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역학과 성체변화
오늘 우리는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을 경축합니다. 이 날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빵과 포도주의 형상 안에 참으로 현존하심을 기념하고 찬양하는 날입니다. 특별히 이 시간, 저는 과학의 최전선에서 이야기되는 양자역학의 개념과 교회 역사 속에 기록된 성체 기적들을 통해 우리 신앙의 핵심인 성체성사의 신비를 더욱 깊이 묵상하고자 합니다.
믿음을 강화하는 성체 기적들
성체성사는 우리 신앙의 핵심이며, 예수님께서 우리와 영원히 함께하시겠다는 사랑의 약속입니다. 그리고 이 약속이 얼마나 진실하고 살아있는지를 증명하듯, 교회 역사 안에는 수많은 '성체 기적들'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 기적들은 성체 안에 살아계신 예수님의 현존을 인간적인 감각으로도 확인할 수 있도록 보여주는 특별한 은총입니다.
예를 들어, 13세기 이탈리아의 '볼세나 성체 기적'을 기억합시다. 1263년, 프라하의 베드로라는 사제가 미사를 집전하던 중 성체 안에 예수님께서 실제로 현존하신다는 교리에 대해 의심을 품었습니다. 그가 축성된 성체를 들어 올렸을 때, 놀랍게도 그 성체에서 선홍색 피가 흘러나와 제대포를 흠뻑 적셨습니다. 이 기적은 당시 오르비에토에 머물던 교황 우르바노 4세에게 보고되었고, 교황은 즉시 조사단을 파견하여 기적의 진실성을 확인했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교황 우르바노 4세는 1264년 칙서를 반포하여 성체성사를 기념하는 대축일을 전 교회에 확립하도록 이끌었습니다. 오늘 우리가 지내는 이 성체 성혈 대축일의 직접적인 계기가 된 사건입니다.
또한, 8세기 이탈리아 란치아노에서 일어난 성체 기적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서기 750년경, 바실리우스 수도회의 한 사제가 미사를 집전하며 성체 안에 그리스도가 실제로 계신지 의심하던 순간, 그가 축성한 빵의 형상은 실제 인간의 심장 근육 조직으로, 포도주의 형상은 실제 인간의 피로 변했습니다. 이 기적의 유물들은 오늘날까지도 란치아노의 성 프란치스코 성당에 보존되어 있습니다. 1970년대에 이르러 의학 및 과학 전문가들이 이 유물을 정밀하게 연구했는데, 그 결과는 더욱 놀라웠습니다. 성체는 심장 근육의 조직이었고, 성혈은 AB형 혈액으로 판명되었습니다. 또한, 그 피는 어떤 방부 처리도 없이 천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액체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음이 밝혀져 수많은 이들의 신앙을 강화시키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성체와 성혈이 살과 피로 변한 기적은 100건이 넘게 조사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적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예수님께서 성체 안에 살아계심을 우리에게 증언하며, 그리스도의 사랑, 하느님의 사랑이 단순히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우리에게 현실이라는 점입니다. 즉, 나약한 믿음을 굳건하게 세워주기 위한 하느님의 증언 사건입니다.
양자역학으로 이해하는 사랑(성체성사의 신비)
우리는 성체성사가 ‘형상은 그대로, 실체는 변함’이라는 놀라운 신비임을 믿습니다. 고전 물리학의 관점에서는 설명하기 어려운 이 신비는, 오늘날 양자역학의 개념을 통해 새로운 통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 양자역학의 세계에서는 관찰자가 단순한 구경꾼이 아니라 ‘현실을 공동 구성’합니다. 예를 들어, 빛이 파동으로 존재할지 입자로 존재할지는 관찰하는 방식에 따라 달라집니다. 관찰자의 행위가 미시 세계의 실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죠.
성체성사도 이와 닮았습니다. 축성의 순간, 하느님의 말씀(로고스)이 물질(빵과 포도주)과 얽혀 새로운 실재(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창발케 합니다. 여기서 잠깐 ‘창발’이라는 말의 뜻을 짚고 넘어가야 오늘 이야기가 좀 더 쉽게 들릴 수 있는데요. 창발(創發), 또는 ‘떠오름 현상’은 하위 계층(구성 요소)에는 없는 특성이나 행동이 상위 계층(전체 구조)에서 자발적으로 돌연히 출현하는 현상을 일컫습니다. 또한 불시에 솟아나는 특성을 창발성(영어: emergent property) 또는 이머전스(영어: emergence)라고도 부르지요. 철학, 과학, 사회, 예술 등. 복잡계 과학과 관련이 깊은 현상입니다. 단적인 예를 들면 흰개미들은 집을 지을 만한 지능이 없지만, 그 집합체는 역할이 다른 개미들의 상호작용을 통해 거대한 탑을 세웁니다.
성체성사도 마찬가지로 축성의 순간, 하느님의 말씀(로고스)이 물질(빵과 포도주)과 얽혀 새로운 실재(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창발케 합니다. 빵과 포도주는 여전히 빵과 포도주의 형상을 지니고 있지만, 그 본질적인 실체는 변하여 예수님의 몸과 피가 됩니다. 이것은 마치 파동과 입자가 이중성을 지닌 것처럼, "구체적 물질 + 초월적 의미"가 중첩된 상태로 존재하는 것과 같은 현상입니다. 눈에 보이는 형상은 빵과 포도주이지만, 그 안에는 주님의 거룩한 실체가 온전히 담겨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미사에 참례하는 우리 신자들은 바로 그 ‘관찰자’가 됩니다. 우리는 단순히 보고 듣는 것을 넘어, 믿음이라는 능동적인 관측 행위를 통해 이 실체 변화를 인식하고 받아들입니다. 우리의 믿음이 이 거룩한 신비를 온전히 드러나게(창발케) 하는 것입니다. 성체를 모시고 나면, 우리는 그 힘을 받아 우리의 삶 속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파동처럼 퍼져나가게 합니다. 미사라는 시공간을 넘어, 우리의 일상 속에서 거룩함이 발현되는 것입니다.
우리 삶 속의 살아있는 성체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이러한 성체 기적들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줍니까? 그것은 바로 우리가 매 미사 때마다 모시는 성체가 단순한 빵 조각이 아니라, 살아계신 예수 그리스도 그분 자신이라는 것입니다. 겉으로는 보잘것없는 빵의 형상이지만, 그 안에 온 인류를 구원하신 주님의 몸과 피, 영혼과 신성이 온전히 담겨 있습니다.
우리는 이 놀라운 선물을 감사히 받아들이고, 매번 성체를 모실 때마다 예수님께서 나를 위해 당신 자신을 내어주셨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성체는 우리의 영적인 양식이 되어 우리를 강하게 하고, 우리가 죄에 맞서 싸울 힘을 주며,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성장하도록 이끌어줍니다. 성체를 통해 우리는 그리스도와 깊이 일치하고, 그분의 사랑으로 충만해져 우리 또한 그분의 사랑을 세상에 전하는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오늘 성체 성혈 대축일을 맞이하여, 우리는 다시금 성체성사의 신비에 대한 경외심을 회복해야 할 것입니다. 양자역학이 보여주는 미시 세계의 놀라움처럼, 성체성사는 우리의 이성을 초월하는 신비이지만, 우리의 믿음으로 분명히 인식할 수 있는 실재입니다. 볼세나와 란치아노의 기적들을 떠올리며 성체 안에 살아계신 주님을 굳건히 믿읍시다. 그리고 이 생명의 빵을 통해 영적인 힘을 얻어, 주님께서 원하시는 삶을 용기 있게 살아가도록 노력합시다.
우리에게 이토록 크나큰 사랑을 베풀어주신 예수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리며, 우리 모두 성체 안에서 참된 생명과 평화를 누리기를 바랍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