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장. “산 이와 죽은 이를 심판하러 다시 오시리라”
그리스도교 신앙에서 “산 이와 죽은 이를 심판하러 다시 오시리라”는 고백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이 영원한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는 역사가 예수님의 재림과 최후 심판을 통해 완성된다는 믿음을 나타내며, 신자들에게 책임감과 희망을 불러일으킵니다. 이번 장에서는 이러한 종말론적 고백이 우리의 구체적인 삶에 미치는 의미를 깊이 살펴보겠습니다.
1. 재림과 최후 심판
예수 그리스도께서 영광 가운데 다시 오셔서 모든 인류를 심판하시리라는 약속(마태 25,31 이하)은 그리스도교 신앙의 본질이자 핵심입니다. 이 약속은 사도신경과 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에도 분명히 나타나 있으며, 가톨릭 교회 교리서(CCC 668~677항)는 그리스도의 재림(Parousia)을 “역사의 완성과 더불어 하느님의 구원 계획이 마침내 성취되는 결정적 사건”으로 설명합니다. “산 이와 죽은 이를 심판하러 다시 오신다”는 고백이 함축하고 있는 의미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종말론적 희망과 거룩한 두려움
신앙인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언젠가 영광 속에 다시 오셔서 세상 모든 이를 심판하실 것을 믿습니다(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 「교회 헌장(Lumen Gentium)」 48항 참조). 이미 세상을 떠난 이들이나 지금 살아 있는 이들 모두가 그리스도 앞에 서서 자신들의 삶을 평가받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진리는 심판의 최종적 권한이 하느님께 있음을 밝히는 교회의 보편적 가르침입니다.
이러한 고백은 우리의 삶이 영원한 결과로 이어짐을 상기시킵니다. 우리가 행하는 모든 일이 주님의 정의로운 심판 앞에 드러나리라는 사실은 한편으로는 “거룩한 두려움”을 불러일으키고, 다른 한편으로는 “종말론적 희망”을 품게 합니다(CCC 1038~1041항).
2) 심판의 기준: 사랑과 정의
마태오 복음(25,31 이하)에서 예수님은 양과 염소를 분리하는 재판관으로 등장하시며, 그 심판의 기준은 굶주리고 목마르며 헐벗은 자들을 어떻게 대했는지에 대한 사랑의 실천입니다. 교회는 이를 “최후 심판이 곧 사랑의 심판”임을 가르칩니다(CCC 678~679항).
이 심판은 개인의 작은 행위까지도 주님의 빛 앞에서 드러나게 될 것이며, 은밀한 악행이나 불의도 숨겨지지 않을 것입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 「사목헌장(Gaudium et Spes)」 39항은 “세상의 모든 불의와 부조리조차도 최후의 심판을 통해 하느님의 정의 안에서 그 진정한 의미가 드러날 것”이라고 선언합니다.
2. 삶의 태도
예수님의 재림과 최후 심판을 기다리는 신앙은 신자들에게 방종이나 절망에 빠지지 않고, “늘 깨어 있으라”(마르 13,33)는 예수님의 말씀을 실천하게 합니다(CCC 1041~1049항).
1) 방종 방지
종말과 심판이 있다는 인식은 신앙인으로 하여금 “주님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게 합니다. 자기중심적인 삶이나 무책임한 행동을 경계하며, 은밀히 행하는 죄악조차 결국 주님 앞에 명백히 드러날 것을 기억하게 합니다. 이러한 종말론적 관점은 성사 생활과 윤리적 책임감을 더욱 강화합니다. 예컨대 고해성사는 주님의 심판 전에 우리 자신을 미리 돌아보고 회개하며 새로운 삶으로 나아가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CCC 1450~1460항).
2) 절망 방지
최후의 심판이 있다는 믿음은 이 세상의 불의와 억울함 속에서도 신자들에게 흔들리지 않는 희망을 제공합니다. “마지막에 주님께서 모든 것을 정의롭게 판결하실 것”이라는 확신은 고난과 부조리한 현실 속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진리와 정의를 위해 인내할 힘을 줍니다(로마 12,19 참조).
교리서(CCC 1042~1050항)와 공의회 문헌들은 종말의 때에 세상의 모든 악이 심판받고, “새 하늘과 새 땅”(묵시 21장)이 열려 참된 평화와 기쁨이 실현될 것을 강조합니다. 교회는 이 희망을 바탕으로 세상에서 정의와 사랑을 실천할 것을 촉구하며(사목헌장 93항 참조), 우리가 지금 행하는 노력들이 그리스도의 최후 심판과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가르칩니다.
“산 이와 죽은 이를 심판하러 다시 오시리라”는 고백은 우리의 시선을 현재의 문제를 넘어 영원한 미래로 확장하며, 이 세상의 보이는 현실 너머의 영원한 진리를 바라보게 합니다. 신앙인은 반드시 오실 주님을 기다리며 늘 깨어 있으면서도, 지금 여기에서 그리스도의 사랑과 정의를 증언하는 삶을 살아가도록 초대받고 있습니다(CCC 1050~1051항). 이러한 재림의 신앙은 성숙한 책임감과 희망을 주고, 우리가 “주님 앞에 서는 그날까지 기쁘게 나아갈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제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