성장 후의 성격과 삶 전반에 깊은 영향을 미칩니다.
문12. 혼인성사가 가족에게 주는 심리적 안정과 유대감은 어떻게 작용하나요?
답: 부부가 “하느님 앞에서” 서로에게 신의를 맹세했기에, 상호 신뢰와 결속감이 높아집니다. 이는 심리적으로 안전기지가 되어, 위기를 만나도 회복탄력성을 갖게 합니다.
문13. 가족 구성원 간 갈등은 왜 그렇게 아프고, 치유가 어려울까요?
답: 가족은 밀착도가 높아 작은 상처도 크게 느껴지고, 접촉 빈도도 높아 갈등이 누적되기 쉽습니다. 꾸준한 대화와 용서, 심리치료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문14. 부모가 자녀에게 종교·신앙을 전수하는 행위는 ‘강요’ 아닌가요?
답: 정당한 신앙교육은 사랑 안에서 자율을 존중하며, 가장 가치 있는 것을 물려주는 일입니다. 자녀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합니다(강압은 지양).
문15. 부모가 싸우고 갈등하는 모습을 자녀가 본다면, 부정적 영향이 심하지 않을까요?
답: 갈등 자체보다,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이 중요합니다. 부모가 화해하고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 주면, 자녀도 건전한 갈등 해결 모델을 학습하게 됩니다.
문16. 가톨릭에서 강조하는 ‘부부의 불가분성’이 현실적으로 조화될 수 있나요?
답: 심각한 부부 갈등 시 상담과 조력은 필수일 수 있습니다. ‘불가분성’은 쉽게 관계를 포기하지 않고 함께 극복하려는 긍정적 원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문17. 부모와 자녀가 서로 신앙을 공유하면, 어떤 심리적 이점이 있을까요?
답: 공통된 가치관과 소통 언어로, 갈등 해결 시 기준이 명확해지고, 함께 기도나 전례에 참여하면서 유대감이 더욱 강화됩니다.
문18. 가정이 교회‧사회에 기여하는 모습은 사회 심리학적으로 어떻게 볼 수 있나요?
답: 가정에서 바른 인성과 윤리를 학습한 사람이 늘어나면, 지역사회와 교회 공동체도 건강해집니다. 이는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입니다.
문19. ‘작은 교회’로서의 가정이 신앙 없이도 가능할까요?
답: 신앙이 없는 가정도 윤리와 사랑을 실천할 수 있지만, 교회는 ‘성사의 은총’이 가족 사랑을 더욱 공고히 하고 은총을 덧입힌다고 주장합니다. 심리적으로도 이는 결속력 강화로 이어집니다.
문20. 가정에서 사랑받지 못한 사람이 전 생애를 불행하게 보내야 하나요?
답: 초기 결핍이 전 생애에 영향을 주긴 하지만, 치유와 회복이 가능합니다. 교회 공동체‧전문 상담 등 다양한 도움을 통해 안정적 애착을 다시 형성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인 가정은 단순한 혈연 공동체를 넘어, 하느님의 사랑을 드러내고 교회와 사회를 섬기며, 서로의 성화를 일구는 거룩한 터전입니다. 여러분의 가정이 ‘작은 교회’로서 더욱 풍성한 사랑과 기쁨, 그리고 성령의 은총을 누리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