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

깃털 인형과 낡은 베개

by 진동길


늦은 밤, 작은 방 한구석.

부드러운 깃털로 만든 새하얀 인형 하나가 잠들어 있는 아이의 품에 꼭 안겨 있었어요.

하지만 잠들지 못한 깃털 인형은 곁에 놓인 낡고 헤진 베개에게 속삭이듯 물었습니다.


“나는 진짜가 되고 싶어.

진짜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낡은 베개는 오래전부터 아이의 머리를 받쳐주며 수많은 밤을 함께 했지요.

베개는 잠시 먼 곳을 바라보더니 조용히 대답했습니다.


“진짜는 누가 만들지 않아.

진짜는 함께 살아가면서 만들어지는 거야.”


깃털 인형은 다시 물었어요.

“그럼 진짜가 되는 건 아픈 거야?”


베개는 오래된 실밥 하나를 손가락으로 매만지며 빙그레 웃었습니다.


“가끔은 그래.

부서지고, 찢기고, 몇 번이고 꿰매져야 하거든.

하지만 그건 아픈 게 아니라 소중한 거야.”


깃털 인형은 눈을 깜박이며 또 물었습니다.

“그럼 진짜는 언제 되는 거야?

오늘 밤에 갑자기 진짜가 되는 거야?”


베개는 아이의 숨결에 맞춰 부드럽게 몸을 부풀렸다 가라앉혔습니다.


“아니. 진짜는 기다림 속에서 조금씩 피어나는 거야.

하룻밤으론 안 돼.

아이가 너를 품에 안고, 울고 웃고, 네 깃털을 몇 번이고 꺼내어 흩날리고,

다시 주워 담을 때… 그때 넌 진짜가 되는 거야.”


깃털 인형은 조금 두려운 듯 물었어요.

“그래도 사랑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해?”



베개는 부드럽게 대답했지요.

“조심스러워야 할 필요는 없어.

날카롭지 않아도 돼.

네 깃털이 빠져버리고, 누군가 보기엔 낡아빠진 인형이 되어도 괜찮아.

진짜는 껍데기가 아니니까.

언제나 아이의 마음 속에 머물러 있다면,

너는 이미 진짜야.”




진짜는 화려함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깨어지고 닳아도 품에 안겨 살아내는 사랑으로 만들어집니다.

그러니 우리도 두려워 말고 상처 입으며 사랑합시다.

진짜는 언제나 그렇게 피어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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