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

깨진 인형 아리와 금빛 도공 할아버지의 이야기

by 진동길


깊은 산골짜기, 맑은 샘물과 부드러운 흙으로 이름난 도자기 마을이 있었어요.


그곳엔 ‘아리’라는 작은 도자기 인형이 살고 있었지요.

아리는 한때 마을에서 가장 반짝이고 고운 인형이었답니다. 하지만 실수로 높은 선반에서 떨어져 온몸에 금이 가고, 작은 팔 하나가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어요.


다른 인형들은 깨진 아리를 보고 수군거리며 속삭였어요.

“저런 금 간 인형이랑은 못 놀아!”

“흉하다, 흉해!”

그때부터 아리는 누구에게도 자신을 보이고 싶지 않아 구석에 몸을 웅크리고, 부서진 조각들을 부끄러워하며 조용히 눈물만 삼켰어요.


그러던 어느 날, 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가마를 지켜온 도공 할아버지가 홀로 울고 있는 아리를 발견했어요.

할아버지는 조심스레 아리를 두 손에 들어 올렸지요.

“아이고, 우리 예쁜 아리가 이렇게 다쳤구나. 괜찮아, 괜찮아. 할아버지가 더 빛나게 만들어 줄게.”


아리는 깜짝 놀랐어요. 누구도 자신을 그렇게 따뜻한 눈길로 바라본 적이 없었거든요.



할아버지는 아리를 작은 작업실로 데려갔어요. 묵직한 상자를 열자, 그 안엔 반짝이는 금빛 풀이 담겨 있었지요. 그 풀은 깨진 조각들을 이어주며 상처를 빛나는 무늬로 바꿔주는 특별한 것이었어요.


할아버지는 숨을 고르고, 떨리는 손끝으로 아리의 깨진 몸을 하나하나 이어 붙였어요. 손끝에서 작은 불빛이 반짝이며 금빛 선이 상처마다 스며들었어요. 상처마다 금으로 채워진 아리는 전에 없던 고요하고 깊은 빛을 내기 시작했어요.


“할아버지, 이건… 무슨 마법이에요?”

아리가 조심스레 물었어요.


할아버지는 빙긋 웃으며 아리를 꼭 안아 주셨어요.

“아리야, 네 상처는 흉터가 아니란다.

그건 네가 넘어지고도 다시 일어선 이야기야.

너의 용기와 시간이 새겨진 가장 아름다운 무늬지.”



아리는 마음 깊이 따뜻한 무언가가 스며드는 걸 느꼈어요. 깨지고 부끄럽기만 하던 그 상처들이, 이제는 자신을 더욱 빛나게 한다는 사실에 작은 가슴이 콩콩 뛰었지요.


며칠 뒤, 아리는 반짝이는 금빛 무늬를 안고 다시 도자기 마을로 돌아왔어요. 아리를 본 다른 인형들은 눈을 동그랗게 떴어요.

“우와! 아리가 더 아름다워졌어!”

“깨진 줄만 알았는데, 금빛으로 빛나잖아!”


그제야 아리는 깨달았어요.

진정한 아름다움은 흠 없는 모습에만 있지 않다는 걸요. 넘어지고 상처 입은 자리를 품을 때, 그 자리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무늬가 된다는 것을요.


그날 이후, 아리는 다시는 외톨이가 아니었어요. 금빛으로 빛나는 상처를 자랑스레 간직한 채, 다른 인형들에게 따뜻한 용기를 전해 주었답니다.


그리고 도공 할아버지는 먼발치에서 늘 아리를 지켜보며 살포시 미소 지으셨어요. 아리의 마음엔 이제 두려움 대신, 상처를 빛으로 바꾼 용기와 그 용기를 믿어 준 누군가의 따뜻한 손길이 영원히 새겨져 있었어요.





언제든 마음이 깨지고 금이 가도 괜찮습니다. 우리 삶의 상처 위에 사랑은 금빛 은총으로 덧입히십니다. 사랑은 흉터가 아니라 부활의 빛이 되어, 서로의 상처마저 함께 감싸 안게 하십니다.


오늘도 우리를 위해 기도하는 누군가와, 우리를 더 빛나게 하는 사랑의 손길이 있음을 잊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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