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뻐하소서!”—은총과 기쁨의 초대
Ave Maria
성모송은 우리 신앙의 어머니이신 성모 마리아께 바치는 가장 아름다운 기도 중 하나입니다. 이 기도는 따뜻한 위로와 희망을 줍니다. 특히 어머니의 마음으로 살아가는 신앙인에게는, 성모송 한 구절 한 구절이 마치 온기를 전해주는 한 잔의 따뜻한 우유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성모송은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전반부는 천사 가브리엘과 성 엘리사벳이 마리아께 건넨 축복의 말씀이며, 후반부는 교회가 오랜 세월 동안 추가하여 완성한 청원의 기도입니다. 이 기도의 뿌리는 성경 말씀에 닿아 있고, 교회의 전통과 신앙 고백이 아름답게 녹아 있습니다. 이제 성모송의 다언어 원문을 살펴보고, 각 구절이 담고 있는 성경적·언어학적 기원과 신학적 의미, 전례적 맥락을 하나하나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 보겠습니다.
1. 성모송 다언어 원문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기뻐하소서! 주님께서 함께 계시니 여인 중에 복되시며,
태중의 아들 예수님 또한 복되시나이다.
천주의 성모 마리아님,
이제와 저희 죽을 때에 저희 죄인을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라틴어 (전례 원문)
Ave Maria, gratia plena, Dominus tecum;
benedicta tu in mulieribus,
et benedictus fructus ventris tui, Iesus.
Sancta Maria, Mater Dei,
ora pro nobis peccatoribus,
nunc et in hora mortis nostrae.
Amen.
그리스어 (코이네, 신약 성경 원문)
Χαῖρε, κεχαριτωμένη, ὁ Κύριος μετὰ σοῦ·
εὐλογημένη σὺ ἐν γυναιξίν,
καὶ εὐλογημένος ὁ καρπὸς τῆς κοιλίας σου [Ἰησοῦς].
Ἁγία Μαρία, Θεοτόκε,
πρόσευχε ὑπὲρ ἡμῶν τῶν ἁμαρτωλῶν,
νῦν καὶ ἐν τῇ ὥρᾳ τοῦ θανάτου ἡμῶν.
ἀμήν.
영어 (가톨릭 전통 번역)
Hail Mary, full of grace, the Lord is with thee;
blessed art thou among women,
and blessed is the fruit of thy womb, Jesus.
Holy Mary, Mother of God,
pray for us sinners,
now and at the hour of our death.
Amen.
라틴어 기준 직역 (한국어 직역본)
“아베(기뻐하소서) 마리아, 은총으로 가득하신 이여, 주님께서 그대와 함께 계시도다;
그대는 모든 여자들 가운데 복되시며,
그대 태중의 열매 예수 또한 복되시도다.
거룩하신 마리아, 하느님의 어머니시여,
우리 죄인들을 위하여 지금과 우리의 죽음 때에 빌어주소서.
아멘.”
위에 제시된 다섯 가지 언어로 된 성모송은 각각 동일한 기도를 담고 있습니다. 한국어 번역은 현재 한국 천주교회에서 공식적으로 사용되는 성모송이며,
- 라틴어는 전 세계 가톨릭 전례의 공통 원문입니다.
- 그리스어 코이네로 표기한 것은 신약 성경 (루카 복음)에서 전해지는 본문의 언어로, 성모송 전반부의 뿌리가 되는 구절들을 담았습니다.
- 영어 번역은 전통적인 가톨릭 번역문으로, 우리말과 마찬가지로 라틴어 원문에 충실히 따르고 있습니다.
- 라틴어 기준 직역본은 라틴어 어순과 어휘를 가능하면 그대로 살려 우리말로 직역한 것입니다. 성모송 각 어구의 본래 뜻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덧붙였습니다.
그럼 이제 성모송 전반부 한 구절 한 구절의 의미와 그 기원, 그리고 그 안에 담긴 풍부한 신학적·전례적 의미를 알아보겠습니다.
2. 성모송 전반부 구절별 설명
성모송의 전반부는 성경 루카 복음서의 말씀에서 직접 가져온 것입니다. 기도의 첫 부분은 천사 가브리엘이 마리아께 전한 인사말과, 마리아의 친족인 엘리사벳이 성령으로 충만하여 외친 찬미의 말씀이 결합되어 있습니다. 전반부는 하느님의 은총 안에 특별히 선택된 마리아의 복됨을 찬양하며, 동시에 그 복됨의 중심에 계신 예수님을 드러냅니다. 한 줄 한 줄이 성경 말씀에 뿌리를 두고 있기에, 그 구절마다 깊은 의미와 역사적 맥락이 깃들어 있습니다.
2.1 “기뻐하소서”
우리말 성모송은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기뻐하소서!”라는 인사로 시작합니다. 여기서 “기뻐하소서”에 해당하는 원문 라틴어는 “Ave” (아베)입니다. 이 말은 본래 고대 로마인들이 인사할 때 쓰던 표현으로, 영어의 “Hail” 또는 “안녕하십니까”에 가까운 뜻입니다. 그러나 성모송의 뿌리가 되는 루카 복음 1장 28절에서 천사 가브리엘이 마리아께 건넨 그리스어 인사말은 “카이레(Χαῖρε)”였습니다. 카이레는 직역하면 “기뻐하다”라는 뜻을 지닌 동사 χαίρω의 명령형으로, 문자 그대로는 “기뻐하라”는 뜻입니다. 당시 그리스어에서 카이레는 흔히 쓰이던 인사말이기도 했지만, 루카 복음서에서 이 천사의 인사를 볼 때 단순한 안부 인사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마리아는 이 인사를 듣고 “그런 인사말이 도대체 무슨 뜻인가 곰곰이 생각”하였습니다(루카 1,29). 이는 천사의 말이 평범한 인사가 아니라 놀라움과 의미를 지닌 축복임을 보여줍니다.
성경 학자들과 교회 전승은 천사 가브리엘의 이 첫 마디를 “마리아님, 기뻐하십시오”라는 하느님의 명령으로 이해해 왔습니다. 단순히 “안녕하세요” 정도가 아니라, 천사가 전하는 기쁜 소식에 응답하여 기뻐하도록 초대하는 말이었습니다.
이처럼 “기뻐하라”는 천사의 인사는 구약 성경에서 메시아의 오심을 예고할 때 자주 등장하는 표현입니다. 예언자 스바니야도 “시온의 딸아, 환성을 올려라… 이스라엘의 임금 야훼께서 너희와 함께 계시니… 두려워 말라. 너를 구하러 오신 전능한 분께서 네 안에 계신다”고 선포하며 기쁨을 촉구합니다(스바 3,14-17). 또 즈카르야 예언은 “시온의 딸아, 한껏 기뻐하라. 보아라, 네 임금이 너를 찾아오신다”(즈카 9,9) 하고 외칩니다. 마리아에게 전해진 천사의 “기뻐하소서”도 바로 이런 맥락에서 이해됩니다.
마리아님, 기뻐하세요. 왜냐하면 주님께서 이제 당신과 함께하시고, 세상의 구원자가 오시기 때문입니다. 이 짧은 인사말은 하느님께서 오랫동안 기다려 온 메시아를 보내시어 인류를 구원하실 기쁜 소식을 전하며, 그 소식을 가장 먼저 듣게 된 마리아에게 마음껏 기뻐하도록 권고하는 의미를 지닙니다.
마리아가 기뻐해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요?
먼저, 하느님의 특별한 은총을 받았기 때문입니다(루카 1,30 참조). 하느님께서는 마리아를 인류 구원을 위한 독생성자의 어머니로 택하시며 놀라운 은총을 부어 주셨습니다.
둘째, 주님께서 언제나 함께 계시기 때문입니다(루카 1,28). 마리아는 지금 하느님의 아들을 모태에 모시게 되었고, 성령의 능력이 그녀 위에 덮이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하느님이신 주님이 마리아와 함께 계시니, 마리아는 세상 누구보다도 기뻐할 이유가 충분합니다. 천사의 “기뻐하소서” 인사는 바로 이러한 메시아 탄생의 기쁨과 임마누엘의 기쁨으로 초대하는 하느님의 부르심입니다. 이 기쁨 안에서 마리아는 주님의 뜻에 “예, 그대로 제게 이루어지소서” 하고 응답하였고(루카 1,38), 그 믿음과 순명이 곧 인류 구원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되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성모송을 바칠 때 첫 마디에서 “기뻐하소서” 하고 마리아를 부르는 것은, 그 옛날 천사가 전한 기쁜 소식을 함께 나누고, 마리아와 함께 우리도 기뻐한다는 의미입니다. 동시에 이 인사는 주님 안에서 늘 기뻐하라(필립 4,4) 하신 성경의 가르침을 기억하게 하고, 우리 역시 구원의 기쁨을 간직하라는 초대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