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

거북이 가면을 쓴 아이

by 진동길



한 번도 살아본 적 없는 숲으로 떠난 이야기


옛날 아주 먼 숲속 마을에, ‘노아’라는 조용한 아이가 살고 있었어요. 노아는 언제나 다른 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지만, 정작 자신의 생각을 말하지는 않았어요. 왜냐하면, 말을 꺼내는 순간 어딘가 비웃음이 따라올 것 같았기 때문이에요.


“용기란 말은 나 같은 사람에게는 너무 멀리 있는 말이야…” 노아는 그렇게 생각하며 매일 혼잣말처럼 말했어요.


그러던 어느 봄날, 노아는 산책하던 숲에서 등에 붉은 집게벌레들을 단단히 매달고 있는 거북이를 보았어요. 거북이는 몸을 잔뜩 웅크린 채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지요. 그리고 거북이의 등에 난 작은 흉터가 눈에 띄었어요. 누군가 무거운 것을 억지로 얹었나 싶을 정도로 깊은 자국이었어요.


노아는 거북이에게 다가가 조심스럽게 물었어요.


“왜 등에 그런 걸 매고 있어? 무거울 텐데…”


거북이는 아주 천천히 고개를 들더니 대답했어요.


“때론 내가 원하지도 않았던 짐들이 올라와. 하지만 그걸 떨치기 위해서는… 걸어야 해. 나만의 길을.”


그날 밤, 노아는 거울 앞에서 자신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가방을 쌌어요. 그 안에는 오래된 노트, 닳아빠진 연필, 그리고 거북이 모양의 작은 인형이 있었지요.


“이제 나도 나를 거듭 떠나야겠어. 나를 배우기 위해서, 한 번도 살아본 적 없는 숲을 걸어가볼 거야.”


노아는 숲을 지나, 언덕을 건너, 낯선 별빛 아래에서 잠을 자며 아주 조금씩 자신을 배워갔어요. 때로는 무서웠고, 때로는 길을 잃었지만, 그 모든 길이 결국 자신 안의 숲으로 이어진다는 걸 깨달았어요.


마침내 노아는 다시 마을로 돌아왔어요. 하지만 예전의 노아와는 조금 달랐어요. 더는 남의 말에만 귀 기울이지 않았고, 조용히, 단단히, 자기의 목소리로 말할 줄 알게 되었거든요.


그날 이후, 사람들은 노아를 “거북이 가면을 쓴 아이”라고 불렀어요. 겉보기엔 느리고 조용했지만, 그 속에는 아주 깊고 단단한 용기가 숨어 있었기 때문이에요.




어쩌면 진짜 용기는 세상이 정한 ‘용감함’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한 번도 살아본 적 없는 나’로 향하는 길을 스스로 걸어보는 데서 시작되는지도 모릅니다.


“거북이는 등에 등껍질이 있어서 다행이고, 나는 나라는 껍질을 알아가기 위해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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