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lieve

제6장. “본시오 빌라도 치하에서 고난을 받으시고, 십자가에 못 박혀 죽

by 진동길
마티아스 그뤼네발트의 『이젠하임 제단화의 십자가 처형(Crucifixion from the Isenheim Altarpiece)』


이 구절은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이 실제 역사 속에서 일어난 구체적 사건이며, 인류 구원의 핵심임을 명확히 선언합니다. 특히 ‘본시오 빌라도’라는 구체적인 인물을 언급함으로써,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이 단지 신화적 이야기가 아니라 객관적이고 실질적인 역사적 사실임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512-518, 599-618항 참조).




1. 역사적 실재: 예수의 수난과 죽음


• 본시오 빌라도 치하에서의 수난

본시오 빌라도(Pontius Pilatus)는 기원후 26년에서 36년 사이 유대 지방을 다스린 로마 총독으로, 복음서와 역사적 기록 모두에서 예수님의 재판과 처형에 핵심적 역할을 한 인물로 등장합니다(마르코 15장, 마태오 27장, 루카 23장, 요한 19장 참조). 특히 유대 역사학자 요세푸스와 로마 역사가 타키투스의 기록에서도 빌라도가 예수님의 처형에 관여했음을 언급하여, 이 사건이 역사적 신뢰성을 가지고 있음을 뒷받침합니다.


• 십자가 처형의 역사적 의미

십자가형은 로마 시대 가장 잔혹하고 치욕스러운 처형 방식이었습니다. 그러나 교회는 이 잔혹한 사건 속에서 인류를 위한 하느님의 구원 계획이 이루어졌음을 고백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무죄하셨음에도 이 길을 자발적으로 선택하시고, 이사야서에 예언된 ‘고통받는 종’(이사야 53장)을 몸소 실현하셨습니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 「교회헌장(Lumen Gentium)」 및 「사목헌장(Gaudium et Spes)」 역시 이를 인류 구원의 결정적 사건으로 규정합니다.


• 묻히심의 중요성

예수님의 죽음은 실제적이고 완전한 죽음이었으며, 무덤에 묻히심으로써 그 사실이 명확히 확인되었습니다(마르코 15,46 참조). 이 묻히심은 부활이 역사적 실재임을 더욱 강력하게 증거합니다. 교회 전례에서도 성토요일을 통해 예수님께서 실제로 무덤 안에 계신 상태를 깊이 묵상하며, 부활의 의미를 준비하고 확인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2. 신앙적 의미: 대속과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


• 대속의 죽음과 구원의 순간

교회는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을 인간의 죄에 대한 결정적인 대속 희생으로 이해합니다. 사도 바오로는 로마서 5장에서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해 죽으심으로 하느님께서 우리에 대한 사랑을 보여 주셨다”고 강조합니다. 트렌토 공의회는 이 사건이 죄인들을 의롭게 하는 유일한 근거이며, 예수님의 공로가 우리를 구원으로 인도한다고 명시했습니다.


•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의 절정

예수님의 십자가는 하느님께서 인간을 얼마나 깊이 사랑하시는지 보여주는 궁극적인 표현입니다. 「하느님 계시 헌장(Dei Verbum)」은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을 통해 하느님의 극진한 사랑과 돌보심이 확증되었다고 가르칩니다. 예수님 자신도 “섬기러 왔고, 많은 이들의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내주러 왔다”(마르코 10,45)는 말씀으로 이 사랑을 표현하셨습니다.


• 우리 삶 속 고통과 죽음의 의미

예수님의 십자가는 우리 삶에서 겪는 고난과 상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할 수 있는 영적 길을 제시합니다. 하느님이 직접 가장 처절한 고통과 죽음을 겪으셨다는 사실은 우리가 겪는 어떠한 고통도 그분과 함께하는 연대의 의미를 가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는 우리의 고난도 예수님의 십자가 공로와 결합될 때 구원의 일부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합니다.


• 영적 위로와 실천적 삶

이 고백은 우리에게 심오한 영적 위로를 줍니다. 고통 중에도 예수님의 십자가를 떠올릴 때, 우리는 그분의 길을 함께 걷고 있다는 확신과 힘을 얻습니다. 예수님이 보여주신 자기 희생적인 사랑은 우리에게 이웃을 위해 헌신하고 세상 속에서 그 사랑을 실천하도록 초대합니다. 이는 신앙인이 세상의 아픔과 부조리를 마주할 때 십자가를 통해 힘을 얻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됩니다.




“본시오 빌라도 치하에서 고난을 받으시고,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고 묻히셨으며”라는 이 고백은 역사 속에서 실제로 일어난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이 인류를 향한 하느님의 사랑과 구원의 계획을 드러내는 결정적 사건임을 명확히 합니다. 이를 고백할 때마다 우리는 하느님의 깊은 사랑을 깨닫고, 그 구원에 응답하는 삶을 살아가도록 부름 받고 있음을 다시금 확인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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