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을 위한 동화

문지기 수사님의 사랑

by 진동길



옛날 어느 산골 수도원에, 조용히 하느님만을 섬기며 살아가는 한 수사님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그를 ‘문지기 수사님’이라 불렀습니다. 그는 누구보다 먼저 일어나, 누구보다 늦게 잠들었습니다. 하루의 시작과 끝, 그는 언제나 수도원의 문 앞에 서 있었습니다.


그는 늘 말없이 사람들을 맞이하고 배웅했지만, 그의 눈빛은 따스했고, 미소는 담담했습니다. 가난했지만 평화로웠고, 외로웠지만 충만했습니다. 무엇보다 그는 감실 안의 예수님을 누구보다 사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겨울밤이었습니다. 눈발이 하늘에서 쉼 없이 내려오고, 세상은 온통 하얀 침묵에 잠겨 있었습니다. 그날도 문지기 수사님은 늦은 밤까지 문 앞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멀리서 다가오는 희미한 발자국 소리.

눈 속을 헤매던 젊은 부부가 품에 아기를 안고 힘겹게 수도원 앞에 도착했습니다. 얼굴은 얼어붙고, 아기의 손은 새하얗게 차가워져 있었습니다.


“이 밤을 어디서 보내야 할지 몰라… 문을 두드려 봤습니다…” 남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수도원엔 방이 없었습니다. 손님을 맞을 여유도, 빈방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수사님은 망설이지 않았습니다.


그는 가족을 조용히 성당 안으로 안내했습니다. 그리고는 미사 후 조용히 감실 문을 열고, 성체를 담은 감실을 두 손으로 정성스럽게 들어 다락방으로 옮겨 모셨습니다. 그 후, 성당 한켠에 이불과 담요를 펴고, 젊은 부부와 아기를 따뜻하게 재웠습니다.


이튿날 이른 새벽, 다른 수사 한 분이 기도를 드리기 위해 성당에 들어왔다가 낯선 이들이 성당에서 잠들어 있는 것을 보고는 깜짝 놀라 소리쳤습니다.


“이게 무슨 일이오! 감실도 비어 있고, 사람들이 성당 바닥에서 자고 있다니… 당신은 어떻게 예수님을 다락방으로 옮기고, 사람들을 여기에 눕힐 수 있습니까?”


문지기 수사님은 고개를 조아리고 말했습니다.


“예수님께서 감실 안에 계실 땐 추위를 타지 않으십니다. 하지만… 오늘 밤엔 형제의 모습으로 오신 예수님께서 너무 추워하셨습니다.”


그 말에 순간, 성당 안이 고요해졌습니다. 밖에선 여전히 눈이 내리고 있었고, 안에서는 아주 천천히, 아주 조용하게… 감실을 닮은 아기의 숨소리가 들리고 있었습니다.




참된 성체성사란, 감실 안의 예수님을 경배하는 동시에, 고통받는 이 안에서 떨고 계신 예수님을 알아보는 것입니다. 문지기 수사님의 선택은 단순한 온정이 아니라, 하느님의 사랑을 향한 깊은 신앙의 응답이었습니다.


우리는 종종 빵 안에 계신 예수님 앞에서는 무릎을 꿇지만, 형제의 고통 앞에서는 눈을 돌리곤 합니다.


그러나 오늘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조용히 속삭입니다.

“예수님은 늘 그 자리에 계시지만, 때로는 우리가 그분을 옮겨야 할 때도 있습니다.”


추위 속에서 떨고 있는 이웃 안에서, 우리는 살아 계신 하느님의 심장을 다시 만납니다. 그 심장은, 감실보다 더 깊은 곳에서, 오늘도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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