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장. “거룩하고 보편된 교회와 모든 성인의 통공”
사도신경에서 우리는 “거룩하고 보편된 교회와 모든 성인의 통공”을 믿는다고 고백합니다. 이는 교회가 그리스도의 은총 안에서 거룩함과 보편성을 지니고 있음을 나타내며, 하늘과 땅의 성인들까지 하나로 연결된 친교를 의미합니다. 지금부터 이 신앙 고백이 지닌 깊고 풍성한 의미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거룩하고 보편된 교회
1. ‘거룩한 교회’의 참뜻
교회가 ‘거룩하다’는 것은 그 구성원인 신자 개개인이 이미 완벽하거나 흠이 없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오히려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과 성령의 도우심 안에서 끊임없이 성화(聖化)의 길을 걷고 있는 공동체입니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CCC) 823항은 교회의 거룩함을 “그리스도께서 당신 자신을 희생하여 교회를 거룩하게 하셨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 「교회 헌장(Lumen Gentium)」 39항 이하에서도 교회는 “죄인들의 공동체”이지만, “그리스도의 거룩함이 이 공동체를 지탱하고 이끌어 간다”고 강조합니다. 즉, 교회는 세상 속에서 아직 완전히 거룩하지 않으나, 그리스도의 은총과 성령의 힘을 의지하여 계속해서 거룩이라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공동체인 것입니다.
2. ‘보편된 교회’(Catholica)의 의미
‘보편된’이라는 표현은 교회가 특정 민족이나 지역, 시대의 한계에 갇히지 않고 모든 인류를 품는 공동체임을 나타냅니다(에페소 4,4-6 참조). 가톨릭 교회 교리서(CCC 830-831항)는 교회의 보편성을 “온 세상과 모든 시대를 초월해 하느님 안에서 하나가 되는 공동체”라고 풀이합니다. 이는 곧, 세례를 통해 그리스도 안에 하나가 된 모든 신자가 문화와 언어, 인종의 차이를 넘어 하나의 교회로 연결됨을 의미합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 「교회 헌장」 13항은 “모든 사람이 하느님 백성으로 초대받았고, 교회는 온 인류를 품고 있는 보편적 구원의 성사”임을 명확히 밝히고 있습니다. 이 보편성 덕분에 교회는 세계 곳곳의 다양한 문화와 전통을 포용하면서도, 그리스도 안에서 깊은 일치와 화합을 유지할 수 있는 것입니다.
2. 모든 성인의 통공(統共)
1. 하늘과 땅의 영적 친교
‘성인의 통공’(Communio Sanctorum)은 지상 교회의 신자들과 하늘에 계신 성인들, 그리고 연옥에서 정화 과정을 거치는 영혼들이 모두 하나로 결합되어 있다는 신앙을 뜻합니다(CCC 946-962항 참조). 즉, 죽음조차 끊을 수 없는 깊고 신비로운 친교로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이 성인의 통공은 기도와 사랑의 나눔을 통해 이루어지며, 하느님 안에서 우리가 세상과 시간의 경계를 넘어 하나의 가족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드러냅니다(CCC 948항). 교회는 이렇게 ‘보이는 지상의 교회’와 ‘보이지 않는 천상의 교회’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채 그리스도의 한 몸을 이룬다고 선언합니다.
2. 성인의 전구와 연옥 영혼을 위한 기도
교회는 이러한 ‘성인의 통공’ 교리에 따라, 성인들에게 전구를 청하고 연옥 영혼을 위해 기도하는 전통을 유지해 왔습니다(CCC 957, 1032항). 이 믿음은 성인에 대한 공경(Dulia), 성모님께 대한 특별한 공경(Hyperdulia), 그리고 연옥 영혼을 위한 위령 기도 등의 신심 행위로 구체화됩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 「교회 헌장」 50항은 “성인들의 현존과 전구는 지상 교회를 더욱 튼튼하게 하고, 신자들이 더욱 깊은 사랑과 선행을 실천하도록 도와준다”고 강조합니다. 교회는 성인들의 완덕한 삶을 우리에게 모범으로 제시하며(CCC 958항), 하느님을 향해 나아가는 우리에게 형제자매들의 영적 도움과 위로가 될 수 있다고 가르칩니다.
“거룩하고 보편된 교회와 모든 성인의 통공”이라는 고백은, 교회가 그리스도의 은총 안에서 끊임없이 성화되며 세상과 역사의 경계를 넘어 보편적 일치를 이루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또한 이 신앙은 지상 교회와 천상 교회, 연옥 영혼까지 모두를 아우르는 깊은 영적 친교를 강조합니다. 신자들은 이 믿음 안에서 서로 위로하고 책임지며 기도하는 공동체로 살아가며, 하느님의 나라 안에서 모두가 하나 되는 완성을 소망하며 걸어가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