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사도신경의 역사: 초대교회부터 오늘까지
사도신경은 수백 년 동안 교회 공동체가 지켜온 신앙의 보고(寶庫)이자 살아 있는 역사입니다. 미사와 기도 시간에 자주 암송되는 이 짧고 간결한 신앙고백은 사실 초대교회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오랜 역사 속에서 점진적으로 형성된 것입니다. 이번 장에서는 사도신경이 어떤 배경과 과정을 거쳐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완성되었는지를 차근차근 살펴보고자 합니다.
1. 세례 신조에서 시작된 사도신경
1) 초대교회 세례 예식의 배경
사도신경의 기원을 이해하려면 초대교회의 세례 예식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부활 후 제자들에게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모든 민족에게 세례를 베풀라”(마태 28,19)고 명하셨습니다. 교회는 이 명령에 따라 세례를 받을 때 예비신자에게 삼위일체 하느님에 대한 신앙을 묻고, 이에 “네, 믿습니다!“라고 응답하도록 했습니다. 이렇게 신앙을 선언하는 행위는 예비신자가 교회 공동체에 공식적으로 받아들여지고 내부 구성원으로 인정받기 위한 중요한 절차였습니다.
지역마다 세례 때 사용할 신앙고백을 간략하게 정리하는 관습이 자리 잡았고, 이를 “세례 신조” 또는 “지역 신조”라고 불렀습니다.
2) 로마 교회의 ‘구(舊) 로마 신경’
초기 교회의 중심지였던 로마에서도 2세기부터 세례 신조가 사용되었습니다. 3세기 초 히폴리투스의 『사도적 전통』에는 세례 예식에서 “전능하신 하느님 아버지를 믿습니까?”, “예수 그리스도를 믿습니까?”, “성령을 믿습니까?“라는 문답 형식으로 신앙을 확인하는 장면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 삼위일체 고백을 기초로 한 로마의 신앙고백을 ‘구 로마 신경’이라고 부르며, 이것이 현재의 사도신경으로 발전한 원형으로 여겨집니다.
2. 고대 교회의 전승과 신조 발전
1) ‘사도들’이 만들었다는 전설
4세기 말에서 5세기 초 사이, “사도들이 각각 한 줄씩 만들어 열두 문장으로 완성했다”는 전설이 전해졌습니다. 역사적으로 이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지만, “사도신경이 사도들로부터 전해진 믿음을 충실히 담고 있다”는 의미를 강조하는 상징적 표현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실제 사도신경은 사도들의 가르침을 담은 여러 신조들이 오랜 세월을 거쳐 자연스럽게 발전한 것입니다.
2) 지역마다 다른 세례 신조들
초대교회에서는 로마뿐 아니라 예루살렘, 알렉산드리아, 안티오키아 등 여러 지역에서 각기 다른 세례 신조들이 사용되었습니다. 이 신조들은 삼위일체 신앙을 기본으로 하면서도 지역적 특색과 표현의 차이를 가졌습니다. 그리스도교가 로마 제국 전역으로 확장되면서, 다양한 신조들이 서로 교류하고 보완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공통된 신앙의 핵심이 점차 통합되어 갔습니다.
3. 4~5세기 서방교회에서의 정착 과정
1) 밀라노 시노드와 ‘사도신경’ 명칭 등장
4세기 말 밀라노에서 열린 시노드 기록에서 처음으로 “사도들의 신경(Symbolum Apostolorum)“이라는 표현이 등장합니다. 이것이 역사적으로 “사도신경”이라는 이름이 공식적으로 나타난 첫 기록입니다. 5세기에는 현재의 12개 조항과 거의 동일한 형태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2) 5세기 갈리아 지역에서의 확장
사도신경이 서방교회 전역으로 퍼지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5세기 중반 갈리아 지역이었습니다. 이 지역 교부 파우스투스(Faustus of Riez)의 기록에서 사도신경 본문이 거의 현재의 형태로 언급됩니다. 이후 점차 서방교회 전례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3) 중세 교회의 공식 인정
8세기 카롤루스 대제 시대를 거치면서 사도신경은 서유럽 전역의 교회에서 널리 사용되었습니다. 중세 시대를 통해 사도신경은 신앙 교육과 전례의 중심에 자리 잡았고, 이로 인해 루터교, 개혁교회 등 종교개혁 이후의 교단들에서도 지속적으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4. 중세와 근현대를 거쳐 오늘까지
중세 시대 이후 사도신경은 교리교육과 신앙생활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했으며, 성화나 교회 예술을 통해 신자들의 신심 생활에 깊이 뿌리내렸습니다. 종교개혁 이후에도 서방의 다양한 교단들이 공통으로 인정하고 사용했으며, 현대의 에큐메니칼 운동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오늘날 가톨릭교회는 주일미사, 세례성사, 수도자 서약 등 다양한 예식에서 사도신경을 사용하며, 교리교육의 핵심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어져 가는 고백의 전통
이렇듯 사도신경은 초대교회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오랜 역사의 흐름 속에서 형성되고 계승된 귀중한 신앙의 유산입니다. 신앙의 선조들이 지켜온 이 고백을 우리가 오늘날 다시 고백할 때,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교회의 일치를 깊이 체험하게 됩니다. 다음 장에서는 사도신경의 각 항목을 더욱 자세히 살펴보며, 우리의 신앙을 보다 풍요롭게 가꾸어 가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