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을 위한 동화

그림자 정원사와 ‘진실의 꽃’

by 진동길



세상의 가장자리, 시간도 발자국을 남기지 못하는 고요한 곳에 ‘기억의 정원’이 있었습니다. 그곳엔 사람들이 살며 겪은 모든 기억들이 꽃으로 피어 있었지요.


기쁨은 햇살 같은 노란 꽃으로, 슬픔은 저녁하늘을 닮은 푸른 꽃으로, 사랑은 짙은 붉은 장미로, 그리고 후회는 시들고 말라가는 꽃잎으로 피어났습니다.


정원엔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 정원사가 하나 있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에코. 그는 소리 없이 그림자처럼 움직이며 정원을 돌보았고, 꽃이 시들지 않도록 밤낮을 가리지 않고 손길을 내밀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가장 빛나던 진실의 꽃들이 시들기 시작했습니다. 그 꽃들은 누군가의 진심, 믿음, 그리고 순수한 나눔으로 피어난 것들이었습니다. 진실의 꽃이 시들자, 정원 전체는 빛을 잃고 다른 꽃들까지 시들어갔습니다.


에코는 이유를 알 수 없었습니다. 그는 돌보고, 기도하고, 기다렸지만… 진실의 꽃은 숨을 거두듯 고개를 떨궜습니다.


에코는 마침내 정원의 가장 깊숙한 곳, 아무도 찾지 않는 망각의 샘으로 향했습니다. 전설에 따르면, 그 샘의 물은 모든 기억을 지우지만, 가장 순수한 기억 하나만은 되살릴 수 있는 힘을 지녔다고 합니다.


에코는 갈등했습니다. 샘물을 마시는 순간, 자신은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질지도 몰랐으니까요. 하지만 그는 더는 꽃들이 시드는 모습을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에코는 조용히 한 모금의 샘물을 마셨습니다. 그 순간, 그의 기억은 허공에 풀린 안개처럼 흩어졌고, 그의 존재는 한 줄기 바람처럼 연약해졌습니다.


그러나… 사라지는 어둠 속에서 하나의 빛이 남았습니다.


“희생.”


그것은 누군가를 위해 기꺼이 사라지려는 마음, 진실을 위해 자신을 잊는 사랑이었습니다.


에코는 그 마지막 빛을 안고 자신의 그림자였던 몸을 진실의 꽃에 스며들게 했습니다.


그 순간, 꽃잎은 생기를 되찾았고, 정원 전체가 다시 살아났습니다. 슬픔의 꽃은 위로가 되었고, 후회의 꽃은 용서로 피어났습니다.


에코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지만, 그의 사랑은 진실의 꽃 안에 영원히 피어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진실이란 단단한 돌덩이 같다고 믿곤 합니다.

하지만 진실은, 누군가 조용히 지키고 가꿀 때에만 피어나는 섬세한 꽃입니다.


우리의 삶 속에서도, 잊혀진 이름들이 세상을 밝히고,

드러나지 않은 희생이 진실을 살려냅니다.


어쩌면 당신 곁에도, 에코 같은 누군가가 보이지 않는 사랑으로 당신의 마음을 지키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잊지 마세요.

가장 아름다운 꽃은,

눈으로 볼 수 없고,

손으로 만질 수 없는

그대 가슴 깊은 곳에서 피어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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