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장. “성령을 믿으며”
“성령을 믿는다”는 고백은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이며 살아 숨 쉬는 신앙 체험의 바탕입니다. 성령께서는 성부와 성자와 함께 삼위일체의 완전한 위격이시며, 교회의 거룩함과 신자 개인의 신앙 생활을 이끄시는 하느님이십니다. 이번 장에서는 성령의 신적 본질과 우리 삶 속에서 실제로 체험되는 성령의 다양한 역사하심을 깊이 있게 살펴보겠습니다.
1. 삼위일체의 세 번째 위격
사도신경은 성령에 대해 간략하게 언급하지만, 교회는 성령을 하느님으로 분명히 고백합니다. 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에서는 성령을 “주님이시며 생명을 주시는 분”으로 표현하며, 성령께서는 성부와 성자와 함께 한 본체이신 삼위일체의 완전한 위격이십니다(CCC 245~248항, 683항 참조).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 「교회 헌장(Lumen Gentium)」 4항은 성령께서 1. 교회를 진리로 이끄시고 2. 다양한 은사를 베푸시며, 3. 교회 안에 머무르시면서 4. 교회를 거룩하게 하신다고 선언합니다. 이처럼 성령께서는 단순한 힘이나 에너지가 아니라, 우리를 하느님께로 이끄는 인격적인 현존이시며, 교회와 모든 성사를 통해 신자들을 생명의 길로 초대하십니다(CCC 687~747항).
2. 삶 속에서의 성령 체험
성령의 역사하심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신자들의 기도 생활과 말씀 묵상, 성사 생활 속에서 구체적으로 체험됩니다.
첫째, 기도와 말씀 안에서의 성령 체험입니다. 기도 중에 깊은 평화와 내적 확신을 느끼거나, 성경 말씀이 특별히 가슴에 와닿아 삶의 방향을 결정짓는 경험은 성령께서 우리에게 영적 깨달음과 내면의 위로를 주신다는 표지입니다(CCC 152~153항). 성령은 “진리의 영”으로서 우리가 복음과 교회의 가르침을 바르게 이해하고 따르도록 도와주십니다(「하느님 계시 헌장(Dei Verbum)」 8항 참조).
둘째, 성사와 공동체 생활에서의 성령 체험입니다. 우리는 세례성사를 통해 성령으로 새롭게 태어나 교회의 일원이 되며(요한 3,5; CCC 12131215항), 견진성사에서는 오순절 성령 강림의 은총을 충만히 받아 더욱 성숙한 신앙인이 됩니다(CCC 12851289항). 미사의 성찬기도 중 빵과 포도주가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변화되는 순간(에피클레시스)은 성령께서 구원의 신비를 현재화하시고 공동체에 은총을 베푸시는 결정적인 순간입니다(CCC 1105항).
셋째, 개인의 체험과 기도의 열매를 통한 성령의 역사입니다. 특히 고령의 신자들이 삶의 위기 속에서 성령의 도우심을 체험했다는 고백은 성령께서 개인의 삶 깊숙이 역사하심을 잘 보여 줍니다. 개인 기도나 고백성사를 통해 죄책감에서 벗어나 자유를 얻거나, 견디기 힘든 고통 가운데서도 평화를 얻는 체험은 성령께서 우리 내면에서 활동하시며 우리를 하느님 아버지께로 이끄신다는 진리를 입증합니다(로마 8,15; CCC 1508항).
“성령을 믿는다”는 고백은 성령께서 삼위일체 하느님의 한 위격으로서 지금도 교회와 신자 개개인의 삶 속에서 역사하고 계심을 확신하는 것입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성령께서 시대와 문화를 초월하여 교회를 항상 새롭게 하시며 신자들의 마음에 풍성한 은사를 베푸신다고 강조합니다(「교회 헌장」 4항 참조).
가톨릭 교회 교리서는 성령을 “교회의 영”이자 “생명을 주시는 분”으로 설명하며,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로 살아가도록 내적 변화를 일으키고 세상의 구원을 위해 헌신하게 하신다고 가르칩니다(CCC 683686항, 687747항). 결국, 성령에 대한 믿음은 신자의 일상을 새롭게 창조하고 교회를 생기 있게 만드는 핵심 동력입니다. 이 믿음을 통해 우리는 기도와 말씀, 성사와 공동체 생활에서 성령의 살아 있는 현존을 만나고, 그리스도의 신비를 생생히 체험하며 살아갈 수 있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