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적 특이점-(AI 윤리 위원회) 1

1. 편향성과 차별

by 진동길


서문: 왜 AI 윤리가 중요한가


인공지능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은 우리의 일상, 사회 구조, 인간관계에 이르기까지 삶의 거의 모든 영역에 깊숙이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 영향력이 확대될수록, AI 시스템이 어떻게 설계되고, 어떤 방식으로 사용되는가에 대한 윤리적 성찰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의 과제가 되었습니다.


특히 AI가 인간의 결정과 선택을 보조하거나 대체하는 위치에까지 나아가고 있는 지금, 그 기술이 어떤 가치 기준 위에서 작동하고 있는가, 누구에게 이익을 주고, 누구를 배제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은 피할 수 없는 윤리적 요청이 됩니다.


다음은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AI 윤리의 핵심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사례들과 딜레마를 정리한 것입니다. 이 예시들은 우리가 기술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방향으로 발전시켜야 할지에 대한 단초를 제공합니다.



본론: AI 윤리의 핵심 과제와 주요 딜레마


AI 기술이 점점 더 인간의 삶 깊숙이 통합되면서, 이제 우리는 단지 “기술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넘어, “그 기술은 인간에게 정당한가?, 공정한가?, 안전한가?”를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AI 윤리는 바로 이러한 질문에 답하려는 시도이며, 단순한 기술 규범이 아닌 사회 정의, 인간 존엄성, 책임성과 신뢰성에 관한 총체적 성찰을 요구합니다.


본론에서는 인공지능 기술이 실제로 적용되고 있는 여러 영역에서 나타나는 구체적인 윤리적 사례들을 중심으로, AI가 제기하는 핵심적인 딜레마들을 다루고자 합니다. 각 사례는 단순히 기술적 결함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인간상을 지향하고 있는가, 어떤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가에 관한 본질적인 질문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제 다음과 같은 주제를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1. 편향성과 차별

2. 책임 소재와 자율성

3. 투명성과 설명 가능성

4. 통제력 상실과 인간의 역할

5. 프라이버시 침해와 데이터 윤리


각 항목은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기술과 윤리의 충돌 지점을 조명하고, 이에 대한 신중한 성찰과 대응 방안을 제안할 것입니다.




1. 편향성과 차별: 채용 AI 시스템을 중심으로


사례 개요: 채용 AI 시스템의 도입


기업 A는 수천 건의 이력서를 보다 효율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과거 채용 데이터를 학습한 AI 채용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이 AI는 머신러닝 모델로서, 합격자 프로파일을 기반으로 향후 합격 가능성이 높은 후보자들을 자동으로 추천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우리는 AI를 통해 인간의 편향을 제거하고 채용 효율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 기업 A 인사부 발표


그러나 실제 운영 중 예기치 않은 문제가 발생합니다.




딜레마: 과거의 편향 미래의 차별로 전이


데이터의 편향적 구조


과거 데이터에 이미 성별, 인종, 학벌, 나이, 지역 등에 따른 편향이 내재되어 있다면, AI는 이를 그대로 ‘학습’하게 됩니다.


예시:

• 과거 5년간 합격자의 80%가 남성, 90%가 상위 5개 대학 출신, 대부분이 특정 지역 출신이었다면,

• AI는 “이러한 특성을 가진 사람이 좋은 후보자”라고 판단하게 됩니다.


이는 결국 **“기존과 유사한 사람을 뽑도록 설계된 AI”**가 되는 것이며, 다양성과 형평성은 심각하게 저해됩니다.


구조적 문제의 재생산


AI는 ‘우수한 후보자’라는 개념을 수치화된 패턴으로 학습합니다. 이 과정에서 실제 업무 역량과는 무관한 사회적 요소(예: 이름을 통해 추정되는 인종, 여성의 경력단절, 장애인의 이력서 등)가 부정적인 신호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실제 사례: 아마존 (2018)

• 아마존은 2014년부터 자체 채용 AI를 개발했으나, 2018년에 이를 폐기했습니다.

• 그 이유는, 이 AI가 여성 지원자들을 자동으로 불리하게 평가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 이는 과거 기술 직군 채용에서 대부분 남성이 합격했던 이력이 AI 모델에 학습되었기 때문이며,

• AI는 이력서에서 남자 운동부 활동이나 남학교 출신 등의 표현이 있는 경우를 더 긍정적으로 평가하도록 작동했습니다.


출처: 로이터, “아마존, 여성에 대한 편향을 보인 비공개 AI 채용 도구 폐기” (2018)




윤리적 쟁점


핵심 문제 설명

편향의 확산 인간의 무의식적 편향이 AI 모델을 통해 자동화되고, 그 영향이 확대됨.

공정성 침해 여성, 특정 인종, 저소득층 등 사회적 약자의 채용 기회가 감소함.

책임 회피 기업이 “AI가 판단했다”는 이유로 결정에 대한 도덕적 책임을 회피함.

설명 가능성 부족 지원자는 왜 탈락했는지 알 수 없음. AI의 판단은 종종 불투명함.

차별의 영속화 기존 사회 구조의 불평등이 알고리즘을 통해 고착되고 지속됨.




기술적 분석: 편향의 발생 구조

1. 라벨 편향(Label bias)

과거 데이터에서 ‘성공’이라는 기준 자체가 이미 편향되어 있었을 수 있습니다. 예: “이 회사에 잘 적응한 사람”이라는 라벨이 기존 특정 집단에만 적용되어 있음.

2. 선택 편향(Selection bias)

학습 데이터가 특정 집단에 편중되어 있으며, 다양한 인구 집단의 특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을 수 있음.

3. 대리 변수 문제(Proxy variable issue)

AI는 학력, 주소, 활동 이력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성별, 인종, 계층을 추정하고 이를 의사결정에 반영할 수 있음.




대응 방안: 공정한 AI 설계를 위한 원칙


영역 실천 항목

데이터 설계 다양한 인구 집단(성별, 인종, 지역, 장애 등)이 균형 있게 포함되도록 데이터셋을 구성해야 함.

편향 감지 기술 Disparate Impact Ratio, Equalized Odds 등 공정성 지표를 활용하여 AI의 판단 결과를 점검.

설명 가능성 확보 XAI(설명 가능한 인공지능) 도구(LIME, SHAP 등)를 사용하여 모델의 판단 근거를 이해 가능하게 설명.

책임 구조 명시 의사결정 과정에서 인간의 개입 가능성과 책임소재를 분명히 해야 함.

감독기구 구성 알고리즘의 편향을 감시하고 감사를 수행할 외부 윤리위원회를 마련.




철학적·신학적 성찰

• 가톨릭 사회교리는 “모든 인간은 존엄을 지닌 존재로서 동등한 기회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합니다 (Compendium of the Social Doctrine of the Church, §192).

• 인간을 단순히 효율성과 확률로만 평가하는 기술은, 인간 존재의 고유성과 존엄을 훼손할 수 있습니다.

• 특히 AI가 사회적 약자를 비가시화하거나 침묵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한다면, 이는 “기술 중립성”을 가장한 윤리적 폭력이 될 수 있습니다.




정리


항목 요약

문제 AI 채용 시스템이 과거 데이터를 학습하면서, 성별·인종·학력 등에 대한 편향된 판단을 재생산할 수 있음.

영향 특정 집단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고,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킴.

윤리 이슈 설명 가능성 부족, 책임 회피, 구조적 불의를 자동화함.

해결 방향 공정성 감시 기술의 적용, 투명성 확보, 인간 중심의 책임성 회복이 필요함.




AI 편향성과 차별 문제에 대한 가톨릭적 통합 윤리 성찰



1. 프란치스코 교황의 가르침: 기술을 향한 인간 중심적 윤리


프란치스코 교황은 회칙 『Fratelli Tutti』(2020)와 『Laudato Si’』(2015)에서 반복적으로 다음과 같이 강조합니다:


기술은 인간 존엄성과 공동선을 위한 수단이어야 하며, 인간을 대체하거나 지배하는 방식으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

— 『Fratelli Tutti』, 제29항


적용:


AI 시스템이 인간을 ‘선별’하고 ‘평가’하는 도구가 될 때, 기술의 도구성이 무너지고, 존재론적 차별이 발생합니다. 특히 채용 AI에서 약자의 목소리, 비표준 이력, 복잡한 삶의 서사는 삭제되기 쉽습니다. 이는 교황이 말하는 **“하찮은 생명은 없다”**는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됩니다.




2. 바티칸 Rome Call for AI Ethics (2020)


바티칸 교황청 과학원, Microsoft, IBM, 유네스코 등과 함께 작성한 ‘AI 윤리를 위한 로마 선언’에는 6대 원칙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원칙 요약

Transparency (투명성) AI의 작동 방식과 근거가 이해 가능해야 함

Inclusion (포용성) AI는 모든 인간의 다양성과 권리를 존중해야 함

Responsibility (책임성) AI 결과에 대한 최종 책임은 인간에게 있음

Impartiality (공정성) AI는 편향을 제거하고 차별 없이 작동해야 함

Reliability (신뢰성) 안정적이고 검증 가능한 시스템이어야 함

Security and Privacy (보안과 프라이버시) 데이터 보호 및 남용 방지 포함


AI는 인간의 존엄을 존중하고, 모든 사람에게 봉사하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

— Rome Call for AI Ethics, 바티칸 과학원


적용:


AI 채용 시스템은 위 6대 원칙 중 ‘공정성’과 ‘책임성’에서 가장 큰 도전을 받습니다. 불투명한 판단 기준, 인간 개입의 부재, 약자에게 불리한 학습 패턴의 재현 등은 로마 선언의 핵심을 훼손하는 행위입니다.




3. 유네스코 AI 윤리 권고(2021)


UNESCO는 193개국이 만장일치로 채택한 AI 윤리 국제 기준을 발표했습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기술에 인간 중심 접근이 필요하다.

• 알고리즘 차별은 심각한 윤리 위반이며, 제도적 감독이 필요하다.

• AI는 사회적 약자, 소수자, 장애인을 보호하는 데 사용되어야 한다.


적용:


AI가 기존의 사회적 불균형(예: 젠더, 계급, 지역)을 학습하고 재생산한다면, 이는 기술적 형식으로 은폐된 구조적 차별입니다. AI가 인간을 평가하는 구조에서는 윤리적 안전장치가 필수입니다.




4. 가톨릭 노동윤리와 AI


노동은 인간의 본성을 실현하는 기본적 행위라고 보는 가톨릭 사회교리에서, 기술은 노동을 도와야 하지 노동자를 평가하고 배제하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노동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다. 인간의 존엄과 공동선을 위한 활동이다.

— 『가톨릭 사회교리 요약』(Compendium), 제287항


적용:


AI가 누군가의 ‘고용 가능성’을 평가하는 도구가 될 경우, 인간의 존엄을 수량화하고 서열화하게 됩니다. 특히 비정형 이력, 경력 단절, 불리한 이름이나 지역은 ‘데이터’로는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실제 삶의 진실을 담고 있습니다.




5. 신학적 관점에서 본 ‘데이터’와 ‘존재’

• AI는 인간의 정보를 ‘데이터’로 환원하여 작동합니다.

• 하지만 인간 존재는 수치로 완전히 환원되지 않습니다.

• 이는 아우구스티노 성인이 말한 것처럼, **“하느님을 향한 마음의 불안함”(inquietum est cor nostrum)**과 같은 영적 차원이 있기 때문입니다.


AI는 인간의 계산적 측면만을 다루고, 내적 자유, 사랑, 의미 추구, 자기초월 같은 인간 고유의 실재를 인식할 수 없습니다.




실제 적용 제안: 신자들과 공동체에 주는 시사점

1. 공정한 채용을 위한 교회 내 교육

– 가톨릭 청년 대상: “AI 시대의 노동 윤리와 인권” 교육

– 사회사목부서: 기업과 연계한 윤리적 AI 가이드라인 구축

2. 의사결정 구조에 인간 개입 확보

– “AI는 도구일 뿐이며, 인간만이 다른 인간을 평가할 책임이 있다.”

3. 약자 보호 우선

– AI가 불이익을 줄 수 있는 구조(예: 여성, 장애, 고령자)를 명확히 제어하고, 적극적 평등 조치 필요




결론: AI 시대의 인간 존엄 수호


AI는 복잡하고 막강한 기술이지만, 그에 맞서는 윤리와 신앙의 깊이는 더 깊어야 합니다.


“기술은 우리의 손 안에 있지만, 그 방향은 우리의 마음에 달려 있다.”

— 바티칸 AI 윤리위원회 발언


우리는 인간을 판단하는 AI가 아닌, 사람을 위한 AI, 하느님의 모상(Imago Dei)을 인식하는 AI를 요구해야 합니다. 기술이 인간을 대신해서는 안 되고, 언제나 인간을 위해 복무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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