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항산 골짜기의 천리마
옛날 아주 먼 옛날, 깊은 산맥이 겹겹이 이어진 태항산 골짜기에는 소금을 실은 수레를 끄는 늙은 말 한 마리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는 바람처럼 달릴 수 있는 천리마였지요.
하지만 사람들은 그의 빠른 다리와 깊은 숨결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무거운 소금 수레는 그의 등을 짓눌렀고, 날개 같던 다리는 어느새 상처투성이가 되었습니다. 비탈길을 오를 때마다 말굽은 돌에 부서지고, 힘겨운 숨소리는 산골짜기 바람에 스러지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태항산을 지나던 한 사람이 늙은 말을 물끄러미 바라보았습니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백락, 천하의 명마를 알아보는 자였습니다. 백락은 주저앉을 듯 비틀거리는 그 말의 눈동자에서 묻혀버린 꿈과 꺼지지 않는 불꽃을 알아보았습니다.
백락은 더는 달릴 수 없는 천리마의 운명을 생각하며
조용히 자신의 수레를 멈추었습니다. 그리고는 무겁게 얽힌 멍에를 풀어주었습니다.
그 짧은 해방의 순간, 늙은 말은 고개를 하늘로 치켜들고 깊고 긴 울음을 토해냈습니다. 그 울음소리는 태항산 골짜기를 메우고, 가장 높은 산마루를 넘어 하늘 끝까지 울려 퍼졌습니다.
백락도 함께 울었습니다.
그는 알았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재능도, 아무리 빼어난 천성도
그것을 알아주고 빛나게 해줄 이가 없다면
결국은 소금 수레를 끄는 운명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그 울음이 멎은 뒤, 천리마는 다시 소금 수레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하지만 골짜기의 바람은 달라져 있었습니다. 그 울음은 아직도 산맥 사이를 떠돌며, 잊혀진 잠재력을 일깨우는 노래가 되었습니다.
우리 마음에도 언젠가 천리마 같은 날갯짓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재능과 꿈이 소금 수레에 묶여 있진 않습니까?
때로는 우리도 누군가에게 백락이 되어야 합니다.
지쳐 멈춘 이에게서 숨겨진 빛을 알아보고, 그가 다시 울음이라도 토해낼 수 있도록 멍에를 풀어주는 것.
그것이 우리가 서로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 아닐까요?
우리도 스스로에게 물어봅시다.
나는 아직 달릴 수 있는가?
내 주변의 천리마는 누구인가?
그리고 나는 백락이 될 수 있는가?
고개 들어 바람을 마시며 오늘을 걸어갑시다.
당신은 여전히 멍에를 벗을 수 있고,
누군가는 그 울음의 메아리를 들을 것입니다.
그때, 잊힌 천리마는 다시 달리게 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