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ve Mara

마리아, 은총의 이름

by 진동길

성모송은 가톨릭 신자들에게 가장 익숙하고 친밀한 기도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 짧고 아름다운 기도를 읊조릴 때마다 우리는 성모 마리아를 향한 깊은 사랑과 존경을 표현하게 됩니다. 특히 그 첫 구절에 담긴 마리아의 이름은 단순한 호칭이 아니라 우리 신앙의 가장 따뜻한 위안과 희망을 담은 특별한 의미를 지닙니다.


성모송의 첫 구절을 살펴보면, 한국어판에서는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으로, 라틴어판에서는 “Ave Maria”(아베 마리아), 곧 “마리아님, 기뻐하소서”라는 따뜻한 인사로 시작됩니다. 그러나 정작 루카 복음서의 그리스어 원문에는 이 첫 인사에 ‘마리아’라는 이름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천사는 단지 “카이레, 케하리토메네…”, 즉 “기뻐하라, 은총을 입은 이여!”라고 다정하게 말을 걸었을 뿐입니다. 천사가 비로소 그녀의 이름을 부른 것은 두 절이 지난 후였습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루카 1,30). 교회가 성모송을 완성해 가면서 이 아름다운 이름을 천사의 첫 인사와 결합시킨 것은 성모님을 더 가깝고 친밀하게 느끼고자 하는 신자들의 따뜻한 마음이 담긴 선택이었을 것입니다.


기도하는_성모.jpg 『성모 마리아』(The Virgin in Prayer), 사소페라토(Sassoferrato), 17세기, 이탈리아 바로크 화가


오늘날 우리에게 친숙한 이름 ‘마리아’는 사실 여러 겹의 깊은 의미와 오랜 역사를 품고 있습니다. 히브리어에서 유래한 ‘마리아’의 원형인 ‘미리암’(Miriam)은 구약 성경에서 모세의 누이로 등장하는 인물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이 ‘미리암’이라는 이름의 어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흥미로운 해석들이 있습니다.


히브리어 ‘뮈르’(מר, mar)는 "사랑받다", "달콤하다" 또는 "쓰다"라는 다양한 뜻을 담고 있고, ‘얌’(ים, yam)은 "바다" 또는 "야훼(YHWH)의 축소형"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이 두 요소가 결합하여 "야훼께 사랑받는 자", "바다처럼 깊은 사랑을 받은 자"와 같은 풍성한 의미를 지니게 된 것입니다. 그리스어 신약 성경에서는 이 이름을 ‘마리아’로 표기했고, 우리말 성경도 이를 따르고 있습니다.


한편, 한국 천주교 전통에서는 ‘마리아’라는 이름에 존칭 ‘님’을 붙여 “마리아님”이라고 부릅니다. 이 존칭은 성모 마리아를 하늘에 계신 성인(聖人)으로 존경하고 사랑하는 우리 민족 고유의 공경심을 표현한 것입니다. 라틴어 “Sancta Maria, Mater Dei”(천주의 성모 마리아) 역시 한국어로는 “천주의 성모 마리아님”이라고 친근하면서도 존귀하게 옮겨 부릅니다. 이러한 존칭을 통해 우리는 마리아님을 역사 속의 한 인물이 아니라 지금도 우리 곁에서 따뜻하게 돌봐 주시는 ‘하늘 어머니’로 느끼게 됩니다.


성경에서 이름은 한 인물의 정체성과 사명을 드러내는 특별한 역할을 합니다. 그런 맥락에서 ‘마리아’라는 이름을 묵상하면, 그녀가 단지 ‘사랑받는 여인’일 뿐 아니라 하느님의 구원 계획에 기꺼이 협력하고 예수님의 십자가 곁에서 함께 고통을 감내하신 ‘고통의 어머니’라는 깊은 신앙의 의미를 발견하게 됩니다. 이러한 신앙적 깊이 때문에 옛 선조들은 자녀의 세례명으로 ‘마리아’를 자주 선택했습니다. ‘마리아’라는 이름이 품은 친근함과 사랑, 그리고 믿음의 빛은 참으로 깊고 넓습니다.


우리가 성모송을 바치며 ‘마리아’라는 이름을 부를 때, 우리는 그녀에 대한 존경을 넘어 예수님의 어머니로서의 특별한 은총에 진심으로 감사를 표하게 됩니다. 이 이름을 부르는 순간, 우리의 마음은 따뜻한 위로로 채워지고, 성모님께서 늘 곁에서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신다는 평안함을 느끼게 됩니다. ‘마리아’라는 이름 자체가 기도의 시작이며, 성모송을 읊조릴 때마다 우리 마음속에 큰 힘과 위안을 주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처럼 마리아의 이름은 단순히 역사적인 호칭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를 어루만지고 위로하며, 하느님의 끝없는 은총을 상기시키는 살아있는 기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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