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

지훈이와 푸름이 이야기

by 진동길


푸른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작은 마을에 사는 지훈이는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할아버지와 함께 낚시를 나갔습니다.


지훈이는 물고기를 잡는 것도 좋았지만, 사실은 바다 위에서 할아버지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세상에서 가장 좋았습니다.


어느 날, 바닷바람을 맞으며 낚시를 하던 중 지훈이의 낚싯대에 무언가 묵직한 것이 걸렸습니다. 힘겹게 끌어올려 보니 그물 속에서 허우적대는 작은 바다거북이 한 마리였습니다.


지훈이는 조심스럽게 거북이를 그물에서 풀어주었고, 거북이는 잠시 지훈이의 손바닥 위에 머물러 있더니 곧 푸른 바다로 헤엄쳐 사라졌습니다. 지훈이는 거북이가 잘 가는지 한참 동안 시선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며칠 뒤, 지훈이와 할아버지가 다시 낚시를 나갔을 때였습니다. 갑자기 배 주변으로 물고기 떼가 몰려들기 시작했는데, 놀랍게도 그 물고기 떼를 이끄는 것은 바로 그때 풀어주었던 작은 바다거북이였습니다.


거북이는 배 주위를 돌며 물고기 떼를 몰아주듯이 움직였고, 덕분에 지훈이와 할아버지는 생각지도 못한 풍성한 수확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날 이후, 지훈이는 거북이에게 ‘푸름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푸름이는 지훈이의 낚싯배가 보이면 멀리서부터 지느러미를 흔들며 다가왔습니다. 배 옆에서 장난치듯 헤엄치며 마치 친구처럼 함께 바다를 누볐고, 마을 사람들은 소년과 거북이의 특별한 인연을 신기해하며 미소 지었습니다.


어느 날, 거센 폭풍이 몰아쳐 며칠 동안 바다로 나갈 수 없게 되자 지훈이는 창문 너머로 바다만 바라보며 푸름이를 걱정했습니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지훈이의 어깨를 다독이며 말씀하셨죠.


“바다의 친구들은 어떤 어려움도 잘 견뎌내는 법이란다.”


폭풍우가 지나간 어느 맑은 날, 지훈이와 할아버지는 다시 바다로 나갔습니다. 하지만 낚시를 하던 중 갑자기 배의 엔진이 멈춰버려 망망대해 한가운데에 홀로 남겨지게 되었습니다.


어찌할 바를 몰라 당황하던 그때, 멀리서 지느러미가 반짝이더니 푸름이가 나타나 배 주위를 맴돌기 시작했습니다.


푸름이는 마치 길을 알려주듯 앞장서 헤엄쳤고, 지훈이는 푸름이를 따라 노를 저었습니다.


몇 시간을 그렇게 따라가자, 멀리서 마을의 익숙한 등대불빛이 반짝였습니다.


푸름이 덕분에 지훈이와 할아버지는 무사히 마을로 돌아올 수 있었고, 바닷마을 사람들은 작은 거북이가 보여준 기적에 감탄했습니다.


그날 이후로 지훈이에게 푸름이는 단순한 바다거북이가 아니라 마음을 지켜주는 진정한 친구이자 바다의 수호자가 되었습니다.


푸른 바다와 소년, 그리고 작은 거북이의 특별한 우정은 파도에 실려 오래오래 바닷가 마을의 따뜻한 전설로 남게 되었습니다.




때로는 아주 작은 생명과의 인연이 우리의 마음과 삶을 더 깊고 넓게 만들어줍니다. 지훈이와 푸름이처럼, 우리가 베푼 작은 손길은 언젠가 더 큰 사랑이 되어 돌아옵니다.


여러분의 마음이 언제나 큰 사랑으로 가득해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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