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 없는 복음 이야기

작은 동전(렙톤, λεπτόν) 두 닢

by 진동길


옛날 갈릴래아 호숫가 근처 마을에, 부모에게 물려받은 땅과 가게로 살아가던 두 형제가 있었습니다.

형의 이름은 베드로, 동생의 이름은 안드레아였습니다.


베드로는 날마다 누구보다 먼저 일어나 열심히 일했습니다. 시장이 열리기도 전에 문을 열고, 밤늦도록 가게를 닫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의 가게는 늘 손님이 드물었고, 벌어들인 돈도 어디론가 자꾸만 새어 나갔습니다.


반면에 안드레아는 형처럼 지독하게 애쓰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의 가게는 언제나 손님들로 붐볐고, 하는 일마다 형통하여 집안이 점점 풍족해졌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어느 날 베드로는 동생 안드레아를 찾아가 물었습니다.


“안드레아, 나는 너보다 먼저 일어나고 늦게까지 일하는데 왜 우리 집은 늘 빠듯하고 너는 날이 갈수록 넉넉해지느냐? 혹시 나만 모르는 비법이라도 있는 것이냐?”


안드레아는 안쓰러운 눈빛으로 형을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형님, 저에게 무슨 비법이 있겠습니까. 다만… 저는 주님께서 허락하신 은총 안에서 하루를 받아들일 뿐입니다.”


베드로는 그 말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며칠을 고민하던 그는 마침내, 광야에서 기도하고 계셨던 예수님을 찾아가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았습니다.


모든 이야기를 다 들으신 예수님께서는 잔잔한 미소를 띠시며, 품 안에서 데나리온 두 닢을 꺼내어 베드로에게 주셨습니다.


“하나는 네가 가지고, 다른 하나는 네 동생 안드레아에게 전해주어라. 그리고 한 주일 뒤에 다시 오너라.

단 조건이 있다. 그 데나리온 한 닢으로 너희 집에서 가장 큰 방을 ‘가득 채우라.’”


베드로는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랍비, 하루품삯밖에 안 되는 이 돈으로 어떻게 가장 큰 방을 가득 채운단 말입니까?”


그는 의심이 가득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와 아내와 자식들에게 예수님의 말씀을 전했습니다.

그러자 아내는 버럭 화를 내며 말했습니다.


“그 사람 미친 거 아니에요? 이런 쓸데없는 짓을 하느니, 그 돈으로 생선이나 한 마리 더 사 오시지요!”


아들도 고개를 저으며 말했습니다.


“아버지, 그게 말이 된다고 믿으세요? 아버지도 참! 이젠 점점. 일 없으시면 … 이상한 사람들하고 어울리지 마시고 집에나 계세요.


베드로는 가족들의 핀잔에 기운이 빠졌습니다.

그는 예수님도, 돈도, 방을 채우라는 말씀도 점점 짐처럼 느껴졌습니다. 결국 데나리온 한 닢을 서랍 깊숙이 던져두고는 그렇게 한 주일을 흘려보냈습니다.


한편, 안드레아도 형에게서 받은 데나리온 한 닢과 예수님의 말씀을 가족에게 전했습니다.


“예수님께서 돈을 주시며, 방을 가득 채우라고 하셨어. 우리가 어떻게 이 말씀을 살아낼 수 있을까?”


안드레아의 가족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함께 지혜를 모았습니다.


아내가 말했습니다.


“방을 물건으로만 채우라는 뜻은 아닐지도 몰라요. 혹시 향기나, 빛, 노래 같은 걸 의미하시는 건 아닐까요?”


아들이 맞장구쳤습니다.


“맞아요, 아버지. 방을 채우는 건 물건만이 아니지요. 말씀이나 사랑도 방을 채울 수 있어요.”


안드레아는 그 말에 무릎을 쳤습니다. 그는 은전으로 향이 좋은 등불 하나와 따뜻한 빵, 그리고 작은 피리를 샀습니다.


그날 밤, 가족들은 가장 큰 방에 둘러앉았습니다.

방 한가운데 켜진 등불이 방을 은은하게 밝혔고, 따뜻한 빵의 향이 방 안에 퍼졌습니다.

아들이 피리를 불고, 모두가 노래를 따라부르며 웃음꽃을 피웠습니다.


그 웃음과 노래, 그리고 따스한 빛이 방을 가득 채우고도 남았습니다.


한 주일 뒤, 두 형제는 다시 예수님께 나아갔습니다.


먼저 베드로가 말했습니다.


“주님, 말씀대로 해보려 했지만… 이 돈으로 방을 채우는 건 도무지 불가능했습니다. 주님은 저를 시험하신 겁니까?”


그는 서랍에서 꺼낸 동전을 예수님께 되돌려드렸습니다.


이윽고 안드레아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습니다.


“주님, 저희는 그 돈으로 꽃과 등불과 빵과 피리를 샀습니다. 그리고 그날 밤, 우리의 방은 빛으로, 향기로, 노래와 웃음으로 가득 찼습니다.

무엇보다 우리 가족의 사랑이 방을 넘치게 채웠습니다. 주님의 뜻이 무엇인지 비로소 조금 알 것 같았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두 사람을 바라보시며, 조용히 말씀하셨습니다.


“베드로야, 너는 수고로움만을 보았고, 안드레아는 사랑의 자리를 보았구나.

진정한 부요함은 물질로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 감사와 순종, 그리고 공동체 안에서 피어나는 사랑으로 채워지는 것이란다.

너희가 빈 방을 채우려 애썼던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 안에 들어가 방을 채운 것이란다.”




신앙이란, 보이는 것만을 의지하지 않고, 보이지 않는 사랑을 신뢰하는 삶입니다.


베드로처럼 의심하며 주저하던 우리의 마음도, 결국 주님 앞에 나아가 회복되고, 안드레아처럼 사랑 안에 머무르는 이들은 작은 은총 하나로 집안 가득 기쁨을 채울 수 있습니다.


주님의 말씀은 늘 단순하지만, 그 안에 생명을 채우는 비밀이 숨겨져 있습니다.

우리의 삶 속 ‘빈 방’도, 주님의 사랑으로 가득 채워지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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