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ve Maria

여인 중에 복되시나이다

by 진동길

마리아, 영원한 복됨의 빛


성모송을 바치다 보면, 어느새 우리의 입술에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구절이 있습니다. 바로 “여인 중에 복되시나이다”라는 찬미의 표현입니다. 이 한마디 안에는 하느님으로부터 특별히 선택받고 은총으로 충만한 성모 마리아의 아름다운 신비가 담겨 있습니다. 마리아의 복됨은 단지 개인의 영광을 넘어, 하느님의 구원 계획과 깊이 연결된 영원한 축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마리아의 엘리사벳 방문_by Raffaello Sanzio.jpg 라파엘로 산치오(Raffaello Sanzio), 『마리아의 엘리사벳 방문』(1517)


이 구절은 원래 천사의 인사를 받아 성모 마리아를 찾아온 엘리사벳의 찬탄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엘리사벳은 성령으로 가득 찬 상태에서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루카 1,42). 성모송에서 사용하는 “여인 중에 복되시며”라는 현재형 어미는 라틴어 "benedicta tu in mulieribus"의 뉘앙스를 잘 살린 표현으로, 마리아가 모든 여인 가운데 특별히 하느님께 복을 받은 존재임을 강조합니다.


이러한 엘리사벳의 찬탄은 결코 우연한 것이 아닙니다. 루카 복음에 따르면, 마리아는 천사 가브리엘로부터 수태 고지를 받은 후 즉시 친척 엘리사벳을 찾아갔습니다. 마리아의 인사를 듣는 순간, 엘리사벳의 태중에 있던 아기 세례자 요한은 기쁨으로 뛰놀았고, 엘리사벳 역시 성령으로 가득 채워졌습니다. 이 순간 엘리사벳의 입에서 나온 찬미는 구약의 위대한 여성들에 대한 찬사를 완성하는 말씀이었습니다.


구약 성경에서 하느님의 특별한 은총으로 큰일을 이룬 여성들에게 “여인 중에 복되다”는 찬사가 종종 주어졌습니다. 용맹하게 적장을 물리친 야엘과 이스라엘을 구원한 유딧 같은 여인들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하지만 마리아는 이 모든 구약의 인물들이 미리 보여준 복됨을 최종적으로 완성한 분입니다. 그녀는 예수 그리스도를 이 세상에 모셔옴으로써, 인류 구원의 역사에 가장 깊이 동참한 여성입니다. 엘리사벳은 성령의 영감을 통해 바로 이 마리아의 특별한 복됨을 알아보고, 그녀를 모든 여성 가운데 으뜸으로 높였습니다.


“복되다”는 말의 원어(εὐλογημένη, 라틴어 benedicta)는 “하느님으로부터 축복받은”을 의미합니다. 축복은 단순한 행복 이상의 것으로, 하느님께로부터 오는 참된 행복과 은총을 의미합니다. 엘리사벳은 마리아의 복됨을 특히 그녀의 믿음과 연관 지어 설명했습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은 참으로 행복하십니다.”(루카 1,45) 마리아는 주님의 약속을 믿고 순종하여 영원히 모든 시대에 복된 분으로 칭송받게 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이와 관련된 중요한 말씀을 남기셨습니다. 어떤 여인이 예수님께 “당신을 잉태하고 모유를 먹인 여인은 참으로 행복합니다!”라고 외쳤을 때, 예수님께서는 “오히려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지키는 이들이 행복하다”고 답하셨습니다(루카 11,27-28). 이는 혈연이나 육적인 관계를 뛰어넘어 하느님 말씀에 순종하는 것이 진정한 복됨이라는 것을 가르쳐 줍니다. 마리아는 바로 이 순명의 모범이며, 예수님의 첫 제자로서 누구보다 하느님의 말씀을 충실히 따랐기에 영적으로나 육적으로나 가장 복된 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엘리사벳의 이 찬탄 속에는 또한 하느님의 선물과 인간의 응답이라는 이중적인 신비가 담겨 있습니다. 마리아는 하느님의 은총으로 구세주를 잉태하는 놀라운 선물을 받았고, 그 선물을 겸손한 믿음으로 충실히 받아들였습니다. 엘리사벳은 이 복됨이 전적으로 하느님의 자비로운 선택과 은혜임을 강조하며, 마리아가 인간적 공로가 아니라 순전히 하느님의 축복 덕분에 영원히 복된 존재가 되었다고 고백했습니다.


천사의 “은총을 입은 이여”라는 인사와 엘리사벳의 “복된 이”라는 찬탄은 결국 동일한 하느님의 축복과 은총을 가리키는 표현입니다. 마리아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그리고 영원한 미래에도 끊임없이 복된 존재로 남을 것입니다. 실제로 마리아 자신이 성령의 감화로 “이제부터 과연 모든 세대가 나를 복되다 하리라”고 예언하셨고(루카 1,48), 오늘날까지도 전 세계 신자들이 성모님을 “복되신 동정 마리아”라 부르며 존경합니다.


우리가 성모송을 통해 “여인 중에 복되신 마리아”를 찬양할 때마다, 마리아를 통해 주어진 구원의 은총에 감사하고, 우리 자신 또한 마리아처럼 하느님의 말씀을 믿고 순종함으로써 하느님께 복된 이들이 되고자 다짐하게 됩니다. 마리아의 복됨 안에는 우리에게 약속된 하느님의 영원한 축복도 담겨 있습니다. 그 아름다운 약속을 기억하며, 오늘도 이 구절을 진심으로 고백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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