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을 위한 동화

유리 심장을 가진 남자

by 진동길



옛날 옛적, 감정이란 것을 알지 못하는 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그의 가슴속에는 투명한 유리로 만들어진 심장이 들어 있었지요. 그 심장은 딱딱하고 차가웠으며, 맑은 소리를 낼 뿐, 따뜻함이나 떨림은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는 사랑도, 슬픔도, 기쁨도 그저 유리창 너머 세상처럼 바라볼 뿐, 마음이 움직인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하루하루는 지나가는 구름 같았고, 계절의 변화도 그의 마음을 흔들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낡은 서점 구석에서 먼지 쌓인 한 권의 그림책을 발견합니다. 책장을 넘기다 문득, 한 장의 그림 앞에서 시선이 멈췄습니다. 거기에는 찬란한 빛을 품은 여인이 그려져 있었지요. 그녀의 심장은 태양처럼 뜨겁고, 따뜻한 금빛 물결이 책 밖으로 번져 나오는 듯했습니다.


그는 알 수 없는 이끌림에 따라 그림 속 여인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손끝에서 그녀는 점점 생명을 얻더니, 마침내 책 밖으로 걸어 나왔습니다.


그녀는 그의 유리 심장을 바라보며 조용히 눈물을 흘렸고, 그 눈물 한 방울이 유리 심장에 닿자, 따뜻한 진동이 그의 가슴에 퍼지며 처음 겪는 감각이 생겨났습니다.


남자는 당황했지만, 그것은 어딘가 아늑하고 그리운 기분이었습니다. 그녀는 그를 데리고 세상의 아름다움을 하나하나 보여주었습니다.


붉게 타오르는 저녁노을, 맑은 이슬 머금은 나뭇잎, 아이들의 웃음소리… 그의 눈동자는 점차 색을 되찾았고, 유리 심장은 천천히 온기를 품으며 빛을 머금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그는 여인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그녀의 심장을 닮고 싶었고, 진짜 감정을 갖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행복은 오래 머무르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밤, 폭풍우가 몰아쳤고, 현실의 비를 견딜 수 없던 여인은 점점 투명해졌습니다. 남자는 그녀를 붙잡으려 애썼지만, 그녀는 마지막 미소와 함께 황금빛 심장 하나를 남기고 사라졌습니다.


절규 속에서 그는 그 심장을 움켜쥐었습니다. 그 순간, 유리 심장은 산산조각이 나고, 황금빛 심장이 그 자리를 대신했습니다.


이제 그는 여인이 느꼈던 슬픔과 기쁨, 사랑과 그리움을 모두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움은 아팠지만, 그 감정 속에 숨겨진 온기와 생명이 있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사실 그의 꿈이었습니다. 남자는 병상에 누워 심장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였고, 여인은 그에게 심장을 기증한, 이름 모를 사람이었습니다.


눈을 뜬 그는 이제 새로운 심장으로 세상을 살아갑니다. 여인이 보여주었던 그 모든 아름다움을 기억하며, 그녀의 심장이 남긴 따스함과 생명, 사랑을 품고 살아갑니다.




진짜 심장은 뛰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입니다.


감정 없는 유리 심장을 지녔던 한 남자의 이야기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누군가의 사랑이 어떻게 또 다른 생명을 꽃피우는지를 들려줍니다.


때로 우리는 마음의 온기를 잃고 살아가지만, 누군가의 빛과 희생은 우리 안에 다시금 사랑을 숨 쉬게 하지요.


그의 가슴속 황금빛 심장은 이제 우리에게 말합니다.


“삶이란, 사랑을 느끼는 법을 배워가는 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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