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lieve

제3장. “전능하신 천주 성부, 천지의 창조주”

by 진동길
윌리엄 블레이크의 『고대의 날들(The Ancient of Days)』


이 장부터는 사도신경을 삼위일체에 따라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집니다.


1. 성부 하느님에 대한 고백

2. 성자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고백

3. 성령과 교회, 죄의 용서, 부활과 영생에 관한 고백


이 과정을 통해 사도신경은 열두 항목으로 다시 나누어집니다. 각각 무엇을 의미하는지, 성경과 교회의 전통 속에서 어떻게 이해되는지, 그리고 우리 신앙생활에는 어떤 구체적 의미를 주는지 상세히 알아보겠습니다.




1. 첫 고백: “전능하신 천주 성부, 천지의 창조주”


1) ‘아버지’이자 ‘창조주’이신 하느님


사도신경은 삼위일체의 첫 번째 위격인 성부 하느님에 대한 고백으로 시작합니다.

• “전능하신 천주 성부”: 하느님을 “전능한 분”이자 “성부(아버지)“로 부름으로써, 그분의 무한한 능력과 인격적 사랑을 동시에 강조합니다.

• “천지의 창조주”: 모든 우주의 근원이시며, 세상과 인간을 비롯한 모든 것을 무(無)에서 창조하셨음을 고백합니다.


그리스도교 신앙에서 하느님을 ‘아버지’라 부르는 것은 특별한 의미를 지닙니다. 구약 시대 이스라엘 백성이 야훼 하느님을 주님이자 왕으로 경외했다면, 예수님은 하느님을 보다 친밀하게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마태 6,9)라고 부르도록 가르치셨습니다. 이는 하느님께서 단지 초월적인 심판자에 머무르지 않고 인간의 가장 깊은 내면까지 다가오시는 분임을 드러냅니다.


특히 인생의 여러 어려움과 외로움을 겪는 순간, 이 ‘아버지’라는 고백은 우리에게 큰 위로와 희망을 줍니다. 지상에서 경험하는 조건부 사랑과 달리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은 조건 없고 무한히 자비로운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하느님을 “창조주”로 고백한다는 것은 우주와 인간의 존재가 결코 우연이나 혼란 속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과 섭리에 따라 탄생했음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창세기에서 선언하는 “태초에 하느님께서 하늘과 땅을 창조하셨다”는 말씀처럼, 모든 존재의 기원과 목적이 하느님의 사랑스러운 창조 행위에서 비롯되었다는 믿음입니다.


여기서 “전능하신”이라는 표현은 하느님의 무한한 능력과 권위를 드러내는 동시에, 우리가 그분을 ‘아버지’라고 부름으로써, 하느님의 능력은 사랑과 자비의 성격을 지니고 있음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2) 창조주를 믿는다는 의미


“천지를 창조하신 하느님”을 믿는다는 것은 세상이 단순한 우연이나 혼돈이 아니라, 하느님의 계획과 섭리 아래 존재한다는 믿음입니다. 현대 과학이 우주의 기원과 생명의 진화 과정을 연구할 때, 교회는 이를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질서의 일부로 받아들입니다. 즉, 진화가 생명의 발전을 설명한다면 창조 신앙은 그 진화가 가능하도록 하신 궁극적 존재인 하느님을 드러냅니다.


가톨릭교회는 과학과 신앙이 서로 모순되지 않으며, 오히려 존재의 근본적 근원과 목적을 밝히는 것이 창조 신앙의 역할임을 강조합니다. 따라서 창조주 하느님을 믿는 것은 우리 삶의 목적과 가치를 부여하며, 모든 존재가 협력하여 선을 이루도록 초대하는 것입니다.


3) 신앙생활에의 적용


“전능하신 천주 성부, 천지의 창조주”를 고백하는 신앙은 우리 삶에 깊은 영향을 미칩니다.

위로와 희망: 삶의 어려움과 고난 속에서도 하느님의 보호하심과 인도하심을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근거가 됩니다.

기도의 중심: 하느님을 ‘아버지’로 부르는 기도는 단순한 간구를 넘어서, 나 자신을 인격적인 사랑과 능력의 주님께 맡기는 신뢰와 헌신의 행위가 됩니다.

윤리적 책임: 창조주의 존재를 인정하는 신앙은 자연과 이웃을 존중하며 책임감을 갖도록 촉구합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의 주인이 하느님이심을 고백하기에, 그분이 맡기신 세계와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 돌봐야 하는 윤리적 기준을 갖게 됩니다.


“하느님은 아버지”라는 표현 속에는 모든 부성과 모성을 초월하는 완전한 사랑과 보호가 담겨 있습니다. 세상에서 경험한 아버지의 결핍이나 상처를 뛰어넘어 하느님의 완전한 사랑과 위로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사도신경의 첫 구절은 우리의 신앙과 삶을 이끄는 확고한 기초가 됩니다. 하느님이 온 세상의 주인이시며 우리 모두의 아버지임을 깊이 이해할 때, 우리는 삶의 여정에서 흔들리지 않는 확신과 희망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습니다. 이 고백을 바탕으로 이어질 예수 그리스도와 성령에 관한 고백을 통해 우리의 신앙은 더욱 풍요롭고 깊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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