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

숲의 겨울 이야기

by 진동길



숲의 가장 깊은 곳, 차가운 눈꽃이 흩날리는 그 자리에는 작디작은 다람쥐 한 마리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 곁에는 오랜 세월 숲의 모든 이야기를 품어온 부엉이가 있었습니다. 부엉이는 언제나 지혜로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았고, 작은 벗에게 따뜻한 말과 숲의 길을 알려주었습니다.


그러나 계절이 몇 번이나 바뀌고, 눈보라가 가지 위를 여러 번 휘감을 무렵, 부엉이는 다가오는 이별의 순간을 스스로 깨달았습니다.


언젠가 떠나야 한다면, 남겨질 벗의 마음이 덜 아프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서 깊은 밤, 별빛이 앙상한 나뭇가지 위에서 소곤대는 사이, 부엉이는 조용히 날개를 펴 숲의 가장 높은 나무 꼭대기로 날아올랐습니다.


이튿날, 작은 다람쥐는 깨어나 텅 빈 둥지를 바라보았습니다. 마음속 빈자리는 눈송이처럼 소리 없이 내려앉아 지난날의 따뜻했던 순간들을 하나하나 불러왔습니다. 함께 겨울 양식을 모으던 날들, 얼어붙은 달빛 아래 별들을 세며 들었던 이야기들이 차가운 바람결에 스쳐가듯 되살아났습니다.


작은 발은 이내 눈 덮인 숲길을 따라 부엉이를 찾아 나섰습니다. 두렵고 눈물이 흘러내려도 멈출 수 없었습니다. 마침내 해 질 녘, 마지막 노을빛이 얼어붙은 숲을 물들이는 저녁 무렵, 가장 높고 외로운 가지 위에 부엉이가 있었습니다.


부엉이는 남은 마지막 힘으로 작은 머리를 살포시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빛처럼 부서져 눈 내리는 하늘로 스며들었습니다.


그 순간, 달빛 속에서 어린 새의 모습으로 스며든 부엉이가 조용히 속삭였습니다.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나는 언제나 그대 마음 안에 머물 것입니다." 그 빛은 떨리는 등을 부드럽게 감싸 안고, 집으로 돌아가는 얼어붙은 길을 밝혀주었습니다.


숲은 여전히 고요했지만, 작은 마음 한켠에 남은 따뜻한 숨결은 이제 그의 길잡이가 되어주었습니다. 언젠가 자신 또한 누군가의 어두운 겨울 길을 작은 빛으로 밝혀주리라 믿으면서 말입니다.




떠난 자의 사랑과 지혜는 결코 사라지지 않습니다. 마음에 심겨진 따뜻한 숨결은 눈꽃처럼 오래도록 반짝이며 또 다른 누군가의 길을 밝혀줍니다.


우리 또한 그렇게, 누군가의 마음에 남아 작은 등불로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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